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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처럼 되는 국민의당이준서 구속에 '추미애 탓', 이언주 막말 논란엔 'SBS 탓'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07.12 08:51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되면서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제보 조작 사건은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게 됐다. ‘윗선’인 국민의당 지도부로 검찰의 칼끝이 향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물론 구속영장 발부는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구속이 반드시 이 사건에 국민의당 지도부가 개입됐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국민의당도 이 점에 주목해서인지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라면서 “영장 범죄사실이 당 진상조사 결과와 다른 점은 없다. 검찰은 이유미의 단독범행이라는 사실관계를 인정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증거인멸 우려가 인정됐다는 상황만으로도 향후의 상황 전개를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는 게 문제다. 증거 조작의 당사자로 지목된 이유미 씨가 구속돼있는 상황에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구속이 추가로 필요했다는 것은 국민의당이 조직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12일 새벽 남부지검을 나서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에 대한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임에도 국민의당이 기존 주장을 반복할 태세라는 것은 우려스럽다. 국민의당은 여전히 추미애 대표가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는 주장을 재론하면서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을 정략과 정쟁으로 왜곡·확대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입장이나 박지원 의원 등의 발언 내용을 보면 재판으로 가면 의혹의 상당 부분을 뒤집을 수 있다는 판단도 내리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판단에는 과거 김수민 의원의 사례로 형성된 학습효과가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거 김수민 의원 사건과 이번 사건에는 차이가 있다. 김수민 의원 사건은 다소 복잡한 내용으로 이뤄져 일반 국민에게 준 심리적 충격이 비교적 크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내용이 아주 단순해 누구라도 쉽게 충격을 받을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집권 여당이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줬다거나 하는 여의도 문법의 대응으로는 정치적 수습이 난망하다. 의혹 제기로 수혜를 입은 당사자인 안철수 전 의원이 나서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쳤고, 지금이라도 입장을 표명할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여의도 상황 역시 안 좋은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를 선출한 이후 혁신을 하겠다며 류석춘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했으나 첫 출발이 영 기대 이하다. 류석춘 교수는 11일 첫 기자회견에서 혁신의 방향을 언급하기 보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설파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당 혁신의 방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일로 보여 주겠다”, “종합적으로 판단 하겠다”는 등의 사실상 안 한 것이나 마찬가지의 답변을 했다.

이렇게 되면 자유한국당을 둘러싼 정치의 맥락은 지난해 12월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고려하더라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문제는 이쯤에서 끝내고 보수 혁신 경쟁을 해야 할 터였다. 그렇잖아도 홍준표 전 대표의 당내 친박에 대한 혁신 의지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갑자기 자유한국당 얘길 꺼낸 이유는 야3당 공동전선의 문제를 논하기 위해서다. 자유한국당이 이런 태도를 취하면 인사문제와 추경, 정부조직법 처리 등의 문제에서 공동행보를 취하고 있는 야3당 사이에 틈이 생긴다.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언해 송영무 조대엽 장관 후보자 임명을 늦춘 것은 이 틈을 파고 들어가는 효과를 거두는 성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당 입장에선 자유한국당과 보조를 맞추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합리적 정치세력으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국민의당이 마주한 악재가 이 사건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것도 고려해볼 문제다. 대표적으로는 이언주 의원의 막말 사건이다. 이언주 의원은 이 사건에 대한 초기대응에 완전히 실패해 11일 두 차례 사과에도 비난은 이어지고 있다.

이언주 의원이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는 본인의 거듭된 주장 속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사과한다고 밝히긴 했으나 최초의 입장은 ‘유감 표명’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오늘날의 정치 문법에서 ‘유감’이란 본인은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과를 해야만 하는 상황일 경우에 부득이 동원하는 어휘가 되어 있다. 이러니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이다.

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가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 앞에서 다음 기자회견 차례인 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자신의 파업노동자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언주 의원이 언론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는 것도 불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매번 입장을 밝힐 때마다 해당 발언이 SBS 기자와의 사적 대화에서 나온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발언은 정치인으로서 제대로 된 언론관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SBS 기자가 당시 대화는 취재 과정이었음을 밝히기도 했지만, 애초에 정치인과 기자 사이에 사적인 대화란 없다. 기자는 자기가 안 사실을 기사로 쓰는 게 원칙이다. 이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이 사실에 기사 가치가 있는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 하는가 등의 문제일 뿐이다. 이언주 의원은 국민의당의 원내전략을 실무적으로 책임지는 원내수석부대표이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현안’이다. 언론이 이언주 의원의 발언을 보도하지 않는 게 오히려 직무 유기다.

지난 정권에서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의 이른바 김치찌개 발언을 예로 들어보자. 당시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했다는 말은 자신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정치적 압력을 통해 막았고 자신이 권력을 이용해 언론인들을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언주 의원의 언론관으로 보면 이 역시 정치인과 기자의 사적 대화에서 나온 발언일 것이다. 실제로 이완구 총리 후보 측도 그렇게 해명했다. 당시 일부 언론은 자체 판단에 따라 이 발언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과 비교할 때 잘한 언론은 어디고 잘못한 언론은 어디인가.

국민의당은 이 사건을 ‘방송 재허가를 의식한 SBS의 과잉충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의혹은 보도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았을 때에나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언론의 정당한 보도에 대해 배후 논리의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가짜뉴스’를 신봉하는 세력과 똑같은 언론관을 갖고 있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에 불과하다.

국민의당이 자유한국당과 다를 것이 없는 구태한 정당이라는 비판을 면하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뼈를 깎는 혁신에 나서고 참신한 원내전략을 통해 국민에게 존재 이유를 호소해야 한다. 추미애 대표 탓, SBS 탓으로는 위기를 수습할 수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의 지지율 붕괴가 과연 집권세력의 음모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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