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당이 10일 오후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제보조작 사건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군 특혜 취업 의혹을 규명하는 특검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이 이날 오전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자, 국민의당이 이를 받아들인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국민의당은 대선기간 중 자신들이 공개했던 문준용 군 특혜 취업 관련 녹취록 등 증거가 조작임을 시인했다. 국민의당은 자체조사를 통해 당원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냈지만, 검찰은 이 씨 외에도 '윗선'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이 제보 조작 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공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당 구하기' 나선 보수야당

국민의당이 궁지에 몰리자 보수야당이 '국민의당 구하기'에 나선듯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두 보수야당은 10일 오전 제보 조작과 특혜 취업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왼쪽)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그 동안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 말을 아껴온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0일 오전 "최근 여당 대표가 하는 말은 본말이 전도된 얘기다. 본질은 문준용 취업 특혜"라면서 "증거조작이 있었다, 없었다, 이것은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런 문제로 이 정부가 본질을 덮고 가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본질 문제가 앞으로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나오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과 문준용 씨의 취업특혜 의혹은 국회차원의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매듭을 짓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제보조작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자칫 숲을 보지 않고 땅만 바라보는 본질을 외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도 특검 요구 대열에 합류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제보조작 사건과 취업 특혜 의혹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고 증거조작 이전에 위장취업, 특혜취업 의혹"이라면서 "두 문제는 중립적인 특검에 맡겨서 수사하고 결론내야만 국민, 관계자들이 납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야당 특검 발언에 '특검 제안'으로 화답한 국민의당

보수야당의 특검 요구 직후 국민의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두 사건의 동시 특검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보수야당이 판을 깔아주자 국민의당이 응답하는 모양새다.

▲10일 오후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 (연합뉴스)

10일 오후 국민의당은 긴급의원총회에서 <취업비리 의혹과 조작사건의 동반 특검을 제안한다> 제하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서 국민의당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국민의당 죽이기 음모가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수사지침도 부족해 사실상의 결론까지 제시하며 정권초기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박에 없는 검찰에 과잉충성을 유도하고, 이에 정치검찰은 미필적 고의라는 해괴한 논리로 권력의 요구에 맞장구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한 검찰의 영장 내용은 국민의당 진상조사 결과와 하등 다를 것이 없다"면서 "영장 어디에도 당의 조직적 개입이나 윗선의 지시에 의해 조작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적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증거 조작 사건과 함께 그 사건의 원천인 문준용 씨 특혜채용 의혹 또한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면서 "다만 이미 과잉충성으로 신뢰를 상실한 현재의 정치검찰이 아닌 특검을 통해, 증거조작 사건과 특혜채용 의혹 모두의 진상을 규명할 것"을 제안했다.

특검 성사 가능성은? 매우 낮아

그러나 야3당이 공조를 이루더라도 특검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특검법을 발의되더라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다. 현재 법사위는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간사 등 총 17명으로 구성돼있다. 이 중 더불어민주당이 7명, 자유한국당 6명, 국민의당 2명, 바른정당 1명, 정의당 1명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연합뉴스)

민주당의 반대가 당연한 상황에서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해서는 안건 신속처리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안건 신속처리 제도는 법안 처리가 무한정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상임위 재적의원 3/5 이상이 찬성할 경우,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회부하는 제도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법사위원들을 모두 합쳐도 9명으로 3/5 달성이 불가능하다.

야3당이 여당 의원 일부를 포섭해 조건을 맞춘다 하더라도 180일 후 자동 회부, 법사위 자구 심사 90일, 상정에 60일 등 최장 330일의 시일이 소요된다. 사실상 의미가 없다. 안건조정위 역시 다수당에서 절반의 조정위원을 임명하기 때문에 야당이 사용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문제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야의 이견이 큰 쟁점법안의 경우 역시 국회의원 정족수의 3/5 이상, 즉 18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자유한국당(107석), 국민의당(40석), 바른정당(20석)의 의석을 모두 합쳐도 167석에 불과하다. 여기에 보수성향의 무소속 이정현 의원과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을 합쳐도 169석으로 180석에는 11석 부족하다.

이처럼 야3당의 제보조작, 문준용 씨 특혜취업 특검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민의당의 특검 요구를 바라보는 여론은 곱지만은 않다. 결국 보수야당의 장단에 맞춰 특검을 요구한 국민의당의 '제 살 깎아먹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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