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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추노', 이주노동자 폭력단속 중단하라![2주에 한번, 이주이야기] 이주활동가 폭행, 울산 출입국 규탄 결의대회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 승인 2017.07.28 08:56

KTX가 생긴 이후 전국 어디를 가든 두세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1박2일로 다녀와야 하는 일정도 얼마든지 당일에 다녀올 수 있어서 지역에 있는 토론회나 집회에 참여하기도 훨씬 용이해졌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이주노조는 서울경기인천을 활동범위로 두고 있지만 이주노동자가 어디 수도권에만 있겠는가? 사실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단속추방의 문제나 인권,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숫자가 많아서 가능하면 지역이주노동자 투쟁이 잡히면 결합하고자 노력한다. 

이번에는 멀리 울산출입국관리사무소 규탄 결의대회가 잡혔는데 그 발단은 지난 7월 4일 경주 녹동일반산업단지 내 자동차부품업체에서 일어난 강제단속이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출입국직원들을 피해 달아난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가 결국 6M 아래의 펜스로 추락해서 머리뼈골절과 심각한 다리 부상을 입고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당시 비가 내리고 있었고 안전요원도 전혀 배치되어 있지 않아서 자칫하면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벌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동국대 경주병원으로 실려 간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는 수술을 기다리다가 영문도 모른 채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병원을 옮기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역에 있는 이주노동자센터의 손길이 닿지 않는 병원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강제로 환자를 이송했단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부산대병원의 수술 일정이 꽉 차있고 입원실마저 없어 이주노동자가 응급실에서 하룻밤을 보내야만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에 항의하기 위해 병원에 찾아간 경주 이주노동자센터 활동가에게 울산출입국 소속 직원은 폭력을 행사하였다. 그는 여성 활동가의 몸을 밀착시켜 완력을 사용하여 팔과 손목을 비틀고, 함께 있던 활동가의 왼쪽 뺨을 주먹 등으로 가격하고 다리를 걸어 쓰러트린 후 올라타 목을 조르기까지 했다.

1인시위 사진

백주대낮에 공무원이 인권활동가에게 폭력을 행사했단 사실에 전국에 있는 이주노동단체에서는 분노를 금할 수가 없었다. 잇달아 기자회견과 성명서가 발표되었고, 지난 월요일부터는 서울과 대구출입국 앞에서 이 사건에 대한 규탄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7월 26일 영남권 5개 지역본부(경남, 경북, 대구, 울산, 부산) 공동주최로 <이주노동자 폭력 단속! 이주활동가 폭행! 울산출입국 규탄! 영남권 결의대회>가 오후4시 울산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때마침 도착한 농성장에는 노동자 도시 울산답게 여러 공장에서 온 한국인 조합원들이 자리를 꽉 메우고 있었다. 오랜만에 부산, 대구, 경산, 경주 등에서 이주노동자 상담 활동을 하고 있는 동지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이조노조 깃발을 올렸다. 사전대회로 밀양깻잎이주노동자들의 문제와 군위 돼지농장에서 사망한 네팔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서 이주활동가들이 발언했다. 본 대회에서는 각 지역본부장들과 직접 출입국직원에게 폭행을 당했던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오세용 소장이 올라와서 절절한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나갔다. 

오세용 소장은 조선시대에 존재하던 노비제도를 언급하면서 이 노비들이 도망치면 끝까지 쫓아가서 수색하고 연행하는 일을 하던 ‘추노’가 바로 지금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의 행태와 너무나도 비슷하다고 일갈했다. ‘현대판 추노꾼’으로 불리는 단속반 직원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장, 기숙사, 식당 등 이주노동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쫓아가는 게 인간사냥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그 과정에서 출입국 스스로 만들어낸 가이드라인, 안전요원 배치, 계고장 발부 등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고, 매해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이주노동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가장 큰 책임이 출입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7월 26일 열린 <울산 출입국 규탄 영남권 결의대회>

단속 과정에서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데 반성은커녕 오히려 이주노동자의 책임으로만 전가하고 있는 출입국직원들의 몰인간적 태도에서 더욱 큰 분노를 느낀다는 이야기는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깊은 분노를 자아내었다. 이 와중에 폭행당사자인 울산출입국 직원은 팔짱을 낀 채 출입국에서 집회를 보고 있었고 사회자는 우리를 얼마나 얕잡아 봤으면 저렇게 당당하게 서있을 수 있냐고, 반드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참가자들에게 더 큰 투쟁을 호소하기도 했다. 함께 연단에 오른 지역본부장 동지들은 지금까지 이주노동자 문제는 일부 이주활동가들의 역할에 머문 것이 사실이지 않냐고 반문하면서, 이제는 지역본부가 같이 투쟁해야 한다고 해서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사실 영남권 5개 지역본부가 이주문제를 중심으로 공동집회를 한 것이 거의 최초라고 하니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의미가 있는 집회였다. 집회의 마지막 순서는 대구지역 출신 노래패인 좋은친구들 3집에 실린 노래인 <하나 된 노동자, Labor is the one>을 다 같이 부르는 것이었다. 아마 이주노동자 집회에 처음으로 나온 한국인 조합원들도 많았을 텐데 떠듬떠듬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참 뭉클했다. 노래 한 곡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이주노동자 한국인 노동자가 국적, 피부색, 성별, 지역, 업종 등을 넘어서서 정말 우리는 하나 된 노동자라고 목청껏 노래 부를 수 있어서 울컥하기도 했다.

7월 26일 열린 <울산 출입국 규탄 영남권 결의대회>

한 번의 집회, 한 곡의 노래, 하나의 구호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작은 울림을 줄 수 있다면, 그래서 내 주변에 있는 이주노동자나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좀 더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싶었다. 

한편 울산출입국관리소장은 영남권 5개지역본부에서 투쟁을 하러 온다고 하니 멀리 출장을 가버렸고 이에 거세게 항의하는 이주활동가에게 부랴부랴 다음날 면담을 약속하였다. 아직 갈 길도 멀고 이게 비단 울산출입국만의 문제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그렇듯 1인시위를 하고 서명운동을 할 것이며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만나서 함께 투쟁할 것이다. 그 길에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 소중한 하루였다.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부족한 외국어실력 탓인지 가능한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에 다음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pjww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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