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KBS <시사기획 쌈>의 한장면이다.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물었다. 누구에게? 공자. 무엇을? "국가 최고 지도자가 정치를 통해 이뤄야 할 것은 무엇인가?"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먹을 것을 풍족히 하고, 군비를 충분히 하고, 백성들이 믿도록 하는 것이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그중 한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이냐고, 무엇부터 버려야 하냐고 물었다. 공자는 군비와 먹을 것 순으로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자는 "국민의 신뢰가 없다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고 답했다. 국가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라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2007년 대한민국을 살펴보자. 공자가 3일 방송된 <시사기획 쌈> '대선후보를 말한다-무신불립(無信不立)'편을 봤다면 누구를 지지하라고 했을까?

일단 공자에게 미리 말해두고 싶은게 있다. 우리 국민은 대통령에게 워낙에 속고 살았다는 사실이다. '신뢰'는 교과서에나 있는 말로 알고 있으니, 국민반응을 보고 너무 무안해하지는 말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시사기획 쌈>은 대선후보들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후보들의 재산과 과거 이력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들, 대표적인 말 바꾸기의 사례들을 통해 후보들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고자 했다. 펼쳐놓으니 가관이다.

이명박 후보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다만 그의 말바꾸기에 국민들이 단련됐을 뿐이다. 방송은 이 후보가 93년 민자당 의원으로 자신의 재산을 공개한 이후 줄곧 보유 재산의 규모를 축소시키기 위해 노력한 행적을 추적했다.

정동영 후보는 방송기자를 했던 바람에 자료가 다 남아있어 속이 상할 것 같다. 민주화 운동 경력을 강조했지만, 82년 전두환 정권의 아프리카 순방 당시 자료화면을 보면 기자가 아니라 청와대 직원이다. 기자가 대통령만큼이나 도덕성이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낯뜨거운 장면이었다. 아울러 자신의 아들은 미국의 사립학교에 보내면서도 교육정책에 있어서는 공교육강화를 시종일관 강조하고 있었다.

이회창 후보는 이른바 '차떼기'사건이 아킬레스건이다. 방송은 2003년 8월 30일 손길승 당시 SK그룹회장은 대검 중수부에서 "대선이 가까워지자, 한나라당에서 거의 노골적으로 여러 루트를 통해 저에게 선거자금을 요구했다(이하생략)"라고 진술한 장면을 재연했다.

이 문제에 대해 당시 이회창 후보는 대선 후보인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아마도 그의 복귀에 '일부' 국민들이 화내는 이유는 단순한 말바꾸기가 아닐 것이다. 은퇴가 불법선거자금 문제에 대해 그가 사죄하는 방식이었는데 알아서 형량(?)을 채우고 나와버렸기 때문이다.

문국현 후보는 도덕성을 가장 큰 무기로 내걸었다. 하지만 최근에 발목이 잡혔다. 월 120만원을 받으며 비정규직으로 일한다는 두 딸에 관한 이야기다. 이 사례는 정동영 후보의 두 아들이 군대에 다녀왔다는 것만큼이나 타후보와의 차별성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두 딸의 명의로 된 주식과 예금의 증여세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대해 문후보는 방송에 나와 모두 자신의 책임이나 아내가 관리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권영길 후보는 특별히 책잡힐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번이나 대선후보에 나왔으면서도 대중적 지지를 이끌지 못하고 있는 지점은 더이상 그를 주목하지 못하게 한다. 방송도 아주 짧은 분량으로만 다뤘다. 민주노동당 내에서 당내 최다 계파에 의해 후보로 당선됐다는 분석 또한 새로운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와 부합되지 않았다.

방송만 본다면 선택은 당연 권영길 후보다. 그나마 인터뷰에 응하고 잘못을 시인한 문국현 후보도 포함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선택에 자신감이 들지 않는다. 노무현 후보도 그 중 가장 도덕적이고 신뢰감 있어 보여 선택하지 않았나. 정말 그 느낌만 믿고 정말 찍어도 되는걸까? 도대체 그 후보의 어떤 부분을 믿고 따르라는 말인가.

자공이 좀더 구체적인 질문을 해줬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서, 국가 최고 지도자가 정치를 통해 이뤄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어봐줬으면 좋겠다. 공자 시절과 지금은 천지차이니 국민들이 공감할만한 답변을 기대한다.

대선이 보름 남았는데 우물쭈물하다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겠다. 방송은 K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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