[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제보조작', '이언주 막말' 사건 등으로 존폐 기로에 선 국민의당이 오는 8월 27일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안철수 전 대표의 '재등판설'이 제기된다. 안철수 전 대표 외에 이렇다 할 '간판'이 없는 국민의당의 현실이 겹쳐진다.

31일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강정석)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군의 특혜취업 증거를 조작한 이른바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제보조작의 당사자인 이유미 씨와 이준서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을 구속하고, 이유미 씨의 남동생, 김성호·김인원 전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당시 공명선거추진단 단장이었던 이용주 의원은 무혐의 처리했고,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의원은 범행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안 전 대표가 관련 혐의에서 자유로워짐에 따라 오는 8월 27일 열릴 국민의당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연합뉴스)

30일 국민의당 김철근 구로 갑 지역위원장 등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를 촉구했다. 이들은 "다수의 원외위원장은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리더십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리더십 공백없이 구당의 자세로 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철근 위원장은 "지난 29일 오후 2시 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를 요구하는 원외 지역위원장 109명의 서명을 받아 안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지역위원장 대표 7명과 안 전 대표는 1시간 20분 정도 면담을 했고, 안 전 대표는 "고맙게 생각한다. 이것을 포함해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에도 안철수 전 대표 지지자들이 '미래혁신연대'를 출범하고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를 촉구했다. 미래혁신연대는 "정치적 타협만 일삼는 국민의당을 혁신하고, 더 나아가 적폐에 물든 대한민국을 바꿔줄 정치인은 안철수 뿐"이라면서 "안철수는 지지자들의 뜻을 받들어 당 대표에 출마하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안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는 국민의당 내에서 안 전 대표의 경쟁자가 될 만한 인물은 없기 때문이다. 즉,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 외에는 내세울만한 '선수'가 없는 셈이다. 안 전 대표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유다.

물론 이번 국민의당 전당대회에는 17대 대선 당시 민주진영의 대선후보를 지낸 정동영 의원, '원조 친노' 5선 천정배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한 김한길 전 대표 등 노련한 전·현직 의원들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민심이 이들을 '옛날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조선일보는 정 의원, 천 의원, 김 전 대표, 손학규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며 "그때 그 사람들"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결국 안철수 전 대표의 상대가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곧 자격정지가 만료되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미래가 주목되는 젊은 정치인들이 후발주자를 형성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뚜렷이 비교되는 대목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설의 배경에 국민의당 내부의 알력다툼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표면에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호남과 비호남(안철수계)의 내분 신호가 감지된다. 호남 중진들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독점하면서 발생한 호남, 비호남의 갈등은 5·9대선에서 패배한 후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호남 정치인들의 입장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의당 운영에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특히 호남 민심이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국민의당 당적은, 내년 지방선거를 생각하는 호남 정치인들에게는 최악의 조건일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민주당과의 통합수순이 이어질 경우 의석을 가진 국민의당 소속 정치인들이 호남에서 지분을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안 전 대표의 존재가 오히려 이들에게는 장벽이 될 수 있다.

반면 비호남 정치인들은 어찌됐든 안철수 전 대표를 지켜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은 민주당의 텃밭이었고, 이 곳의 국민의당 지역위원장 등은 안 전 대표가 없다면 이들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엄경영 데이터앤리서치 소장은 "국민의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출마자들의 면면을 고려할 때 차라리 안철수 전 대표가 낫다는 여론이 있다"면서 "지금 국민의당 여건에서 안 전 대표가 출마하면 안 전 대표 쪽으로 급격히 기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엄경영 소장은 "국민의당 내부에서 호남과 비호남의 전반적인 대치 분위기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호남 입장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없으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안 전 대표도 출마를 고민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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