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의 헝그리 정신에 위배되는 고급스러운 스케줄이기 때문이다. 3박 5일의 일정으로 3주차 분량을 빼냈으니 질량도 떨어졌다. 또한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 사이판 준 프로선수팀과 경기도 해서도 안됐다. 도대체가 그동안 국내 프로야구 감독들로부터 받은 교육을 무색케 하는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노출시켰을 따름이다. 천무 사이판 전지훈련을 보면서 갖게 된 불만은 도대체 이들은 언제까지나 처음 모습을 반복할 것일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물론 이해는 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조련사랄 할지라도 하루 벼락치기로 백지에 가까운 선수들의 기량이 단번에 좋아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잘하게 된다면 야구란 종목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목표를 상실한 천무 선수들의 게임에 임하는 자세와 처음과 별 차이 없어진 얇은 선수층에 있다. 영화와 드라마 추노 촬영으로 임창정은 아예 휴가를 떠났고, 오지호 역시 사이판 일정을 다 소화해낼 수 없었다.
한편 천무의 혹독한 겨울나기를 지탱해줄 꿈의 구장 기금 마련을 위해 추노에 보조출연자로 나간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추노의 인기에 편승해 평소보다 훨씬 높은 시청율을 보이기는 했지만 국내 예능 최초로 드라마에 기생한 기이한 기록을 남겼다. 제작진 스스로 추잡(推雜, 推job)이라고 이름 붙인 천무의 추노 보조출연은 제목 그대로의 인상을 남겼다.
일반 보조출연자들보다 좀 더 받았다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출연료를 받고 푼돈을 벌러 간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들 때문에 하루 일거리를 빼앗긴 8명의 보조출연자들은 하소연할 곳도 없이 어디서 깡소주나 들이키지 않았을까 모를 일이다. 그뿐 아니다. 사실 추잡은 천무가 아니라 남자의 자격이 했어야 딱 맞는 아이템이었다. 전투기 조정부터 타이어 갈아끼우기까지 온갖 것 다하는 남자의 자격이 추잡을 하면 그것은 맞는 일이고, 재미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하늘, 김창렬은 촬영팀에 특히 곽정환 감독에게 민폐까지 끼치는 모습들을 자주 보여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추잡 부분에서 충분히 보여주었듯이 대길과 언년이 만나는 6분가량을 찍기 위해 하루 종일을 쏟아 붓는 긴장감이 고조된 세트장에서 보조출연자의 본분을 망각하고 감독에게 들이대는 모습들은 정말 추한 장면이었다. 왜 사서 그런 꼴을 당해야 했을까? 기왕 갔다면 좋은 모습을 담아왔어야 했다.
정말 꿈의 구장을 위한 것이라면 차라리 보조출연이 아니라 자신들의 출연료를 내는 편이 어땠을까? 남의 일자리 뺏고 겨우 푼돈을 벌기 위해 비교가 되지 않는 하루 제작비를 날린 천무 제작진의 추노 따라잡기 추잡(추job)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시청률은 올랐으니 제작진으로서는 만족할지 모르겠으나 지루한 사이판 원정까지도 본방사수한 시청자의 입장으로서는 불쾌감을 느껴야 했다.
농부는 보릿고개에도 종자를 끓여먹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동절기 버티기가 어렵다 해도 자기 정체성에 벗어나는 마구잡이식 행보는 시청자와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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