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함과 유교가 근간인 대한민국의 상황이 만들어낸 것은 병원이 아닌 은밀한 판타지의 공간이었습니다. 나이를 떠나 여성들에게는 너무 중요한 병원 임에도 불구하고 산부인과는 사회의 잘못된 편견으로 인해 꺼려지는 공간으로 인식된 상황에서 어떤 식이든 논란이 일수밖에 없는 건 당연합니다.

선정인가 교육적인가?

선정과 교육적인 부분의 경계를 구분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교육이라는 타이틀을 걸어도 성적으로 활용하면 이는 선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방송된 <산부인과> 3회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움찔하게 만드는 것은 '겉으로만 금욕을 강요하는 폐쇄적인 사회'를 살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회차를 연결하는 기본적인 줄거리에 매회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다뤄야 하는 의학 드라마의 특성상 오늘도 다양한 특별 출연진들의 열연이 돋보였습니다. 김미려와 한여운의 출연으로 민감할 수도 있는 질병에 대해 다룬 이번 방송은 선정성이 아닌 교육적인 측면이 강했습니다.

1. 칸디다 질염

김미려가 출연해 보여준 질병은 남편과 관계만 가지면 '칸디다 질염' 증세를 보이는 주부 역할로 등장했습니다. 남편의 바람기가 의심 되어 병원을 찾은 부인과 남편은 원인을 찾기 위한 쌍방 검사를 진행합니다. 부인에게 드러난 증세로 미뤄봤을 때 남편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라 조심스럽게 성병 유무까지 검사합니다.

결과는 정액 알레르기라는 판정이었습니다. 남편이 첫 남자였던 부인이 겪어야 하는 '칸디다 질염'은 특별한 케이스였습니다. 부인이 알레르기 증상을 보일 수 있는 음식을 시작으로 한 다양한 제거 대상을 시작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이 제시됩니다.

바람을 피우는 남편과 확실한 치료를 위해 바람이라도 피워야 하는 부인 사이에서 모호한 상황에 놓인 건 의사였습니다. 바람둥이 왕재석이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 속에서 우려를 살 수도 있는 장면은 술집에서 환자를 만나는 부분이었습니다.

바람피우러 작정하고 나온 부인은 바람피우는 남편의 심리에 대해 상담합니다. 다음날 병원에 검진 받으러와 바람피운 결과 남편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내용은 논란이 있을 수도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식이 좋은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안에 따라서 좋을 수도 있겠지만 바람피우는 남편, 하지만 돈 잘 버는 남편과 이혼하지는 않고 같이 바람을 피우며 살겠다는 부인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동안 화제가 되었었던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보는 듯 한 착각이 들었던 이 에피소드는 모호한 지점에서 내놓은 나름의 결과가 더욱 의문 부호만 남게 해주었습니다.

2. 엠알케이(MRK) 신드롬

앞선 '칸디다 질염'에 걸린 부부와는 상반된 예비부부인 '엠알케이 신드롬' 환자는 딱한 처지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난소는 있는데 선천적으로 질 윗부분과 자궁, 나팔관이 형성이 안 되는 쉽게 볼 수없는 질병이었습니다. 단순히 기교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예비부부들은 중요한 수술을 요하는 희귀 질병임을 알고 방황합니다.

단순히 처녀막 제거술로 해결이 가능할거란 막연함에 찾은 병원에서 결혼을 얼마 안 남긴 예비신부에게 '질 재건 수술'을 권하니 환자로서는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그나마 자신의 질병을 알게 되어 다행이지만 '트랜스젠더'들이 받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감내하기 힘든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그런 자신의 처지를 고려해 남자 친구에게 이별을 하자는 여자 친구.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선천적인 질병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고, 부부관계에도 치명적인 상황에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는 이별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여자 친구로 인해 고민인 남자. 그런 남자에게 단순하게 생각해서 결정하라는 의사의 조언은 그저 조언일 뿐이었습니다.

여자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엠알케이 수술을 받습니다. 1차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의사 혜영을 찾은 남자 친구는 상태를 묻고 자신 때문에 미안해 할 여자 친구를 위해 결혼을 미뤘다고 합니다. 헤어질 수 있는 좋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선택한 이 젊은 예비부부는 앞선 '칸디다 질염'에 걸린 부부들과는 달리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임신 중독에 걸려 위험한 상황에서도 길일을 위해 몰래 퇴원한 임산부를 마트에서 출산을 돕는 장면은 조금은 뻔하지만 극적인 재미를 전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최고의 길일을 택해 출산을 해야 하려는 대한민국의 정서를 반영한 장면들도 사실적이었습니다.

'길일'에 대한 맹신이 부른 화를 우연하게 만난 산부인과 의사인 혜영과 소아과 의사인 상식을 만나 안정적인 출산이 가능했던 산모는 정말 천운이었습니다. 그녀가 그토록 믿었던 길일이 얼마나 의미 없는지 보여준 이 장면은 호랑이해에 행해질 산부인과 특정일 폭주에 대한 방어 역할도 해주었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는 맹신으로 더욱 많은 환자들이 몰릴 수도 있겠지만 극중 산모가 이야기하듯 길일이 아니어도 산부인과 의사와 소아과 의사가 함께 받아준 아이이기에 행운을 타고났다는 말이 옳을 듯합니다. 믿음은 믿는 사람이 만드는 자기 최면 같은 것이니 말이지요.

혜영을 사랑하는 서진은 상식을 경계합니다. 최고 학부와 뛰어난 실력을 가진 그가 우연하게도 계속 혜영과 함께 있는 장면들이 목격되며, 오해를 하게 되고 그런 오해는 질투를 유발합니다. 강직하고 자신이 최고이기만 했던 서진으로서는 사랑보다 앞서는 경쟁과 모멸감이 그를 힘들게 합니다. 이런 일련의 상황으로 그들은 본격적으로 진행될 삼각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선전 포고 같은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오늘 방송된 내용들을 보면 선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무엇도 없었습니다. 다만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언어들이 TV를 통해 보여 졌다는 정도가 문제일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선정성의 기준으로 제시된다면 사회가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 느끼게 해줄 뿐입니다.

도덕을 강요하는 유교 문화가 기반인 대한민국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는 듯합니다. 격변하는 현실을 무시한 채 단순히 성을 터부시하고 숨겨야하는 존재로만 치부하면서 오히려 수없이 많은 성적인 문제만 양산하는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건전한 성을 위해서라도 건강한 성교육이 절실함을 <산부인과>를 보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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