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이 모두가 천하대 진학에 목을 매지 않는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며 휴머니즘의 모양새를 갖추고 끝을 맺었습니다.

이렇게 끝날 거라는 건 진작부터 예고된 상황이었고, 그에 따라 ‘보아라! <공부의 신>은 입시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말하는 작품이었다’라는 최종평이 나올 거라는 것도 예고됐었죠.

하지만 끝이 어떻게 됐건 간에 그것과 상관없이 입시막장 드라마였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건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미친 듯이(합숙까지 해가며) 입시공부를 해보라는 메시지가 작품 내내 이어졌으니까요.

입시공부를 그렇게 치열하게 해보면 인생을 올바르게 사는 방법을 깨우칠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망발로 끝을 맺었지요. 이 작품에서 나오는 것처럼 입시공부를 하면 인생을 깨우치는 것이 아니라 멍청이가 될 뿐입니다. 입시기계가 된 다음에 무슨 인생을 사유합니까.

교사들까지 모두 나서서 합숙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그려졌으므로 입시공부의 강도를 상당히 높였습니다. 한국인의 우민화에 일조한 것이죠.

<공부의 신>의 가장 큰 문제는 입시 문제를 교사탓, 학교탓, 학생탓으로 바꿔 놨다는 데 있습니다.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교사와 학교와 학생이 잘 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공부의 신>은 주었습니다. 혹자는 이런 메시지를 일컬어 희망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그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대학진학과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는 부모의 자본에 비례하는데, <공부의 신>은 그것을 은폐하고 교사, 학교,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한 겁니다.

이러면 사회 양극화에 의해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일류대에 못간 아이들이 모두 자업자득이 되지요. 각종 균형선발 같은 최소한의 사회정의조차 요구할 수 없게 됩니다. 열심히 하면 누구나 서울대 갈 만큼 실력을 쌓을 수 있었는데 본인들이 열심히 안한 것이니, 사회적으로 그 아이들에게 보탬을 줄 필요가 없으니까요.

또, <공부의 신>의 논리대로라면 현재 한국의 학벌서열체제에서 차별당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차별당해도 싼 사람이 됩니다. 그 사람들은 사회적 부조리 때문에 ‘후진 대학’에 간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열심히 안 해서 그렇게 된 것이니까요. 즉 <공부의 신>은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것으로도 모자라 사회 차별 구조까지 심화시켰습니다.

또 <공부의 신>이 문제를 교사탓 학교탓으로 돌린 것도 심각합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부모의 자본에 비례합니다. 그런 현실을 은폐하고 교사와 학교를 희생양으로 내세우는 것 자체부터가 일단 말이 안 되구요.

이 드라마가 말하는 대로 한국 교육이 단지 교사와 학교가 잘 하면 해결될 문제라면 그들을 변하도록 해야 합니다. 바로 이런 사고방식에 의해 교사와 학교 개혁이 추진됩니다. 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교사와 학교를 입시도우미와 학원처럼 만드는 개혁이지요.

그러면 이 드라마처럼 불쌍하고 희망 없는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까요? 천만에! 웃기는 소립니다. 입시도우미들이 넘쳐나는 학원을 우리는 이미 전국 방방곡곡에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쌍한 아이들이 무슨 도움을 받았나요?

모든 교사와 학교가 입시강사에 학원으로 변한다 해도 상황은 같습니다. 어차피 일류 강사, 일류 학원은 소수로 정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한두 개, 그리고 서울 강남에 우르르 몰려 있는 형태로 정리되겠지요. 그런 학원-학교로 일류 강사들도 모입니다. 거기에서 불쌍한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까요?

아니지요. 돈 많은 집 아이들에게만 희망을 줄 뿐입니다. <공부의 신>에서 주장하는 대로 한국의 모든 학교와 교사를 개혁한다고 해도 불쌍한 아이들의 처지는 똑 같습니다. 오히려 학교가 학원으로 변함에 따라 정상적인 교육을 못 받게 되어 더욱 멍청해지고, <공부의 신>이 모든 걸 본인 노력 탓으로 돌림에 따라 그들을 보는 사회의 시선이 더욱 차가워지겠지요.

즉 <공부의 신>은 입시경쟁을 부추긴 것으로도 모자라, 아이들의 성적차별과 학벌차별을 정당화하고, 학교를 파괴해 학원으로 만들며, 교사를 말살 강사로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 겁니다. 그래봤자 불쌍한 아이들에게 진짜 희망을 줄 건 아무 것도 없는데 말이지요.

게다가 <공부의 신>이 새삼스럽게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이미 한국사회가 그렇게 가고 있기 때문에, <공부의 신>은 참으로 희대의 막장 헛발질이었습니다. 입시지옥인 한국에서 입시드라마가 나오는 것 자체부터가 막장이었지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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