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76명으로부터 1조96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빼돌린 '제2의 조희팔'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의 재판이 종국을 향해 가고 있다.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김 대표의 공판이 2심 결심과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재판 진행 경과와 김 대표의 구속 기간을 감안했을 때 8월 안에는 김 대표의 2심 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 (사진=IDS홀딩스 홍보영상 캡처)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김성훈 대표에 대한 재판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피해자들의 금전적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먼저 해외로 빼돌려진 자금을 추적·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IDS홀딩스가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금액은 1조960억 원에 이르지만,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이 회수한 금액은 910억원으로 김성훈 대표의 금고와 계좌에 남아있던 돈이다. 1조 원의 돈이 '증발'한 셈이다.

김성훈 대표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IDS홀딩스는 4843억 원 상당의 돈을 원금 및 이자 상환에 사용했고, 2562억 원 상당을 모집책들의 수수료 지급에 사용했다. 약 7405억 원의 돈이 투자자 모집과 '돌려막기'에 사용된 것이다.

▲1심 판결문에 기재된 IDS홀딩스 자금 사용처. (사진=판결문 캡처)

또한 IDS홀딩스가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인수하는 데 들어간 금액은 약 609억 원이다. 홍콩 IDS FOREX HK(이하 IDS포렉스) 설립에 352억2000만 원, 인도네시아 누산타라 SECURITIES 인수에 51억3000만 원, 미국 IDS 에너지 설립에 205억6000만 원 등을 사용했다. 국내에서도 29억 원에 인수한 KR선물 등 법인설립·인수에 들어간 돈이 약 229억 원에 이른다. 아울러 IDS홀딩스에서 진행했던 모집책 현금 프로모션, 투자자에 대한 해외여행, 투자기간 연장 프로모션 등에 들어간 돈이 약 601억 원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김성훈 대표가 재판과정에서 진술한 금액을 모두 합쳐도 1조960억 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용처가 확인된 금액은 9754억 원이다. 약 1200억 원의 금액의 용처가 불분명한 셈이다. 김성훈 대표는 진술 과정에서 이 금액에 대해 묻는 질문에 "사용처를 밝힐 수 없는 돈도 있는 법"이라고 끝까지 잔액의 사용처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피해자들의 직접적인 구제를 위해서는 김성훈 대표가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각지로 빼돌린 돈을 찾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선행돼야 할 것이 바로 해외은닉자금 추적이다. 해외로 빼돌린 돈이 차명으로 세계 각지를 떠돌기 시작하면 하나의 계좌로 합쳐질 때까지 자금을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IDS홀딩스 홍보영상에 등장한 IDS FOREX HK 정우만 대표. (사진=IDS홀딩스 홍보영상 캡처)

지난달 12일 홍콩증권선물위는 IDS포렉스의 거래, 처분 등에 관한 일체의 활동을 중단시켰다. 홍콩증권선물위는 "김성훈이 IDS포렉스에 투입한 자본이 범죄수익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IDS포렉스를 통해 범죄수익을 세탁하려는 시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IDS포렉스에서 제3국으로의 자금 이동도 일어났다. IDS포렉스는 인도네시아의 증권중개영업 자회사 PT Royal Investium Sekuritas에 7800만 홍콩달러, 영국의 해외 영토인 케이맨 제도에 위치한 IDS Global Fund Serial SPC - IDS Pacific Value Asset Opportunities Fund FC에 2000만 홍콩달러를 투자했다.

여기에 더해 특이한 점은 김성훈 대표의 진술에 따르면 IDS FOREX HK에 보낸 자금이 약 350억 원에 달하는 데, 홍콩증권선물위가 이 회사에 한국에서 투입된 돈이 1억6500만 홍콩달러(약 240억 원)이라고 밝힌 점이다. 100억 원의 차액이 어디로 증발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IDS포렉스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시급하다.

IDS포렉스의 정우만 대표는 IDS홀딩스의 전신인 2008년 IDS아카데미 시절부터 김성훈 대표와 함께 해 온 인물이다. IDS홀딩스 전반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FX MARGIN TRADING BIBLE의 저자이기도 한 정 대표는 홍콩증권선물위가 IDS포렉스의 거래를 중단시킨 IDS포렉스의 총괄 관리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IDS홀딩스 홈페이지(왼쪽)에는 송진호 씨가 대표를 맡은 KR선물과 대주주로 있는 넥스트알파투자자문을 가족사로 소개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IDS홀딩스 홍보영상에 등장한 KR선물과 넥스트알파투자자문. (사진=IDS홀딩스 홍보영상 캡처)

송진호 KR선물 대표도 IDS홀딩스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다. 송 대표는 한국거래소 출신의 정통 증권맨으로 IDS포렉스에 라이센스를 제공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IDS홀딩스와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송 대표가 IDS홀딩스의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KR선물 부회장 급여 1000만 원이 IDS홀딩스에서 지급되는 등의 정황도 존재한다.

송진호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넥스트알파투자자문의 실소유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송 대표는 단순히 자신이 소유한 회사라는 입장이지만, 김성훈 대표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돈으로 산 회사"라면서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한 바 있다.

▲2016년 12월 설립된 IDS홀딩스 JAPAN의 홈페이지에는 2017년 1월 3억 엔을 증자했으며, 그 중 20%를 IDS FOREX HK가 투입했다고 적혀있다. (사진=IDS홀딩스 JAPAN)

IDS포렉스 외에도 일본에 설립된 IDS홀딩스 JAPAN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된다. 공교롭게도 IDS JAPAN은 2개가 존재한다. 하나는 2015년 6월 설립된 IDS홀딩스의 일본 지사로 김성훈 대표는 2016년 6월 IDS홀딩스 JAPAN의 설립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바 있다.

또 다른 IDS홀딩스 JAPAN은 김성훈 대표가 구속된 이후인 2016년 12월에 설립된 회사다. 이 회사는 2017년 1월에 자본금을 3억 엔으로 증자하는데, IDS포렉스가 증자액의 20%인 6000만 엔을 IDS홀딩스 JAPAN에 투입했다. 김 대표 구속 이후에도 해외에서 IDS홀딩스의 자금이 이동한 것이다.

IDS홀딩스 사건을 추적해온 약탈경제반대행동 운영위원 이민석 변호사는 "범죄행위로 취득한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기 때문에 김성훈 대표와 홍콩에 있는 IDS포렉스 경영진을 전원 조사해야 한다"면서 "지금 밝혀진 것은 홍콩 하나이지만, 일본과 베트남 등 관련 회사들을 모두 조사해서 은닉자금을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성훈 대표와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임주하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메디치프라이빗에쿼디에 은닉된 자금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는 IDS홀딩스로부터 3억3000만 원으로 수수한 변웅전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사내이사, IDS홀딩스의 고문변호사를 지낸 조성재 변호사가 사외이사 겸 고문변호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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