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작품은 원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다니엘 헤니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시즌 13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장기 시리즈 <크리미널마인드>라면 더더욱. 그런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였을까? 제작발표회의 제작진과 배우들은 입을 모아 '한국적 정서'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제 1~2회를 마무리한 <크리미널마인드>는 과연 미드의 한국적 토착화에 성공했을까?

친숙해진 프로파일링

tvN 수목드라마 <크리미널마인드>

평가에 앞서, 최근 범죄 수사 드라마라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짐없이 등장하는 '프로파일링'에 대해 짚어보아야 한다. 범죄심리 분석 혹은 범죄자 프로파일링(offender profiling, criminal profiling)은 심리학, 사회학, 범죄학 등의 인문 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범죄자의 심리 및 행동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범인상을 추정, 범죄 유형 분류, 피의자 신문 전략을 지원하는 수사기법이다. 사건 현장 조사와 추적에 더해 그 증거를 가지고 '인문사회학적' 분석으로 범죄자에 보다 용이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수사 방식인 것이다. 이런 프로파일링 기법의 가장 극단적인 반대 방향에 <살인의 추억> 식의, 감으로 잡아 족치면 다 불도록 하는 '전근대적'인 수사방식이 있을 터이다.

프로파일러 출신으로 국회의원이 된 표창원 의원 등의 빈번한 언론 접촉은 물론, 영드 <셜록>, <시그널> 등을 통해 이제는 매우 익숙한 분야가 되었지만, 우리나라에 프로파일링 기법이 수사에 도입되기 시작한 건 2000년에 와서이다. 2000년 권일용 경위 한 사람에서 2004년 경찰청 과학 수사과 내에 폭력적 범죄 분석팀이 설치되고, 2005년에서야 심리학, 사회학 전공자 중 범죄분석요원을 뽑기 시작했다. 2015년 현재 40여명의 요원이 있고, 각 지방 경찰청에 1~2명 정도의 인원이 배치되어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토록 장황하게 대한민국 프로파일링의 현실을 설명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 '한국적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 <크리미널마인드>는 '한국적'인 이런 현실에서 바로 건너뛰어 미드와 동일하게 국가범죄정보국(NCI)와 그 소속 범죄 분석팀의 정예화된 프로파일러 집단을 내세운다. 그리고 미드와 거의 유사한 캐릭터의 등장인물군을 배치한다.

곡진한 사연으로 포문을 연 드라마

tvN 수목드라마 <크리미널마인드>

첫 회 드라마를 연 것은 폭발물 범죄 현장에서 마주친 강기형(손현주 분)과 김현준(이준기 분)이다. 이제 폭발을 앞두고 마지막 선택을 해야 할 순간, 자신의 프로파일링에 근거하여 예측된 결과를 뒤집으려는 강기형을 현장의 윗선이 저지하고, 결국 폭발을 막지 못한다. 그리고 그 폭발로 가장 아끼는 후배를 잃게 된 김현준. 그 자신도 프로파일러 출신이지만 잘못된 프로파일링에 대한 불신을 쌓게 되고...

이렇게 이성을 무기로 범죄자와 싸우고자 하는 드라마는 한국 범죄 드라마에서 가장 익숙한,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와 사연으로 포문을 연다. 그리고 그 상처를 입은 주인공 김현준은 사건을 통해 자신의 후배를 죽인 것이 강기형의 판단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고, 그 프로파일링이 자신이 사랑하는 후배의 여동생을 구할 때까지 '반항적'으로 폭주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김현준의 반항은 그가 가는 곳마다 NCI 범죄 분석팀과 그중에서도 하선우(문채원 분)와 부딪치며 결국 공동작전 하에 범인을 검거하고, 진실을 알게 된 김현준은 강기형 측의 청을 받아들여 NCI에 합류하게 된다. 1, 2회에 여성연쇄납치살인사건이 등장하지만, 드라마가 전면에 부각시킨 건 바로 김현준의 범죄 분석팀 합류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과정은 이미 우리나라의 범죄 드라마에서 조금 보태 한 열 번도 넘게 보아본 흔한 설정이다. 오해와 불신 하지만 수사 과정을 통한 합류, 이 과정 말이다. 그렇다면, 이 뻔한 한국 수사 드라마의 클리셰를 넘어 리메이크 작으로 <크리미널마인드>가 새로운 지점을 제시하고 있을까?

1,2회의 드라마는 이 지점에서 시청자를 설득하는 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프로파일링은 기존 범죄수사학에 심리학, 사회학의 도입이듯이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수사방식이다. 예를 들어 <셜록>에서 셜록의 프로파일링이 설득을 얻는 것은 그의 소시오패스적인 '무감정' 때문이다. 즉, 범죄자나 범죄 사실에서 '거리를 둔' 그의 객관성이, 그의 프로파일링에 설득력을 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셜록>의 예를 따라 <시그널>에서도, 혹은 <너를 기억해>에서도 프로파일러로 등장한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이성적이며, 그래서 그들 분석의 객관성에 신임을 얻게 된다. 비근한 예로, <비밀의 숲>에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황시목이 설득력을 얻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갓 쓰고 오토바이 탄 프로파일링 드라마

tvN 수목드라마 <크리미널마인드>

그런데 <크리미널마인드>는 이와 반대의 길을 걷는다. '한국적 정서'를 내세우며 가장 인간적인 모습의 수사관들 사연을 전면에 배치한다. 아끼는 후배와 그 동생마저 잃을 뻔해 폭주하는 수사관. 수사 현장에서 자신의 주저함으로 현장을 멀리하지만 사랑하는 가족 앞에서는 자상한 가장인 수사관. 그리고 여전히 한 소녀의 살인 사건으로 밤마다 악몽을 꾸는. 이런 장황한 '인간적'인 설정은 각자의 인물에 대한 설명을 풍성하게 할 수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프로파일링 수사극'이라는 드라마를 시청자들에게 설득해내는 데는 미흡하다.

그렇게 사연에 집중하는 반면, 드라마는 마치 누르면 나오는 프로파일링 자판기처럼 범인과 관련된 '프로파일링' 내용을 줄줄이 읊는다. 분명 미드에서도 이런 식으로 하고, 그 만능의 능력치들이 <크리미널마인드>의 결정적 매력일진대, 태평양을 건너온 <크리미널마인드>에선 그 '프로파일링'이 선무당의 말처럼, 아니 마치 컨닝한 답안지를 외워대는 수험생처럼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 신뢰가 가지 않는 프로파일링이라도 범죄와 결합되면 좀 나을 수도 있으련만, 안타깝게도 범죄수사 드라마의 가장 기본 요건인 범죄와 그 추적, 검거의 과정에서의 긴장감을 <크리미널마인드>는 전혀 살려내지 못한다. 때문에 소년원 출신의 범죄자 박재민과, 그들의 보호 관찰자이자 최종 보스인 안상철(김인권 분)의 존재감은 휘발되고 만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것이 주인공들의 곡진한 사연인지, 폼 나는 프로파일링인지, 아니면 범죄 수사인지.

김영철, 손현주, 이준기, 문채원, 그 이름의 면면만으로도 쟁쟁한 출연진.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들 조합은 그리 성공적이지 않아 보인다. 이미 타 작품에서 각자 너무도 강하게 각인된 이 주인공들의 연기가, NCI 범죄 분석관으로서 이들에게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된다. 차라리 조금 더 낯이 덜 익은 배우들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들 정도로 손현주, 이준기, 문채원의 연기가 너무도 낯익다.

그래도 이들은 제 몫이나마 성실하게 해낸다. 팀장 강기형의 포스는 강력하고, 이준기의 성실함이나 무미건조한 문채원의 연기는 김현준과 하선우에 이질감을 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정작 미드 <크리미널마인드>의 인기 요소 중 하나인 꽃미남 리드의 배역을 맡은 이한이나, 정보화 요원 페넬로페 역의 나나황에 이르면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되어버린 상황을 목도하게 된다. 한국적 정서를 고려한다면서 이런 손도 발도 펼 수 없는 캐릭터의 나열이라니!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캐릭터의 접선은 앞서 <안투라지>를 통해 혹독한 평가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고질적으로 도용되고 있다.

진짜 심각한 건, 총기 남용

tvN 수목드라마 <크리미널마인드>

하지만 그 뻔한 한국 드라마의 사연팔이나 싱크로율 제로에 육박하는 캐스팅, 혹은 전작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연기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사건 전개이다. <크리미널마인드>는 미국 드라마이다. 미국은 '총기 규제' 법안을 매번 상정시키지만 아직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총기 자유화의 국가이다. 그러기에 <크리미널마인드> 속 대다수의 범죄자들이 사용하는 범죄 수단에서 권총의 사용이 하등 이질감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으로 온 <크리미널마인드>는 어땠을까? 뜻밖에도 보호감찰관 안상철도, 그리고 이제 다음 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열차 살인범도 범죄 수단으로 '권총'을 자연스레 들고 등장한다.

아마도 다른 드라마에서라면, 범죄자의 프로파일링만큼이나 그가 어떻게 총기를 취득하게 되었느냐 여부가 중요한 수사 내용이 될 텐데, 정작 '프로파일링'에 방점을 찍은 <크리미널마인드>는 이 지점에 너무도 안일하다. 태평양을 건너 한국으로 온 범죄 드라마가 신경 써야 할 지점은 '한국적 정서'라는 명목의 사연팔이가 아니라, 프로파일링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어떤 현실적인 활약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 사회의 범죄는 어떤 유형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일 것이다. 그런 지점에서 <크리미널마인드>의 '한국화'는 갓 쓰고 오토바이 탄 격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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