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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공효진', 가장 귀여운 캐릭터 등극[하재근의 TV이야기]
하재근/문화평론가 | 승인 2010.02.17 15:24

요즘 수목에 <추노>가 있다면 월화엔 단연 <파스타>라고 할 수 있다. 실로 오랜만에 다음 편이 기다려지는 트렌디 드라마를 만났다. 그동안 트렌디 드라마들의 성적은 좋지 않았었다.

<파스타>의 경우엔 대진운도 대단히 좋지 않았다. 경쟁작이 하나는 입시열풍에 기댄 <공부의 신>이고, 또 하나는 SBS의 야심작인 <제중원>이었던 것이다. 이 사이에 낀 트렌디 드라마의 입지가 그다지 안정적이지 않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여주인공인 공효진도 작품 하나를 감당할 만큼의 스타성이나 화려한 미모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비록 이선균이 여성팬들을 많이 거느리고는 있지만, 이선균까지 포함해 미남 배우가 총 세 명이나 나왔던 <트리플>이 흥행에 참패했던 전례가 있었다. 그러므로 <파스타>의 미래는 불확실했다.

초반엔 역시 <공부의 신>이 혼자서 치고 나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파스타>는 10%를 조금 넘기는 선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웰메이드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공부의 신>이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지 못하고, 허황된 이야기 전개로 초반의 열기를 이어가지 못하는 사이, <파스타>가 맹렬히 치고 나왔다. 13회에서 <파스타>는 <공부의 신>과의 차이를 1% 미만으로까지 좁혔다. 눈부신 막판 질주다.

   
 

<파스타>의 승인은 무어니 무어니 해도 캐릭터에 있다. <공부의 신>의 패착이 바로 <파스타>에서는 장점이 되었던 것이다. <파스타>의 캐릭터들은 모두 매력적이다. 적절하게 호감이 가는 꽃미남 요리사들과, 화사하고 유쾌하기도 한 여성 요리사들, 그리고 밉지 않게 찌질한 전 사장과 흑기사 타입의 믿음직한 알렉스까지 주요 캐릭터들이 제몫을 다 해주고 있다.

결정적인 것은 당연히 ‘붕쉐커플’을 이루고 있는 주인공, 이선균-공효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매력이 극에 달했다. 이선균은 초반에 과도한 버럭질과 불안정한 발음으로 실망을 안겼다. 하지만 중반 이후 특유의 로맨틱함이 살아나며 ‘역시 이선균!’이란 찬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드러운 중저음을 장착한 나쁜 남자의 로맨틱함은 저항하기 힘든 매력이었다.

극중에서 공효진을 잡았다 풀었다 하듯이 이선균은 여성 시청자들도 마음대로 쥐었다 폈다 하고 있다. 공효진이 손을 다치자 ‘니가 다쳤잖아 지금!’이라며 소리를 버럭 질렀을 때, 그리고 함께 누워 공효진의 손을 꼭 잡았을 때, 공효진의 눈에 키스를 했을 때, 그는 시청자를 설레게 했다.

<파스타>는 시각적으로도 매혹적이다. <추노>가 아름답고 박진감 넘치는 그림을 보여준다면, <파스타>는 감각적이고 ‘이쁜’ 그림들을 보여준다. 둘 다 눈이 호강하는 작품이다. 이런 영상미와 멋진 음악,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어우러져 모처럼 트렌디 드라마가 약진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공효진, 궁극의 귀여움

그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들 중에 가장 돋보이는 건 단연 공효진이다. 공효진은 <파스타>에서 궁극의 귀여움, 귀여움의 끝장을 보여주고 있다. 공효진만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면서 한없이 사랑스럽다. 지금까지 공효진을 봤던 것 중에 가장 ‘이쁘게’ 나오는 작품이다.

초기에 공효진은 대체로 사랑의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남자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역할을 많이 맡았었는데 여기선 미스코리아(이하늬)를 밀어내고 공효진이 사랑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도 반갑다. 공효진은 옛날 <화산고>에 조연으로 나왔었다. 거기에 함께 출연했던 장혁의 <추노>가 수목을 장악하고 있고, 공효진의 <파스타>가 월화에 약진하고 있어 흥미롭다.

<파스타>는 가히 공효진을 위한, 공효진에 의한, 공효진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공효진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통상적으로 사랑 표현을 먼저 하는 것은 남자이지만 <파스타>에선 공효진이었다. 공효진이 기습적으로 이선균에게 뽀뽀를 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본인도 깜짝 놀란 듯 ‘어머 나 미쳤나봐’라며 우왕좌왕할 때부터 공효진의 원맨쇼는 질주하기 시작했다.

   
 

바닷가에서 술에 취해 ‘솁~ 솁~’하며 이선균을 밀어 바다에 빠뜨린 장면에서도 공효진의 궁극의 귀여움이 빛을 발했다. 집에서 ‘솁~ 솁~’하며 강아지처럼 이선균을 졸졸 따라다니는 장면도 귀여움의 끝장이었다. 14회에서 이선균은 공효진의 ‘솁~ 솁~’하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다고 했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공효진이 툴툴대면서 하는 말들은 귀여움의 백미를 이룬다. 공효진은 사실 민폐 캐릭터다. 오랜 세월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쌓았지만 아직 기초적인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14회에서도 공효진 때문에 주방 일이 늦어졌다. 그래도 민폐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첫째, 극중에서 공효진이 워낙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고, 둘째, 극중에서 그녀가 충분히 구박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보는 가운데 이미 처벌을 받았으므로 민폐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 공효진이 귀여운 것은 그렇게 구박받으면서도 툴툴대면서 할 말은 다 하기 때문이다. 이선균이 뭐라고 버럭질을 해도 공효진은 할 말을 다 한다. 푸념하거나 혼잣말하는 내용도 재밌다. 사귀는 게 들키자 ‘너무 빨리 들켰잖아요, 이게 뭐야. 한 것도 없는데’라고 하고, 밥을 하라고 하자 ‘밥하라는 얘기가 왜 이렇게 좋냐?’라며 혼잣말을 한다. 빙의될 만큼 귀엽다.

공효진이 특히 더 사랑스러운 것은 그녀의 캐릭터가 끝까지 자존심을 지키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치 강아지처럼 이선균에게 기대서 너무나 귀엽지만, 결코 주체성을 잃지 않는다.

“주방에서 내가 셰프 때문에 얼마나 서러운지 알아요? 남들이 수군거리는 건 다 참을 수 있는데 셰프한테 기대기나 하고 모자란 요리사가 될까봐 그게 더 싫단 말이에요. 좋아하지만 내가 기대지 않으려고 얼마나 긴장하고 서있는지 그거 모르죠?”

단지 사랑할 뿐, 그래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뿐, 일로서는 절대로 이선균에게 기대지 않는다. 이렇게 프로로서의 자존심을 지켜가기 때문에 공효진 캐릭터가 사랑스러운 것이다.

14회에서 이선균이 공효진에게 파스타 라인으로 복귀시켜 주겠다고 하자 공효진은 거부한다. 그러면서 “셰프 ‘빽‘으로 돌아가는 건 싫어요. 제 힘으로 돌아갈래요.‘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이선균은 그런 게 바로 좋은 자존심이라며, ”어떡하냐. 나 니가 점점 더 좋아진다“라고 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그렇다. 한없이 귀여우면서도 자존심만큼은 칼 같이 지켜내는 사랑스러운 캐릭터, 공효진이 점점 더 좋아진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하재근/문화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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