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제안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대해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이 재원 문제를 빌미로 공세에 나섰다. 이러한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의 행보에 섣부른 비판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오후 2시 국정기획위는 문재인 정부에 100대 국정과제를 담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공식 제안했다. 100대 국정과제는 국정기획위의 제안으로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의 뼈대에 해당된다. 인수위가 없는 상황에서 국정기획위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인수위의 역할을 수행했으며 당정청 협의 등을 통해 약간의 변화가 있더라도 정책 방향성의 큰 틀이라는 측면에서는 일관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왼쪽)와 홍준표 대표.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대해 재원 계획이 없는 선심성 공약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2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우택 원내대표는 "100대 과제를 추진하려면 178조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면서 "재원에 대해서는 재원 무대책 발표가 아닌가 걱정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금처럼 오로지 쓰고 보자는 정부의 행태로 볼 때 어떻게 돈을 마련할 지에 대한 구체적 대안 제시가 없다"면서 "앞으로 최저임금을 올려서 정부 지원을 하겠다는 구상과 공무원 추가 채용을 통해 인건비나 추가 재정 부담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대한 액수에만 맞췄다고 보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20일자 조선일보 사설.

보수언론도 자유한국당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일자 조선일보는 <선심 국정과제에 178조 원, 국민 세금을 물 쓰듯> 사설에서 "정부는 19일 국정 임기 5년 동안의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재정 178조 원을 투입해 이를 실행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대선 공약으로 발표한 것 가운데 일부를 손질했지만 큰 돈이 들어가는 정책들은 대부분이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비용이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이라면서 "정말 178조 원으로 되는지 의문"이라고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공무원 증원, 지초연금 및 장애인 연금 인상, 병사 월급 인상, 아동수당 신설 등을 언급하며 "이런 비용은 다 경직성이어서 한번 올리면 내릴 수도 없다. 이 정부가 생색 내고 임기 끝나면 그만인 문제가 결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정부가 비과세·감면 축소 등 사실상 증세를 해서 문재인 정부 5년간 60조 원의 초과 세수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면서 "국민 부담이 60조 원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속에 많은 고통이 있을 것"이라면서 "새 정부는 그걸로 선심 정책을 편다고 한다. 국민 세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과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0일자 중앙일보 사설.

같은 날 중앙일보는 <개개인의 삶을 국가가 다 책임질 수는 없다> 사설에서 "5개년 계획은 국가 운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향후 국정 운영의 평가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면서도 "문제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5년간 178조 원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재원 마련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증세에 대한 언급을 애써 자제했던 대선 공약에서 별로 나아가지 못했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와 뭐가 다르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새 정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민감한 증세 이슈를 뒤로 미룬다는 분석까지 나온다"면서 "발 먼저 시원하게 뻗어 보고 누울 자리를 만드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의 지적에 섣부른 문제 제기란 반론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장 오늘부터 100대 국정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정책 논의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부터 이틀 간 첫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한다. 이 자리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전 국무위원과 여당 대표가 참석해 당정청 협의의 성격도 가진다. 이전 정부와 달리 17개 정부부처 실장 등이 함께 배석해 회의 결과를 각 부처가 공유하고 책임 이행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문재인 정부의 재원배분, 재정개혁, 지출 구조조정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새 정부의 재정정책방향' 세션과 핵심 국정과제에 대한 분야별 재정 정책을 논의하는 '주요 분야별 재정투자방향' 세션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을 적극 구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의 재원대책 의구심 제기에 '섣부른 문제 제기'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소한 국가재정전략회의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제기는 그 이후에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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