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백악관등은 한국 정부의 대북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회담 제안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평가가 한국 주요 언론 등에서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지금은 대화보다 강력한 제재를 할 시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18일 남북회담 개최 제의에 미국 백악관이 "지금은 대화 조건과 거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인 데 대해 미국이 우리측의 사전설명을 통해 회담제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한 상태였다고 밝혔다<연합뉴스 7월 18일>.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남북 회담 제안에 대해 미국 등 주요국들에 대해 사전에 설명한 바 있다"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주요국들이 충분한 이해가 있었다"고 말하고 이어 사전 협의 과정에서 남북회담 제의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이 우리 정부와 같았다고 답했다.

조준현 대변인의 외교부 브리핑 (사진=연합뉴스)

한미 두 나라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소리를 하는 것으로 언론에 비춰지고 있는 애매한 상황이다. 언론 보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드리면 둘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어느 쪽이 진실일까? 진위를 가리기 위해 우선 미국 정부와 한국 새 정부의 그간 행적부터 살펴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이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면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과정에서 대북 선제공격과 같은 무력 사용은 그로 인한 남쪽 등에 재앙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선택 사항에서 제외했다. 트럼프는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초강력 군사적 조치 등을 취했지만 동북아의 특성 상 한반도에서의 무력 사용은 불가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비춰진다.

미국 정부의 이런 변화를 문재인 대통령이 파고들어 북의 도발에는 강력 제재하지만 대화와 인도적 지원을 병행하겠다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대화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면서 동시에 북 핵과 미사일에 대해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 없는 강력 대응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북에 대해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협상을 동시에 제안한 것이다. 그러자 미국 쪽의 위와 같은 반응과 함께 일본 반대, 중국 찬성의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남측의 대북 대화 제의에 대해 KBS 등 한국의 주요 언론은 미국무부와 백악관의 반응에 무게 중심을 주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다. 미국무부 등의 반응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화 제의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편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2017년 7월 18일자 KBS 뉴스9 (화면 캡처)

이들 언론은 관련 보도 기사의 배치와 강조점, 관련 전문가 논평 등을 통해 박근혜 정부 시절의 남북 대화론에 퍼붓던 비판 일색의 논조를 쏟아내고 있다. 촛불혁명에 이어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주요 언론의 남북보도, 적폐 청산 보도는 과거의 부정적인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 언론 대부분은 미국이 반대한다는 사실만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그런 미국의 태도가 갖는 의미, 타당성 여부 등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이런 보도 태도는 과거 대북 제재 일변도의 한미 태도를 무결점의 최상의 기준으로 삼는 듯한 냉전적 보도 태도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한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미국의 시각을 모범답안으로 삼아 전적으로 미국적 시각에서 사태를 분석, 평가하는 태도를 취하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정책이나 전략이 갖는 한계,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거의 없다. 한반도 당사자와 미국의 시각은 다를 수 밖에 없는데도 미국의 대변인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반미는 친북이라는 국보법에 순치된 언론의 불행한 모습이기도 하다.

국내 대부분의 언론 보도 흐름과 달리 남북간 대화는 가능할 것 같은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이 요구 사항의 수위를 높이겠지만 남과의 대화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미국 정부의 남북 대화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어정쩡한 태도에 대한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즉 미국 정부가 속으로는 찬성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고도의 외교적인 제스처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한미 두 정부의 남북 대화에 대한 태도가 서로 다는 평가를 낳게 한 것을 의도적으로 유도한 것이란 추정이다. 즉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외면하는 대신 한국이 그 역할을 맡게 하는 것은 북한 핵에 대해 제재와 대화 병행을 주장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한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공동 언론 발표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은 한국, 일본 등과 군사동맹체계를 갖춰 동북아 전략을 수행하고 있으나 중국, 러시아가 북핵 문제에 대해 평화적 해결과 함께 사드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 공동 대응하는 양상이다. 미국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특히 오바마 정권의 의료 보험제도를 폐기하려다 공화당 의원들의 반기로 좌절되고 러시아 스캔들로 인한 탄핵론 부상 등으로 심각 위기를 맞고 있어 선제타격과 같은 모험적인 대북정책을 전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이후 북한 핵 문제에 중국이 책임이 있다는 식의 논리에 강력 반발하면서 북핵 문제는 북미간 문제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이어 북한의 정권 붕괴를 야기할 원유 공급 중단 등은 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중국은 한미 두 나라가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하는데 대해 중국 환구시보의 기사 등을 통해 ‘북한이 안보를 보장받지 않는다면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할 수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붕괴와 같은 급변 사태를 초래할 대북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미국도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 조치가 갖는 한계를 현실적으로 수용했을 경우 남측의 대북 대화를 반대만 할 수는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북한 경제의 전면적인 봉쇄가 아니라 핵과 미사일 자금과 관련된 것에 국한하고 정상적인 무역과 인도적 지원, 주민 생활에 재앙적 피해를 미칠 조치는 예외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국내법에 의해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하는 것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과의 대화는 불가하다는 점을 내세우는데 이는 제국주의적 우월주의에 입각한 비타협적 태도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미국이 자신의 체면을 세우려 하면서 대화는 한국이 맡는 식으로 교통정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간에 대화가 시작된다 해도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북이 핵 문제는 북미간 협의사항에 속한다고 선을 그을 가능성이다. 북이 핵 보유국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남측이 면밀히 대응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남북 관계 복원이 힘들 가능성도 크다.

한국이 대화의 폭을 넓혀 유엔의 대북제재의 예외 사항을 주목해 5.24조치 해제, 개성공단 재개를 시도하면서 남북경제 공동체 추진 등을 모색할 필요가 크다. 중장기적으로 남북신뢰관계를 강화하면서 6자 호담 재개와 같은 국제적 공론의 장을 활성화 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 남북의 대화는 시작되어야 한다.

고승우 이사장은 1980년 합동통신(현 연합뉴스) 해직 언론인으로<말>지 편집장, <한겨레신문> 부국장, <미디어오늘> 논설실장, 한성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6.15언론본부 정책위원장, 방송독립포럼 공동대표,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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