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증세' 화두를 던졌다. 문재인 정부 5개년 100대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터놓고 토론을 통한 증세가 필수적이라는 취지다. 오늘부터 진행될 문재인 정부의 첫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 화두가 다뤄질지 관심이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연합뉴스)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김부겸 장관은 "재원의 세입 부분에서 경제규모가 늘어나 한 60조 원 정도 세금이 더 걷힐 것 같다고 보고된 것 같다"며 "대통령께서는 후보 시절 소득세율 최고구간을 조절하겠다고 했고, 법인세율에 대해서도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너무 약한 것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김부겸 장관은 "정부 주장대로 좀 더 나은 복지를 하려면 형편이 되는 쪽에서 소득세를 조금 더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좀 더 정직하게 해야 한다"면서 "법인세 인상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 지속적으로 얘기했고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부겸 장관은 "이제 국민들에게 정직하게 얘기하고 솔직하게 토론을 요청해야 한다"면서 "새 정부의 재정운영의 큰 계획을 짜는 자리인 만큼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정기획자문위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제시하면서 법인세, 소득세 인상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겠다"며 입장을 유보한 바 있다. 이에 김부겸 장관이 오늘부터 진행되는 문재인 정부 국가재정전략회의에 다시 증세 화두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7 국가재정전략회의 첫날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오른쪽은 이낙연 국무총리. (연합뉴스)

사실 한국이 법인세 명목세율이 낮은 국가는 아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행한 <조세의 이해와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지방세와 부가세를 포함한 법인세 명목최고세율 평균은 2016년 기준 24.8%다. 한국의 법인세 명목최고세율은 24.2%로 OECD 평균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 19위다.

그러나 실효세율은 다르다. 국회 예산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결손기업을 제외한 법인세 신고 기업의 평균실효세율은 16.1%다. 비과세를 비롯해 각종 감면 혜택이 실효세율을 크게 낮추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6일 연합뉴스는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의 옥스퍼드 대학 기업조세센터 자료 인용 분석 결과를 인용해 한국의 법인세 실질 부담이 OECD 최저수준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강병구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8%로 OECD회원국 평균 21.8%보다 낮은 수치였고, 소득 한 단위가 증가했을 때 추가로 증가하는 법인세 부담을 나타내는 한계 실효세율은 7.19%로 OECD에서 세 번째로 낮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법인세의 누진세율에서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해 실효세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의 3단계 누진제를 4단계로 고쳐 과표 500억 원이 넘는 기업 소득에 대해 25%의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재, R&D세액공제 등을 정비해 감면혜택을 줄여 실효세율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소득세의 경우 문재인 정부는 5억 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최고세율 40%를 3억 원으로 낮추는 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과세구간 변경과 함께 최고세율 42% 인상을 공약한 바 있는데, 일단 세율 조정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후보자 시절 "세입확충을 위해서는 세율 인상보다는 자본이득, 금융소득을 포함한 고소득·고액자산가에 대한 과세 강화, 대기업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 21일 양일에 걸쳐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해 국정기획위가 제안한 100대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재원조달 방안 논의에 착수한다. 이번 회의에는 문 대통령과 전 국무위원, 17개 정부부처 실장, 여당 대표 등이 참석한다. 회의 결과는 각 부처가 공유하고 책임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