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사과와 사퇴를 주장하며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에 나섰다. 이는 추 대표가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제보조작에 대해서 “(이유미) 단독범행이라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면서 “박지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몰랐다는 것은 머리자르기다. 꼬리자르기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빌미였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추 대표의 과거사부터 길게 언급하며 추미애 대표에 대해 있는 힘껏 비난을 쏟아냈다. 그리고는 사과와 사퇴 주장으로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추미애 대표의 정계 은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정계 은퇴라는 대목에서 국민의당의 진심이 의심된다는 반응이다.

국민의당의 국회 보이콧 선언 이후 언론의 반응은 한마디로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나 본질에서 벗어났다. 더 정확히는 “울고 싶어 뺨 내민 격”이라야 할 것이다. 국민의당이 비판에 발끈할 자격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도 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김동철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전날 추미애 대표의 제보조작 파문 관련 '머리 자르기' 발언에 대한 언론보도 스크랩을 함께 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공작사건으로 몸을 낮춘 국민의당의 본심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정으로 대선조작에 대해서 잘못과 책임을 느낀다면 이런 이유로 국회를 보이콧하고, 민주당과의 설전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미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꼬리자르기'와 '머리자르기'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아하다. 모든 언론이 할 때는 괜찮은데, 추미애 대표가 말한 건 왜 문제가 되는 건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다 떠나서 국민의당은 대선조작의 범죄를 저질렀다. 그것이 이유미 혼자만의 단독범행이라 할지라도 국민의당이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정청래 전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총을 만든 사람이 살인범인가, 그 총을 쏜 사람이 살인범인가?”라며 국민의당을 꼬집었다. 단독범행이든 아니든 이 사건의 본질은 국민의당이 조작된 증거를 통해 대선을 흔들려 했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이라는 것이다.

사실 추대표가 인터뷰에서 한 말은 딱히 새로운 말도 아니고, 특별히 더 잔인한 말도 아니다. 세간의 민심이 그렇고, 여론이 딱 그렇다. 추 대표의 발언은 그런 여론을 반영한 수준이었다. 여론이 어떤 상태라는 사실을 국민의당은 진정 모르는 것인지 궁금하다. 만약 모른다면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굿캅 배드캅 놀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연합뉴스

여당의 반응도 물음표를 남긴다. 국민의당 반응이 나오자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사태를 비난하지 말자고 했다면서 “당혹스럽다”고 했다. 이는 아주 좋게 보자면 추 대표가 강경한 태도로 윽박지르고 우 원내대표가 달래는 흔한 '굿캅 배드캅 롤플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론은 그런 것조차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제보조작 문제에 대해서 민주당이 국민의당 눈치를 본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는 것이다.

일자리 추경이 시급하고, 정부 출범 두 달이 되도록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은 것은 대단히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속히 처리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야당의 생떼에 여당이 무력하게 끌려 다니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추미애 대표 발언이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무너지는 담벼락에 돌을 던지는 무의미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자체를 틀렸다고는 말하지는 못한다. 국민 대다수의 생각과 감정을 반영한 일갈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국민의당으로서는 국면 전환에 호기를 잡았다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지지율 4%의 정당으로서 현명한 판단일지는 의문이다. 민심과 여론에 맞서는 정당은 존립할 수 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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