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TV조선 취재기자 80명이 메인뉴스 앵커 전원책 변호사의 멘트에 대한 비판을 제기해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3일 전원책 변호사는 메인뉴스 오프닝 멘트에서 정유라 씨의 특검 증인 출석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전 변호사는 "요즘 뉴스 중에 제가 궁금한 게 있다. 어제 정유라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꿔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출석했느냐는 것"이라면서 "특검은 본인 뜻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새벽 5시에 비밀작전 하듯 승합차에 태워 데려온 것부터 석연치 않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TV조선 종합뉴스9을 진행 중인 전원책 변호사. (사진=TV조선 캡처)

전원책 변호사는 "사회부 기자들에게 검찰과 정 씨 간에 뭔가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 취재 좀 잘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분명한 것은 특검이 지금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가 무죄가 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도 무죄가 된다"라고 주장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같은 날 클로징 멘트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 취소와 관련해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의 우표 발행을 취소하는 것은 너무 옹졸한 처사"라면서 "저세상에서 요즘 몹시 마음이 괴로울 박정희 전 대통령님, 송구스럽다는 말씀 올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친박' 편향적인 전원책 변호사의 멘트에 TV조선 기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TV조선 기자 80명은 "새벽 5시 출발, 특검의 긴장,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무죄 가능성까지 팩트 없이 일방의 주장을 담은 내용"이라면서 "TV조선 취재기자는 위와 같은 내용을 보고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TV조선 기자들은 "전원책 변호사는 '정유라 씨가 변호인 상의 없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재판에 출석한 것은 불법이다. 뉴스에서 다루고 싶다'고 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면서 "결론을 내려놓은 취재 지시가 왔다. 팩트가 아니기 때문에 진실을 밝혀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TV조선 기자들은 "결론을 내려놓은 취재를 지시받고, 이름을 걸고 부끄러운 기사를 써야 하고, 오프닝 멘트에서 거론되는 모욕을 왜 감수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면서 "앞으로 전원책 변호사의 개인적인 의혹 제기나 사적인 의견을 TV조선 기자들이 취재해야 하는 지도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TV조선 기자들은 박정희 기념우표 관련 멘트와 관련해서는 "주용중 본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과가 있고, 이 때문에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 다양한 시각이 우리 TV조선에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면서 "TV조선 메인뉴스를 개편하면서 회사는 기자들에게 '건전보수' 아이템을 요구했다. 건전한 앵커멘트인지 다시 한 번 묻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TV조선 기자들은 "위 사안에 대해 어제 밤 TV조선 기자협회 단체방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에 오늘 회의에서 주용중 본부장은 '오프닝과 클로징 모두 전원책 변호사가 아닌 내가 쓴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사실이라면 더 큰 충격이다. 기자인 보도본부장이 팩트가 아닌 멘트를 직접 쓰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송구하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 보도본부 야근보고가 주용중 본부장의 지시로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삭제된 야근보고에는 전원책 변호사의 '사회부 기자들에게 취재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제대로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는 멘트와 관련해 "TV조선 보도본부 전체를 비하하고 모욕하는 발언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또한 박정희에게 송구스럽다는 멘트에 대해 "클로징 멘트 역시 편향적인 사견으로 보여진다"는 기자들의 평가와 함께 "종합뉴스9은 보도본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시간임을 명심하고, 앵커 멘트 작성 시 무거운 책임감과 소속감을 갖기 바람. 또한 최소한의 객관성과 공정성, 중립성을 지켜주길"이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 기자들은 "우리는 지난해 어렵게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개편을 하면서 달라지리라 희망했다"면서 "하지만 오히려 편향된 뉴스 분량이 많아졌다는 게 구성원 대다수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TV조선 기자들은 지난해 7월부터 '박근혜 국정농단'을 최초 보도하고 모든 기자들이 똘똘 뭉쳐 의미 깊은 많은 특종을 하고도, 이제는 우리가 보도했다는 언급조차 통제 당하고 있다"면서 "회사는 이를 'TV조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TV조선 기자들은 "편향되며 공정하지 않은 이 정체성을 지키고자, 언론인으로서 지켜야할 자존감은 물론 재승인 탈락이라는 '생존권'까지 위협받아야 하는지 답해달라"면서 "사실에 근거한 해명과 기자들에 대한 사과, 재발 방지책을 듣고 싶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언론사의 정체성은 진실을 보도하는 일이다. TV조선은 언론사"라면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청자를 위한 부끄럽지 않은 뉴스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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