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5%', 지난 겨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휴대폰도 배터리가 '5%'면 화면이 어두워지고, 교체해야 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회자됐다. 지금 국민의당 지지율이 바로 5%다.

바닥을 친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40석 의석의 국민의당이 6석 의석에 불과한 정의당에게도 밀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사상 초유의 제보 조작 사건으로 정치적 치명타를 입은 국민의당이 정당으로서 '탄핵'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이 터진지 약 한 달이 지났지만 국민의당 지지율은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7월 한 달 동안의 여론조사 기관의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당은 연이어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의당에 대한 여론 악화의 요인으로 제보조작 사건, 안철수 전 대표의 늦은 사과, 이언주 원내수석의 막말 등이 꼽힌다.

한국갤럽의 7월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국민의당은 1주차 4%(4~6일까지 전국 성인 1004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으로 진행, 응답률 18%,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 2주차 5%(11~13일까지 전국 성인 1004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으로 진행, 응답률 19%,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 3주차 5%(18~20일까지 전국 성인 1012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으로 진행, 응답률 17%,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3주 연속 최하위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도 다르지 않다. 7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당은 1주차 5.1%(3~5일까지 전국 성인 2518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으로 진행, 응답률 5.3%,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0%p), 2주차 5.4%(10~14일까지 전국 성인 2525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으로 진행, 응답률 4.7%,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0%p), 3주차 5.1%(17~21일까지 전국 성인 2540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으로 진행, 응답률 4.7%,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1.9%p)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역시 3주 연속 꼴찌다.

지지율 꼴찌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국민의당의 각종 행보를 살펴봤을 때 지지율 회복을 위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선 이전의 국민의당은 호남 의석을 기반으로 20, 30대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었다. 또한 중도 성향의 확장성은 대선 레이스를 통해 증명됐다. 그러나 대선에서 패배하고 난 후 국민의당은 대선 전의 국민의당이 아니다. 20, 30대의 지지는 더불어민주당에 모두 빼앗겼고, 중도층 역시 마찬가지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안철수 전 대표의 토론회 참패, 지나친 우클릭 등으로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책임을 지고 당을 정비하려는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당은 사분오열이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원 전 대표는 서로 다른 논조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변화도 없다. 8월 전당대회에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의원, 천정배 의원, 김한길 전 대표 등은 국민의당의 현재 분열 상황에 크든 작든 책임이 있는 인물들이다. 실패를 교훈 삼아 변하지 않는 정당에 국민이 지지를 보낼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이 와중에 내분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안철수 전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시기적으로 내용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라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당이 이유미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료되는 시점에 보다 책임 있는 태도와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안철수 전 대표가 늦게나마 사과를 하고 2선에 물러나 있는 상황에서 이태규 사무총장의 '팀킬'은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 국민의당을 규합하고 이끌어나갈 '차기주자'는 여전히 안 전 대표뿐이라는 한계도 있다.

결국 국민의당이 보수 세력이 될 것이 아니라면 기존 지지층인 20, 30대를 다시 자신들의 지지세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20, 30대의 굳건한 지지를 받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협력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협력은커녕 자유한국당과 발맞춰 문재인 정부의 인사, 추경 등에 반대하며 비난하기 바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국민의당 지지율이 4~5%를 맴돌고 있다"면서 "이 지지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지지율이다. 사실상 정당으로서는 탄핵 상태에 이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대표는 "누가 뭐래도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가 창당한 당이고, 안 전 대표의 지지 기반은 청년이었다"면서 "그런데 이제 이 기반이 완전히 소거돼버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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