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연예계 최대 이슈는 서현이었다. 우리결혼했어요(아래 우결)에 서현, 정용화 커플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고 연이어 촬영현장까지 널리 퍼져서 누리집은 서현 팬들의 비명과 탄식으로 가득 찼다. 분노 수준으로 발전한 서현 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서현의 우결 출연에 강항 거부감과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디시인사이드 서현갤러리의 한 유저가 만든 SM비판 랩은 순식간에 누리집에 퍼져 공감을 얻기도 했다.

이는 신데렐라 맨의 윤아 키스신,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에서 제시카의 키스신보다는 훨씬 약한 강도임에도 불구하고 소녀시대 팬들의 낙담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커서 모든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서현, 용화 커플의 우결 촬영장면까지 널리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서현쇼크로 인해 2AM의 '죽어도 못 보내'가 더 많이 호응을 받았다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이렇듯 서현쇼크가 크게 발발한 데는 몇 가지 이유들을 정리할 수 있지만 그것들조차 결국 하나로 걸러지게 된다. 서현이 가진 순수 이미지 탓이다. 데뷔 후 줄곧 지켜온 순수이미지가 깨질 것에 대한 팬들의 노심초사는 많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그런 반향들로 인해 서현 팬들의 무너지는 억장과는 상관없이 우결과 SM 입장에서 방영 전 마케팅 효과는 최대한 끌어올렸다.

▲ 서현의 우결 출연을 부정하고 싶은 팬들의 심정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진. 왼쪽이 원본이고 오른쪽이 정용화를 지운 서현 팬의 수정 사진이다.
그런데 과연 서현의 우결 출연이 위험한 것일까? 최근 우결의 원톱 가인,조권의 아담부부가 키스신 몰래카메라로 시청자들을 애닳게 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서현,용화 커플에게 같은 시나리오를 가져갈 것이란 예상은 하기 힘들다. 설혹 그런다 할지라도 그것이 서현의 순수함이 깨지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비슷한 시기 윤아는 신데렐라 맨에서 권상우와 입맞춤을 했다. 그로 인해 윤아가 순수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윤아는 되는데 서현만 안 되는 법은 없다.

서현 쇼크를 지켜보면서 도달한 결론은 SM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반발과 저항이 클지라도 앞으로 서현과 소녀시대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성장통이라는 점이다. 어차피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 지금처럼 커다란 이슈가 될 때가 적절한 타이밍이다. 게다가 아이돌 멤버들에게 의무처럼 강요되는 예능감이란 부분에서 분명 부족함을 보여 온 서현에게 현재 우결만큼 만만한 포맷도 없다.

SM은 결코 마케팅이 부족하거나 즉흥적인 모험을 할 구멍가게가 아니다. 1월 28일 컴백 후 급등한 SM의 주가가 말해주듯이 소녀시대는 현재 SM을 전적으로 지탱하고 있다. 소녀가장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거대 기획사 SM이 주력 그룹에 섣부른 모험을 감행할 리가 없다. 서현이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언니들 사이에 묻혀온 존재를 드러낼 시기와 방법에 대한 다각적 검토 끝에 나온 결정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SM의 판단과 결정이 반드시 적중할 것이라고는 말할 수도 없고,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본다면 지금 이 시기가 아니라면 서현이 가수 외적인 부분에서 급상승할 카드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서현의 우결반대 여론의 많은 부분이 상대역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사실 씨엔블루 구설수에 정용화가 직접 책임질 부분은 아직 없다는 점에서 선입견이 크게 작용한 것일 수 있다.

한편 소녀시대 팬덤의 낙담과는 사뭇 다른 정용화 팬덤의 반응이 흥미롭다. 이를 두고 갓 데뷔한 정용화가 손해 볼 일 없다고 일축하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반드시 그렇게만 볼 것도 아니다. 보통 팬덤의 질투는 여자 쪽이 훨씬 더 심각하다. 팬덤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정용화 갤러리는 당연히 여성팬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서현을 욕하는 유저를 찾아보기란 좀처럼 어려운 일이다.

예뻐서 적이 많은 소녀시대는 여성들로부터 많은 질투를 받아도 보통 서현은 예외였지만 우결 출연에도 이 여성팬들은 약간 슬퍼할 뿐 서현이 예쁘고 착하다는 칭찬이 대부분이다. 남성 아이돌을 좋아하는 여성팬으로서는 대단히 의외의 반응이 아닐 수 없다. 우결 쇼크에도 불구하고 침착함을 유지한 정용화 갤러리는 디시인사이드에서 또 다른 청정갤러리로 불리게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커플링 사건이다. 정용화가 우결로 인한 커플링을 끼고 있다는 글이 뜨자 그에 달린 반응 중 유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그것을 모두 단체로 끼자는 제안이었다. 기발하고 귀여운 발상이다. 윤아와 옥택연 커플링 루머에 대한 반응과 천양지차를 보였다. 정용화 팬들이 이렇다면 서현으로서는 안티에 대한 걱정도 일단 접고 시작할 수 있어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까지 예상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서현이기에 가능한 성과임에는 분명하다. 또한 소녀시대 팬덤에서도 서서히 우결 출연을 현실로 받아드리고 응원하자는 분위기로 정리되어가고 있다. 이제 서현이 우결을 통해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많은 장점과 매력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만 남았다. 그렇다고 앞서의 황정음, 김용준 그리고 지금의 아담부부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욕심낼 필요는 없다.

다분히 소심한 서현이 그동안 언니들이 배려해주지 않으면 먼저 말하려 하지 않았던 아주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이다. 그저 순수하다는 이미지 하나만으로 연예인으로 살아가기란 버거운 일이다. 이번 우결을 무사히 마친 후 그리고 또 언젠가 피할 수 없는 소녀시대 이후의 활동을 위한 서현에 대한 인식의 씨앗만 뿌려도 충분하다. 더 이상 막내가 아닌 서현 그 자체의 존재를 당당히 알리면 될 것이다.

▲ 송승헌 보다 고구마가 좋다는 서현은 우결을 통해 한결 자란 모습으로 대중에게 인식될 것이다.
애초에 소녀시대는 종합 엔터테이너 그룹으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이미 오래전부터 태연, 써니, 유리, 티파니, 수영은 방송활동을 고정으로 했거나, 하고 있으며 제시카도 뮤지컬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소녀시대 멤버 중 효연과 서현만 개별 활동이 없는 셈이다. 그런 까닭에 올해는 SM이 효연과 서현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서현은 그저 소녀시대 막내로서 만족할 수 없는 새로운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 성격상 예능에서 활동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서현만이 가능한 영역을 개척하거나 발견해야 한다. 전에 그랬다고 미래까지 반드시 그러라는 법은 없지만 보통 아이돌 그룹의 수명으로 보아 서현 역시 소녀시대 이후에 대한 대비를 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서현에게 우결은 방영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일으켰으니 성공(?)적으로 출발한 셈이다. 물론 시작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과 결과이다. 그러나 서현이 가진 이미지와 성품이 그렇거니와 현재 구설수에 휩싸인 정용화를 위해서도 서현.용화 커플의 우결은 상당히 착한 내용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현이 하기 싫고, 못하는 것을 강제할 SM이 못된다. 또한 그것이 현재 원톱 아담부부가 버티고 있는 우결이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차별화 전략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해서 서현의 우결은 순수의 손상이 아닌 완성을 위한 과정으로 보고 싶다. 서현의 우결은 이미 진행 중이고 남은 선택은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한 최선의 노력뿐이다. 그 결과로써 여성 연예인들에게 무작위로 붙여지는 섹시란 단어와 무관한 유니크한 아이콘 하나가 만들어지면 더 좋은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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