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 간부의 ‘제작자율성 침해’로 빚어진 <PD수첩> ‘제작중단’ 사태가 시사제작국 전체로 번졌다. 시사제작부 소속 기자·PD들이 그동안의 아이템·인터뷰이 검열, 막무가내 전보 조치 등을 고발하며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사측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프로그램도 '제작중단'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경제 매거진>, <생방송 오늘아침> 등의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PD들은 26일 성명을 내고 “‘제작중단’에 들어간 <PD수첩>과 함께 시사제작국 구성원 전체의 투쟁을 전개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5일 저녁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PD들의 총회 자리에서 나온 결과다.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PD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공정방송을 말살하려는 경영진의 만행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며 “조창호 국장은 당장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라.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시사제작국 구성원들은 <PD수첩>과 함께, 같은 길을 걸으며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PD들은 “시사제작국에서 제작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아이템·인터뷰이 검열 등이 행해져 왔으며 막무가내 전보 조치로 프로그램이 무력화 됐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특히, MBC의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은 조창호 국장이 부임한 이후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템 검열과 취재 방해, 기사 왜곡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성명에는 조 국장 부임 이후 <2580>에서 자행된 아이템 검열 등의 사례들이 담겼다. ▲세월호 인양 아이템에서 전 정권 비판, 세월호 특조위 인터뷰 등 삭제 지시 ▲BBK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 단독 인터뷰 불허 ▲‘비선진료’ 아이템에서 ‘국정원’이란 단어 삭제 등이 그 내용이다.
기자·PD들은 또한 “조창호 국장이 <2580> 무력화를 위해 기존 인력에 대한 대규모 막무가내 전보를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조 국장은 부임 직후인 지난 4월과 5월에 담당 부장과 데스크, 기자 4명을 타 부서로 전보 조치한 바 있다. 기자·PD들은 “(전보 조치된 이들은) 조 국장의 아이템 검열이나 황당한 취재 지시, 기사 전횡에 적극적으로 항의했던 기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기자·PD들은 이어 “이들이 떠난 자리는 2580처럼 호흡이 긴 보도제작물 뿐 아니라 일반 방송 뉴스조차 제대로 제작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로 채워졌다”며 “취재 기자들이 아이템을 발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장과 부장의 입맛에 맞는 아이템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2580> 원자력 발전소, 한미 FTA처럼 예민한 아이템을 최소한의 형식적인 균형도 지키지 않은 채 편향된 방향으로 방송을 내보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