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수행 운전사들에게 폭언한 녹취 파일이 공개되며 ‘갑질 논란’이 들끓고 있다. 이번 사건을 폭로한 종근당 전 운전기사 A씨는 “종근당은 병 주는 제약회사였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날 SBS라디오<박진호의 시사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기사가 마음에 안 들거나 기분에 따라 기사를 수시로 교체했다. (이 기간) 이 회장에게 매일같이 폭언과 폭설을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올 4월18일부터 7월5일까지 3달간 이 회장의 수행 운전사로 근무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장한 종근당 회장. 2017.07.14. [연합뉴스 자료사진]

A씨는 이날 라디오에서 이 회장의 욕설 일부를 공개했다. 이 회장은 녹취파일에서 특정 운전사에게 “너는 생긴 것부터가 뚱해가지고 자식아. 살쪄가지고 네 차 가지고 다니면서 XXX. 너는 월급 받고 일하면 XXX 잊어먹지 말아”, “내가 니 똘마니냐? 주둥아리 닥쳐”, “니 애비가 뭐하는데 XXX 제대로 못 가르치고 이러는 거야”라는 등 폭언과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었다.

종근당 측은 회장의 폭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운전사가 운전을 위험하게 해 주의를 준 취지였다고 밝혔다. 종근당은 사과를 담은 입장 표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교통법규를 어기지 않고 신호 위반이나 과속을 하지 않으면 (이 회장은) ‘왜 내가 지시한 대로 운전하지 않냐’, ‘빨간 불에도 내가 가라면 가야지’라고 닦달하고 다그쳤다”며 “일정과 스케줄에 맞게 운전을 해도, 시간적 여유가 돼도, 빨리 가라고 가속을 다그치고 ‘빨리 빨리 빨리’라고 폭언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무리하게 신호 위반이나 과속을 시켰을 때 ‘이렇게 운행은 안 해도 충분히 시간 맞출 수 있다’고 얘기를 해도 설명이 통하지 않았다”면서 “이 회장을 모시는 운전사 중 위험한 운전을 하는 기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A 씨는 폭행이 있었냐는 질문에 “저는 그런 상황은 없었지만 다른 기사에게 얘기는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제보를 한 이유에 대해 “나만 조용히 물러나면 회사에 근무하는 비서, 임직원들도 이런 상황을 반복해서 겪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종근당은 약을 만들어 사람의 병을 고치는 회사다. 외부적으로 신망과 덕망을 얻을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 사람에게 병과 상처를 주는 게 안타까워 진실을 얘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충정로 본사 대강당에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과문에는 폭언의 대상이 됐던 운전기사 등에 대한 미안함,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유감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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