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린 가운데 보수언론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의 ICBM 발사로 인한 동북아 정세 급랭이 보수언론에게 '안보팔이'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28일 밤 실시한 대륙간 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미사일 2차 시험발사 모습. (연합뉴스)

28일 밤 북한은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ICBM 발사 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최대 정점 고도 3724.9km로 998km를 47분 12초간 비행했다"면서 발사 성공을 알렸다. 미국과 일본 언론의 보도도 북한의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연이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반 '베를린 구상' 등을 통해 대북정책에서의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강조해온 바 있다. 일단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지시하는 등 안보 강화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북한의 도발로 동북아 정세가 냉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역설적이게도 보수언론은 신이 난 듯하다. 보수언론은 이참에 사드 배치 '기정사실화'를 굳히려는 모양새다.

▲31일자 조선일보 5면 기사.

31일자 조선일보는 1, 3, 4면에서 북한의 ICBM 발사와 미국, 중국 등의 반응을 비중있게 다룬 후 5면부터 본격적인 문재인 정부 비판을 시작했다. 5면에 <사드 줄타기 접은 文정부, 對北 투트랙 전략도 기로에 서다>, <16시간 만에 뒤집힌 사드 지시>, 6면에 <靑, 北미사일 자강도 발사 26일 알았다?> 등의 기사를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황급히 사드 배치,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나> 사설에서 "청와대는 북의 ICBM 도발에 따른 '임시 배치'라고 했다"면서 "환경평가는 별도로 한다는 것이다. 환경평가가 잘못 나오면 사드 배치를 취소할 건가. 소가 웃을 얘기"라고 비아냥 댔다. 이어 "그간의 잘못과 오판을 덮어보려는 속이 뻔히 보인다"고 비꼬았다.

조선일보는 "당시 야권을 중심으로 사드 무용론도 제기했다. 사드를 갖고 북의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지금 왜 사드를 황급히 배치하나. 처음부터 엉터리 주장을 펴왔던 것"이라고 비난했다. 끝으로 조선일보는 "1년 넘는 사드 찬반 논란이 소진시킨 유·무형의 국가 에너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정부의 누군가는 나와서 이 갈지자 행보에 대해 국민 앞에 설명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1일자 중앙일보 10면 기사.

중앙일보도 문재인 정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중앙일보는 1~6, 8면을 통해 북한의 ICBM 발사와 동북아 정세에 초점을 맞춘 후 10면 상단에 <사드·원전·증세 자고 나면 궤도 수정…"아마추어 정부·여당"> 기사를 게재했다. 아울러 <김정은 심야 도발, 최대 압박으로 대응하라>, <사드 신속 배치하고 정치화하지 말기를> 등 관련 사설 2개를 배치했다.

사설에서 중앙일보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해 사드 체계 발사대 4대를 추가 배치키로 한 정부 결정은 옳다고 보다"면서도 "그러나 사드와 같은 중요 안보 사안을 두고 한 치도 내다보지 못하고 오락가락한 정부 모습에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국방부는 북한이 ICBM을 발사한 당일 오전 발표에서 사드 부지 전체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결정했다. 또 4대의 잔여 발사대는 환경영향평가 이후 배치하겠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북한이 ICBM을 발사하자 나머지 발사대 4대를 추가로 임시 배치한다고 발표 15시간 만에 번복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런 행태를 보면 앞으로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부정적이면 사드를 배치하지 않을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사드에 대한 정부 입장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31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이번 북한의 ICBM 발사로 북한이 대화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동아일보는 <北 2차 ICBM급 발사…김정은 대화 상대 아니다> 사설에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문재인 정부가 대화와 보상으로 북의 핵 포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부터 버려야 한다"면서 "북의 도발 중단을 전제로 핵 동결, 군비통제 등을 거쳐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골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현 단계에선 비현실적인 정책 목표"라고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의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원치 않지만 불가피하다면 군사적 해법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함께 웃을 수 있는 해법은 현실엔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시위대를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사드, 더는 논란 대상 안 돼야> 사설에서 "이제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은 모순적 제스처 대신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당장 사드 부지로의 출입을 방해하며 공권력을 우롱하는 시위대부터 철수시켜 단호한 의지를 보이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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