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걸그룹에서 특이한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몇몇 잘나가는 걸그룹의 경우 콘서트 후 다음 콘서트로 이어지기까지의 기간이 6개월 남짓으로 짧아졌다는 점이다. 많은 수의 콘서트가 연말이라는 분위기에 편승해 12월에 이뤄진다. 그럼에도 3세대 걸그룹 가운데 인기 많은 몇몇 걸그룹은 팬덤을 많이 보유한 남자 아이돌의 콘서트처럼 6개월 남짓으로 팬들에게 손짓하기 시작했다.

3세대 걸그룹 가운데 선두를 달리는 트와이스가 2월에 콘서트를 연 데 이어 일본에 진출하기 바로 직전인 6월에 콘서트를 연 것처럼, 러블리즈 역시 올 1월에 콘서트를 열었고 7월에 다시금 팬들 곁으로 찾아왔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러블리너스(러블리즈 팬)의 80% 이상은 남성 팬이었다. ‘군대 여신’으로 불리는 걸그룹 이상의 인기를 남성 팬들로부터 모으고 있음을 러블리즈는 보여주고 있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러블리즈의 콘서트 '2017 Lovelyz Concert [Alwayz]’ Ⓒ울림엔터테인먼트

6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콘서트를 두 번 열 수 있는 건 그만큼 많은 팬덤을 보유해야 가능한 일이다. 6개월 만에 열었어도 일반 예매가 1분 안에 동이 났다는 건 그만큼 러블리즈가 남성 아이돌 못지않은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걸그룹임을 방증한다. 러블리즈의 두 번째 콘서트에서 남성 팬들이 콘서트 시작 전부터 우렁찬 함성으로 러블리즈를 응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만큼 팬들의 결속력이 단단해졌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러블리즈의 두 번째 콘서트 '2017 Lovelyz Concert [Alwayz]'를 유심히 살펴보면 철자가 틀린 걸 관찰할 수 있다. 왜 마지막 철자가 's'가 아닌 ‘z'가 되었을까. 러블리즈의 마지막 글자 ’z'에서 착안해 항상 러블리즈와 함께 하겠다는 뜻에서 'z'과 되었다고 러블리즈의 리더 베이비소울이 설명했다.

러블리즈 하면 ‘여자여자’스러운 청순함 또는 발라드를 떠올리기 쉽다. 한데 러블리즈의 콘서트 유닛인 미주와 수정, 예인이 선보인 무대 ‘The'는 기존의 러블리즈가 갖고 있던 청순미 대신 걸크러시와 섹시미를 선보였다. 불량 고교생 콘셉트로 발랄한 노래를 소화함으로 콘서트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시작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러블리즈의 콘서트 '2017 Lovelyz Concert [Alwayz]’ Ⓒ울림엔터테인먼트

두 번째 콘서트에서 러블리즈가 처음 선보인 곡은 ‘똑똑’과 ‘AYA’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선보인 ‘FALLIN`’은 콘서트에서 처음 선보인 신곡으로 작곡가 마르코와 작업한 R&B템포의 곡이었다. ‘FALLIN`’을 선보일 때 배경에 보인 자막은 멤버들이 직접 손으로 쓴 가사들이었다.

첫 번째 콘서트에선 보이지 않은 미스가 보이기도 했다. 소울과 Kei, Jin 이들 유닛이 선보인 곡은 ‘새벽별’인데 유난히 고음이 많은 곡이라 일부 멤버에게 음정 불안이 감지됐다. 러블리즈의 타이틀곡 가운데 하나인 ‘DESTINY’에서는 다른 노래에 비해 멤버들의 목소리가 작게 들리는 음향적인 불안정함도 보였다.

지난겨울 첫 번째 콘서트 때 유지애와 JIN이 많은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감수성이 풍부한 이 두 멤버는 이번 콘서트에서도 눈물을 보였다. 먼저 지애는 “저는 열심히 살라고 자주 말한다. 자기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여러분도 한 자식의 부모가 될 수 있으며, 꿈을 이루고 꿈대로 생활할 수 있다. 러블리너스를 그만 둘 수도 있을 거다”면서 “내가(부모가 된 러블리즈의 팬) 왜 그 시간을 러블리즈에게 투자했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쉬는 시간 동안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직캠을 많이 찾아본다. 여러분의 함성 소리가 힘이 된다. 감사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인기가 저물어가는 것도 아니고 인기가 한창 영글어갈 때 부모가 된 팬에 대한 상상을 하고 눈물 짓는 지애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러블리즈의 콘서트 '2017 Lovelyz Concert [Alwayz]’ Ⓒ울림엔터테인먼트

JIN은 “콘서트를 할 때 러블리즈 개인에게 부모님이나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 표를 기획사에서 받는다. 중3부터 연습생을 시작해서 초대할 친구가 몇 없다. “친구는 없지만 언니들과 동생들(멤버들)이 있고 러블리너스가 있다. 그래서 러블리너스가 감사하다는 걸 또 깨달았다”며 “어릴 때부터 무대에서 점점 더 배워가는 것 같다. 이렇게 버텨오게 해주신 언니와 부모님에게 감사한다”며 울먹였다.

러블리즈는 지난겨울 첫 콘서트 때보다 훨씬 긴 3시간 30분 동안 팬들에게 정성스레 차린 발라드와 흥겨운 댄스곡을 선사했다. 이들이 신보를 내면 낼수록 앞으로 많은 남성 팬들이 불어나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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