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TV조선의 메인뉴스 <종합뉴스9>을 진행하고 있는 전원책 변호사의 편파적인 앵커 멘트에 TV조선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기자들의 강한 반발에 애초에 예고된 참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TV조선 기자 80명은 13일자 종합뉴스9 전원책 변호사의 오프닝, 클로징 멘트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전 변호사는 오프닝 멘트에서 "요즘 뉴스 중에 궁금한 게 있다. 정유라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꿔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출석했냐는 것"이라면서 "석연치 않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사회부 기자들에게 검찰과 정 씨 간에 뭔가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 취재 좀 잘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가 무죄가 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도 무죄가 된다"고 주장했다.

▲13일자 TV조선 종합뉴스9 클로징 멘트하는 전원책 변호사. 뒤쪽 그림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TV조선 보도화면 캡처)

클로징 멘트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 취소와 관련 "정권이 바뀌었다고 전직 대통령의 우표 발행을 취소하는 것은 너무 옹졸한 처사"라면서 "저세상에서 요즘 몹시 마음이 괴로울 박정희 전 대통령님, 송구스럽다는 말씀 올린다"고 말했다.

TV조선 기자들은 전원책 변호사의 멘트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TV조선 기자들은 전 변호사가 취재기자가 보고한 적도 없는 일방의 주장을 멘트화 했으며, 결론을 내려놓은 취재 지시를 하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결론을 정해 놓은 취재 지시와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 관련 멘트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문제도 제기했다.

TV조선 기자들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야근보고를 작성했으나, 주용중 보도본부장의 지시로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 본부장은 "오프닝과 클로징 모두 전원책 변호사가 아닌 내가 쓴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의 내부의 문제제기에 대해 '예고된 참사'였다는 반응이 제기된다. 사실 기자 경험이 없는 전원책 변호사가 메인뉴스의 앵커를 맡을 당시부터 비전문 인력이 방송뉴스의 중요 역할을 하는 앵커를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앵커는 단순히 시청자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본인이 직접 뉴스를 진행하기 전에 기사를 보고 잘못되거나 수정할 부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뉴스 앵커는 경륜 있는 기자가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이번 TV조선 사태를 비춰보면 전원책 변호사가 앵커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주용중 본부장의 해명대로라면 전 변호사는 주 본부장이 적어준 오프닝, 클로징 멘트를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수용했다. 앵커의 역할은커녕 써준 것을 읽는 '앵무새' 역할을 하다 사단이 벌어진 셈이다.

또한 주용중 본부장이 전원책 변호사의 앵커멘트를 자신이 작성했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기자인 주 본부장이 정치 편향적인 멘트를 작성한 것 자체가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인 공정성, 객관성 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앵커는 뉴스를 편집, 전달하는 과정에서 걸러주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도, 편집담당자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앵커는 현장에서의 기자적 능력, 자질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전원책 변호사의 경우 법을 전공한 데다 기자 경력도 없는 비전문가로,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면서 "주는 대로 읽어내는 얼굴마담 역할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진봉 교수는 "뉴스의 원래 목적은 편향성 없이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라면서 "이런 식이라면 TV조선의 뉴스 프로그램은 정치적 견해 발표를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공정성과 객관성은 보도 기능 평가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런 식이라면 과연 TV조선이 보도 기능을 할 능력이 있나 근본적인 의구심이 제기될 정도"라면서 "취재 방향을 정해 놓고 이렇게 취재하라는 등의 지시와 편향적인 멘트는 저널리즘이 아닌 선전, 선동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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