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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담대한 '베를린 구상' 내놨지만러시아 반대로 유엔 대북 제재 무산, 미국 독자제재 강행하면 북핵 해법 길 잃을 수도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07.07 09:16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공개됐다. 애초 파격적인 대북 제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지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여파로 ‘톤다운’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내놓은 대북제안 중에서는 가장 파격적인 수준의 것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뜻깊다.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여러 면에서 그간 중국이 언급해온 해법을 연상시킨다. 중국은 북핵문제 해결의 프로세스로 ‘쌍궤병행’과 ‘쌍중단’을 주장해왔다. 쌍궤병행이란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고 쌍중단은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과 한미군사훈련을 함께 중단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만의 주장은 아니지만 아이디어 차원을 뛰어 넘은 공식적인 무게를 가진 제안으로 내놓은 것은 유관국가 중 중국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시간)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으로 한반도 평화구축과 남북관계, 통일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보장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하면서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한 것은 중국의 ‘쌍궤병행’과 사실상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보수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면서도 북한의 체제 보장을 명시적으로 약속하지는 못했다. 핵무기를 갖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전략이라고 믿는 북한에게는 ‘무장해제’를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보수정부의 해법은 효력을 갖기 어려웠다.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의 ‘쌍중단’에 대해서는 한미정상회담 국면에서 부정적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초청 만찬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은 국제법 위반이자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는 것으로, 합법적인 한미 군사훈련과 교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중국식 해법에서의 ‘쌍중단’ 자리를 대신한 것은 대화의 시작으로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하자는 메시지다. 10월 4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 평창동계올림픽 북한선수단 참가, 7월 27일부터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지, 한반도 평화와 남북 협력을 위한 남북 접촉 및 대화 재개 등의 4대 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 중 이산가족 상봉 행사나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제안에 대해 북한은 거부에 가까운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낮은 수위의 민간교류 등을 시작으로 한 대화 국면 조성에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반복 언급한 것이다. 결국 선제적인 정치군사적 해법 없이는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이에 대한 호응으로 확성기 방송 등의 대북 심리전 중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 있는 구상 발표에도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이 제안에 최소한의 호응을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과연 그럴 것인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가 과연 이뤄질 것인지, 이뤄진다면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를 예상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일단 유엔에서의 논의를 보자. 지난 5일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ICBM 발사 시험에 대한 규탄 성명을 채택하는데 실패했다. 미국이 제출한 언론성명 초안에 대해 중국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러시아가 반대를 하고 나서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ICBM으로 규정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미국은 독자제재와 무력 사용까지 옵션에 포함시키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쉽게 선택하는 건 쉽지 않다. 선제타격보다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것은 ‘세컨더리 보이콧’에 시동을 거는 것이다. 현지시간 6일 독일에서 만난 한미일 정상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더해 북한에 대한 강화된 제재와 압박을 독자적 형태로 가하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개인과 기업에 대해 추가 금융제재를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단둥은행 제재 이후 일련의 과정이 사실상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귀결되고 이는 결국 미국과 중국의 문제로 확전될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만일 북핵문제가 미중 간의 전면적인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화하면 우리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런 국면이 오기 전에 주변국들의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공동의 프로세스를 형성해야 하는데 위에서 봤듯 이는 쉽지 않다. 특히 외교안보적 문제를 경제적 문제와 같은 테이블에 올려 놓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부 언론은 이번 G20 정상회의가 1대 19의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한미FTA 재협상, 각국과의 무역불균형 재조정 등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우는 보호무역주의가 미국 외의 다른 국가들에게 공통의 이해관계를 형성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밀착 관계다. 양국 정상은 현지시각 5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의 에어버스 제작 항공기 구매, 독일의 일대일로 사업 동참 등에 합의했다. 시진핑 주석은 우호를 강화하는 의미로 베를린 동물원에 판다 두 마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양국 정상은 베를린 동물원의 판다 환영식에 함께 참석했으며 베를린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중국과 독일의 유소년 축구 경기를 관람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유럽 국가들의 대립 구도에서 중국의 몸값이 올라가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구도가 북핵문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문재인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화에서 그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의 심각성을 고려해 회원국의 공동 결의를 담아내기 위한 의장국으로서의 관심을 보여 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는데, 메르켈 독일 총리는 “G20 모든 회원국이 이 문제를 논의했다는 내용과 유엔 결의를 따라야 한다는 내용을 의장국 성명에 기술적으로 포함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는 답변을 했다. 최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 위해 노력했으나 ‘공동결의’ 등을 이끌어내는 행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불가능’의 이유는 중국과 러시아의 의중일 것이고 특히 이번에는 독일 역시 이들의 주장을 무게감 있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정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담대한 제안은 그 자체의 긍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꼬여있는 각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자칫 잘못하면 완전히 길을 잃을 수도 있다. 바로 이런 상황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한데 과연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니 현실적으로 해법 자체가 존재할 수 있는 상황인지 우려스럽다. 상황을 이렇게까지 악화시킨 지난 보수정부의 과오가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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