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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세경, ‘딱밤’으로 청승 벗나[하재근의 TV이야기]
하재근/문화평론가 | 승인 2010.02.19 15:05

<지붕 뚫고 하이킥> 105회에서는 세경의 캐릭터 변화가 예고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안 그런 것 같기도 한 이야기가 전개돼서 궁금증을 낳았다. 과연 어느 쪽일까?

예전 글에서 세경의 이야기가 너무 우울한 쪽으로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몇 번 피력한 적이 있다. 하지만 몇 차례의 애틋한 성장통으로 끝났으면 했던 세경의 우울한 사랑 이야기는 그 후로도 끊임없이 나와서, 급기야 ‘청승 세경’이라는 달갑잖은 별명까지 생기고 말았다. 듣기 좋은 노래도 한두 번이라고 마치 시린 첫 눈처럼 신선하고 애틋했던 눈물이, 지겨운 청승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 105회는 초반에 또다시 청승맞은 이야기를 꺼내는 듯해서 답답했다. 지훈의 부탁으로 커피를 타가지고 간 세경은(커피는 세경의 아픈 사랑을 상징함), 다른 일에 몰두하는 지훈에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커피를 어디에 놓을 것인지 물어봤다. 이때부터 답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경의 상처를 발견한 지훈이 세경의 손을 잡자, 세경은 불에 덴 듯 바로 손을 뺐다. 그러면서 서정적인 배경음악이 흘러나왔다. 세경의 아픈 사랑을 부각시킨 장면이었다. ‘아 또다시 우울 모드인가?’ 본격적으로 마음이 답답해졌다. 처음엔 애틋했지만 이젠 청승맞아 보이니까. 언제까지 세경의 한없이 우울한 얼굴을 봐야 한단 말인가.

   
   

묵찌빠 딱밤으로 주문에서 깨어나다

또다시 답답하고 우울한 에피소드의 반복인 줄만 알았던 <지붕 뚫고 하이킥>은 중반에 반전을 보여줬다. 지훈과 세경의 묵찌빠를 통해서였다.

극 중에서 묵찌빠의 지존인 세경에게 지훈이 도전했다. 이전 정보석의 묵찌빠 에피소드에 나왔던 장난스러운 방식의 묵찌빠였다. 도전자가 격식을 차려 인사를 하면 상대방이 장난스럽게 헛기침을 하며 도전을 받아주는 방식이다.

지훈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눈도 못 마주치며 답답하고 청승맞게 ‘우울모드’로 일관하던 세경이었지만, 지훈의 도전에 ‘에헴’이라고 헛기침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훈에게 딱밤도 못 때리며 소극적이었던 세경은, 점점 긴장이 풀리며 나중엔 지훈에게 도전 인사를 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세경이 정말 모처럼 지훈에게 장난을 건 것이다.

결국 지고 지훈에게 딱밤을 ‘딱!’ 맞은 세경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딱밤을 맞은 세경의 표정을 의미심장하게 오랫동안 보여줬다. 마치 ‘딱!’하는 울림과 함께 세경이 주문에서 깨어나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세경은 ‘오랜만에 아저씨와 편하게 마주보며 웃었다.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순간의 울림이 날 뭔가에서 깨워준 느낌이다.’라고 독백했다. 실제로 그 딱밤을 맞은 후 세경은 지훈에게 자기가 딱밤을 때리겠다며 장난을 걸기도 했다. 여태까지의 세경에게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과연 청승에서 벗어날까?

지훈의 따뜻한 제안에 언제나 답답한 거절로 일관했던 세경. 하지만 그 딱밤 사건 이후 세경은 따뜻한 차를 함께 마시자는 지훈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는다. 둘은 서로 마주 서서 차를 마셨다. 지훈은 세경이 편해 보인다고 말을 건넸다. 아픈 사랑을 상징하는 커피가 아닌, 따뜻한 차를 함께 마신 것이다.

지훈이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하자, 세경은 거절하지 않고 웃으면서 지훈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 전의 답답함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과연 그 딱밤은 세경이 이제 청승캐릭터에서 벗어날 것임을 암시한 사건이었을까? 드디어 세경의 성장통이 끝나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로만 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고, ‘마법의 왕관’이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생각해보면 일회적인 에피소드일 수도 있다. 왕관을 쓰는 순간 제 정신이 아니게 된다는 설정을 빌어, 세경이 지훈에 대한 마음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모든 것이 세경의 마음, 즉 머리의 문제임을 이번 105회 초반에 세경이 스스로 자기 머리를 때리는 모습을 통해 보여줬다. 그리고 머리를 둔하게 만드는 마법의 왕관을 씌워 청승에서 풀려난 세경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면 일시적인 왕관의 마법이란 말인가? 지훈은 마지막에, ‘나중에 왕관 쓰지 말고 묵찌빠 한번 더 하자’라고 제안했고, 세경은 동의했다. 어쨌든 이번 회의 변화에 왕관의 힘이 작용했음을 암시하며 끝낸 것이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성격변화인지 아닌지는 미궁 속에 있게 된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이렇게 또 궁금증을 남기며 한 회를 마무리했다. 개인적으로는 세경이 청승을 벗었으면 좋겠다. 시트콤마저 지나치게 답답하고 우울한 것은 부담스러우니까. 마지막에 세경은 지훈을 보내며 청승맞은 표정이 아닌 미소 띤 표정을 지어보였다. 프로그램은 정음의 장난으로 세경을 안게 된 준혁이 귀엽게 좋아하는 모습을 스틸로 잡으며 끝냈다. 딱 이런 정도의 느낌이면 좋겠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하재근/문화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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