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증세 논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부자 증세'를 본격적인 논의의 장으로 끌고 나오자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부자 증세'를 서민 증세로 포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문재인 정부의 부자 증세에 찬성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석 비서실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은 과세표준 2000억 원이 넘는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고, 과세표준 5억 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0%에서 42%로 인상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정부여당은 이를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할 세법 개정안에 담을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100대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이 같은 증세는 필수적이라는 입장에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부자 증세가 결국 서민 증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24일 오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우택 원내대표는 "여당 대표 시켜서 바람을 잡게 하고 곧바로 증세 논의를 시도했다"면서 "가공할 세금 폭탄 정책이 이제는 초고소득자에 한정되지만 어디까지 연장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가공할 세금 폭탄 정책에 대해 관계 장관이 벙어리 행세하는 것도 개탄스럽다"면서 "책임총리, 책임장관 애초에 믿지도 않았지만 완벽한 허수아비 장관 들러리 세워놓고 대통령이 원맨쇼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증세 계획을 두고 100대 과제에 날을 세웠다.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 지지도가 높으면 국민은 세금도 더 내야 하는지 우선 묻는다"면서 "100대 과제를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를 했지만 재정확보를 할 수 없는 100대 과제는 '장밋빛 빌공자(空)' 공약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주선 위원장은 "이런 점에서 사전에 재원조달 방법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100대 공약, 100대 과제를 이렇게 서둘러서 발표한 정부의 자세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아무리 공약의 내용이 아름답고 또 필요하다 할지라도 재원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의미가 없는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도 마찬가지다. 전날 바른정당은 이종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세금을 더 걷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한지 하루 만에 세금을 걷어야겠다는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정부여당의 이런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하겠는가"라면서 "그것을 또 '부자 증세'라는 말로 포장해 비난과 반발을 적당히 피해가 보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야당이 문재인 정부의 부자 증세 방침을 맹비난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이미 대선 과정에서 '부자 증세'를 공약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현재의 법인세 3단계 누진제를 4단계로 고치고,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소득세 최고세율에 대한 과세구간 변경을 약속했다.

또한 이번 법인세 인상 논의는 후보시절 관련 공약에 못미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세표준 500억 원이 넘는 기업 소득에 대해 25%의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법인세 증세 논의는 과세표준 2000억 원이 넘는 초대기업에 한해 25%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의 의견은 야당의 입장과는 달랐다. 부자 증세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전국 성인 5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기업·부자 증세 방안에 대한 여론조사(응답률 5%,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4.4%p)에서 증세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85.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10.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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