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형래 기자] 네이버가 연간 100억원의 구독펀드와 100억원대 광고수익을 70여 개 인링크 언론사들에 한정해 배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지원 계획은 언론사들이 구독펀드와 광고수익을 배분 받기 위해 사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 이른바 연성 뉴스 제작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최고 제휴 수준인 인링크 제휴사로 지원을 한정하는 것은 제휴 수준에 따른 언론사 줄세우기라는 비판이 거론된다.

네이버는 지난 5일 100억원 구독펀드를 조성해 언론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네이버는 구독펀드를 통한 지원방안에 대해 △이용자 지표기반 △이용자 직접후원 △서포터 모집 후원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네이버는 구독펀드 지원 방식으로 프랑스 정부의 예를 들었다. 프랑스 정부에서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미디어 구독 쿠폰을 지급하고 3년간 250억원 규모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미디어커넥트데이 발표 자료

구독펀드를 통한 언론사 지원은 더 많이 본 뉴스에 더 많이 배분하는 방식의 ‘이용자 지표 기반’을 위에 이용자들에게 얼마간의 후원할 수 있는 가상 화폐를 나눠주고,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기사에 후원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판단된다. 또한 서포터를 모집해 기사 가치를 평가해 지원 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의 지원은 더 많이 본 뉴스를 작성한 언론사 혹은 이용자들에게 더욱 친밀한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들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언론사들은 더 많은 지원을 받기 위해 많이 보는 ‘연성’ 기사나 감각적이고, 대중적인 기사를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

네이버 미디어커넥트데이 발표 자료

광고 수익 배분 역시도 이 같은 문제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네이버는 “알고리즘과 구독 영역에 기반해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사용자들에게 더욱 많이 선택 받은 언론사가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올리는 구조이기는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앞으로 이용자의 뉴스 구독영역을 △네이버 편집자가 선택하는 기사를 노출하는 ‘Editor Pick’, △외부 전문 편집자가 구성하는 ‘생산자 Pick’ △네이버가 개발한 AI, AiRS가 추천하는 ‘알고리즘 자동추천’ △사용자 선호 콘텐츠가 피딩되는 ‘사용자 구독 화면’ △많이 본 기사나 댓글 많은 기사, 고유많은 기사 등이 노출되는 ‘사용자 피드백’ △사용자 추천 등으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 미디어커넥트데이 발표 자료

이 가운데 사용자 구독, 피드백, 추천 등은 이용자들이 선택하거나 많이 보는 기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AI 추천 역시, 뉴스 가치를 AI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동안 사용자가 많이 봤던 뉴스 콘텐츠와 인기 기사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현재 뉴스 구성 화면과 생산자 Pick 정도만 뉴스 가치를 편집자가 판단해 배열할 수 있지만 ‘생산자 Pick’의 경우, 뉴스 생산자인 언론사가 저널리즘 실현보다 더 많은 광고 배분을 추구할 경우 많이 본 기사 구성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언론사들은 더 자극적인 기사를 써내기 위해 열을 올리던 2013년 이전 뉴스캐스트 시대로 되돌아 갈 수 있다.

결국 네이버가 언론사에 배분하는 200억은 누가 얼마나 더 인기 있는 기사, 더 많이 보는 기사를 작성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더 있다. 네이버 지원은 인링크 제휴를 맺은 70여개 언론사에 한정됐다. 70여개 인링크 제휴 언론사는 대개 종합일간신문, 경제신문 등 규모가 큰 언론사들이다. 이들은 이미 언론사별로 많게는 2~3억에 이르는 금액을 콘텐츠 전재료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재료 지급은 2013년 아웃링크로 제공하던 뉴스스탠드를 폐지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네이버가 이미 전재료를 주고 있는 언론사들만을 대상으로 200억원을 추가 배분하는 것은 언론사 줄세우기라는 비판의 빌미가 된다. 일반적으로 검색제휴, 뉴스스탠드 제휴 중인 언론사가 별도 심사를 거쳐야 인링크 제휴를 맺을 수 있다. 검색제휴 언론사는 500여개, 뉴스스탠드 제휴 언론사는 150여개, 인링크 제휴 언론사는 70여개 순으로 서열화돼 있다.

팩트체크, 누가 진위를 가리고 누가 지원을 받나?

네이버가 연간 10억원을 지원해 팩트체크 시스템이 운영된다. 서울대 윤석민 교수는 SNU 팩트체크 운영비로 이 가운데 3억원 가량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언론사 팩트체크을 위한 지원사업에 쓰겠다고 밝혔다.

SNU 팩트체크는 현재 22개 언론사가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JTBC 등 유력 언론사뿐 아니라,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인터넷신문도 포함돼 있다. 인링크 제휴 언론사 가운데 22개 언론사는 팩트체크를 위한 네이버 지원금을 서울대를 통해 또 지원받는 구조다.

이들은 팩트체크하는 항목은 공직자, 정치인 및 공직자 (예비) 후보들의 발언 내용이다. 지난 대선 때 논란이 된 주요 후보자들의 발언에 대한 진위여부를 가려 △거짓 △대체로 거짓 △사실반 거짓반 △대체로 사실 △사실 등으로 표기한다. 하지만 구상 단계 공약의 참·거짓을 나누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네이버 미디어커넥트데이 발표 자료

SNU 팩트체크 항목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을 발표하며 “LTE 기지국 등 통신망과 관련된 설비 투자는 이미 끝났으니 기본료는 필요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국일보의 이를 두고 ‘대체로 거짓’이라고 판단했고, 조선일보 역시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서 조선일보는 “LTE가 도입된 이후 사실상 기본료와 통신요금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http://factcheck.snu.ac.kr/v2/facts/54)

하지만 오마이뉴스는 'LTE(4G) 서비스 기본료도 폐지할 수 있을까”라는 팩트체크 항목을 두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보고서를 근거로 LTE 정액 요금제 속에는 고정비용 성격의 기본료가 있다며 이를 두고 ‘대체로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오마이뉴스는 “LTE 등 정액요금 안에 숨어있는 기본료 액수가 표준요금과 동일한 1만1천 원인지 단정할 수 없지만, 초기 설비투자비 회수 등 고정비용 성격의 기본료가 포함돼 있다는 시민소비자단체와 문재인 대통령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참여연대 등이 통신비 기본료 폐지 공약 이행을 주장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검증이 진실이라면, 조선일보의 검증은 거짓이 된다. “사실이 검증된 진실한 뉴스 제공에 앞장서겠다”는 SNU 팩트체크의 슬로건이 무색한 대목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