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앨범을 발매할 때 기획사는 셋 중 하나의 형태로 미디어를 초대한다.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쇼케이스, 앨범을 만든 동기 및 신곡 소개를 가수의 육성으로 진행하는 기자간담회, 음악의 특정 소절을 취재진에게 들려주고 곡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곁들이는 음악감상회라는 세 가지 패턴이다.
기자간담회란 타이틀을 갖기 위해 필히 가져야 하는 순서가 있다. 취재진의 질문을 기획사 가수가 받고, 질문에 대한 견해를 가수가 피력하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야 그 행사는 진정으로 기자간담회라는 자격을 가질 수 있다.
가수 및 소속사에게 앨범에 대한 설명을 전해 듣는 방식, 즉 기획사의 전략적인 홍보성 멘트를 미디어 관계자가 녹취하고 타이핑만 친다면 그건 ‘브리핑’이지 ‘기자간담회’라고 할 수 없다. 이는 소통 현장이 아닌, 기획사의 일방적인 입장만 전해 듣고 기사화하는 포맷이 되기에 그렇다.
12일 오후 1시 30분, 블락비 지코는 두 번째 솔로 미니 음반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는다고 했다. 헌데 기자간담회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오늘 현장에 운집한 취재진은 지코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해 듣기만 했지 기자간담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Q&A가 통째로 생략된 어이없는 현장이 되고 말았다.
기획사와 가수에게 취재진이 갖고 있던 궁금한 점이나 음악적인 방향성에 대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회가 휘발된 것이다. 이를 어찌 기자간담회라고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엄밀히 말해 이날 현장은 기자간담회가 아니다. 세븐시즌스와 지코의 발언을 워딩하기 위해 취재진이 모인 ‘브리핑’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합하다.
올해 매체의 Q&A가 기획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생략된 현장은 없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YG엔터테인먼트의 월드스타 싸이는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했고, 플랜에이의 에이핑크는 사상 초유의 쇼케이스 현장 폭파 협박에도 예정된 Q&A를 취소하지 않았다. 5연속 메가 히트를 달성 중인 3세대 걸그룹의 톱주자인 JYP엔터테인먼트의 트와이스 역시 ‘SIGNAL’ 쇼케이스 당시 달라진 곡 패턴에 대한 견해를 묻는 취재진의 날카로운 질문을 피해가지 않고 솔직한 의견을 피력했다.
영화관이라는 장소의 특성 상 영화 상영 시간을 맞추기 위해 Q&A를 생략했어야 했다면, 영화관이 아닌 인근의 홍대 무브홀이나 신한카드 판스퀘어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을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기자들과의 Q&A 없이 진행하려면 기자간담회라는 타이틀 대신 ‘브리핑’이라는 타이틀로 취재진을 모았어야 한다. 브리핑을 기자간담회로 착각한 세븐시즌스의 패착 덕에 가수 지코만 애먼 비난을 받게 되지 않을지 안타깝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