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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해'의 애끓는 눈물이 터진 <추노>[하재근의 TV이야기]
하재근/문화평론가 | 승인 2010.02.18 16:03

그동안 <추노>는 속도감과 박진감으로만 부각됐었다. 멜로코드에도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할애했었지만 그때마다 비난을 들었을 뿐이다.

장혁의 애절하고 꿈결 같은 사랑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다해를 아름답게 표현한 것은 그녀를 수렁에 밀어 넣었을 뿐이고, 오지호와 이다해의 사랑이 발전되어 가는 과정은 이 둘을 함께 수렁에 밀어 넣었다.

작품은 계속 해서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을 부각시키고 싶어 했지만, 그것이 전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애절한 사랑의 중심축이어야 할 이다해가 비난의 중심축으로 전락한 것이 뼈아팠다. 오로지 이다해만을 생각하며 악귀처럼 추노행각을 벌이는 장혁의 안타까운 정서도 그다지 전달이 안 됐던 것이 사실이다. 장혁은 안타까운 사람이라기보다 ‘복근의 사내’로만 인식됐었다.

그랬던 <추노>에 멜로의 격동이 찾아온 것이 바로 지난 주의 12회였다. 장혁이 마침내 이다해를 찾았을 때, 그때 장혁의 충격이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천신만고 끝에 찾은 이다해는 이미 다른 남자와 함께인 상태, 장혁은 그것을 돌이킬 수 없는 혼인 관계라고 오해를 하고, 이다해가 자신을 이미 잊었다고 오해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장혁이 이다해를 며칠만 일찍 찾았어도 이런 오해는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 안타까움이 절절히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도 좋지만, 이렇게 사람의 가슴을 치는 멜로까지 살아나야 좀 더 깊숙한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 12회 마지막에 <추노>는 그런 가능성을 보였다.

   
   

너무나 안타까운 이들의 만남

이번 주 13회에선 이다해가 그랬다. 12회에서 장혁이 혼자 이다해를 봤다면, 이번 주엔 이다해가 장혁을 봤고 마지막엔 드디어 둘이 서로를 봤다. 무려 13회 만에 이 둘이 만난 것이다.

그 충격과 안타까움은 엄청났다. 이다해는 장혁과 헤어진 후 그가 죽었다고 믿으며 절을 짓고 그의 명복만을 빌면서 살아왔다. 혼례식장에서 도망쳐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운명의 장난으로 엉겁결에 오지호와 혼례를 올리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이다해의 마음속엔 장혁이 있다.

이다해는 이미 돌이키기 힘든 지점까지 나아갔고, 장혁은 그런 이다해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기막힌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나기까지 그동안 장혁은 악귀가 되어 팔도를 누벼야 했다. 절로 애타는 탄식이 나오는 만남이었다. 그 순간 정서적인 몰입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남녀 주인공의 안타까운 만남이라는 설정으로는 근래 보기 드물게 비극적이었다. <선덕여왕>도 이런 식의 안타까운 멜로 정서를 시청자가 느끼도록 하기 위해 덕만과 유신, 비담을 이리 저리 엮으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표현했지만 시청자의 냉소를 받았을 뿐이었다. <추노>도 그동안 비련의 여주인공인 이다해에게 냉소만 쏟아졌을 뿐이었지만, 13회에 이르러 제대로 안타까운 정서가 전달되는 데에 성공했다.

   
   

이다해의 눈물이 가슴을 치다

무엇보다도 이다해의 연기가 제대로 표현된 것이 반갑다. 그동안 <추노>가 이다해를 비현실적으로 예쁘게 표현하고, 또 역동적인 남성 캐릭터들에 비해 수동적인 캐릭터로 표현하는 바람에 그녀는 욕은 욕대로 먹고 연기력까지 의심받았었다.

13회 마지막 장면, 이다해가 장혁을 발견할 때에 이르러 <추노>는 처음으로 이다해에게 연기다운 연기를 맡긴 것 같다. 지금까지 이다해는 남성들에게 보이는 캐릭터였는데, 여기선 그녀가 시선의 주체로 나온 것도 좋았다. <추노>에서 고속 촬영으로 부각되는 건 대체로 남성캐릭터들이었는데, 여기선 모처럼 이다해가 고속 촬영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리하여 이다해의 정서가 강렬하게 부각됐다.

경악, 애틋함, 절절함, 회한 등으로 점철된 이다해의 막판 눈빛 연기는 지금까지의 연기력 비난을 날려버릴 만큼 애절했다. 작품이 이다해에게 기회를 안 줬을 뿐이지, 그녀는 사실 연기력을 비난받을 만한 배우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동안 이다해를 향한 과도한 비난들에 안쓰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다해의 한이 서린 듯한 눈물은, 그야말로 ‘가슴을 데인 것처럼, 눈물에 패인 것처럼,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제대로 표현된 것이었다. 둘의 눈이 마주칠 때 심장이 격동했다. 이런 정도의 정서표현이 계속 된다면 이다해는 작품 초기에 입었던 상처를 모두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추노> 작품으로서도 민초들의 역동성과 박진감을 유지하면서 이런 절절함까지 덧붙일 수만 있다면 후반 2차 도약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애끓는 눈물로 살아난 이다해가 반갑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하재근/문화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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