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 간부들이 회사의 시청률 하락의 원인을 ‘노동조합의 탓’으로 돌리는 등 엇나간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부서·기수를 막론한 구성원들이 ‘김장겸 체제’가 공영방송을 망가뜨렸다고 평가하며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남탓으로 일관한 것이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는 5일 오후 2시부터 ‘2017년 MBC 하반기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김장겸 사장, 백종문 부사장, 오정환 보도본부장 등 경영진 및 각 부서의 본부장들이 참석해 상반기 업무 결과와 하반기 업무 계획을 보고했다. 하반기 업무 계획의 경우 구 여권 추천 이사들(6인)이 구 야권 이사들의 반대에도 비공개를 밀어붙여, 공개되지 않았다.

방송문화진흥회(사진=연합뉴스)

김장겸 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MBC 보도부문의 경우 사드 배치, 인사 청문회 등의 이슈에서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은 보도로 균형을 지켰다. 세월호 인양 보도의 경우 인양 과정을 헬기로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고 자평했다. 김 사장은 업무보고 말미에 “노사 관계가 법과 원칙에 따라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정환 보도본부장은 보도부분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집회 이후에 완연한 하락세를 거듭했던 뉴스 시청률이 19대 대선 이후에 상승세를 보였으나 대선 이후 다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오 본부장은 “보도본부는 정치적인 이슈들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보도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오 본부장은 유기철 방문진 이사가 “시청률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냐”고 질문을 하자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오 본부장은 “MBC 시청률 하락은 2010년 170일 파업을 거치면서 반토막이 났고 회복될 기미가 보일 때마다 사내 비방세력이 외부 매체와 연계해서 회사에 공격을 가하면서 떨어지는 과정을 반복해왔다”며 “그럼에도 현재 뉴스 시청률은 절망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근본적인 시청률 하락의 원인이 노조와 일부 비판적 구성원들이 비방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건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나 세월호 보도를 소홀이 했던 측면도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 오 본부장은 “확인된 보도를 하지 않은 것은 없었고 억측 보도도 없었다. 내부 비방이 원인이다. 끊임없이 내부에서 불공정하다고 공격을 해온 것이 뉴스 시청률 하락의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본부장은 “시청률하락의 원인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텐데 너무 단언하는 것 아니냐”는 유 이사의 지적에도 “(내부 비방이) 가장 큰 원인이고 직접적인 원인이다. 감정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오 본부장은 ‘MBC뉴스는 극우성향의 시청자들이 많이 본다’는 유 이사의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언론노조 MBC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오 본부장은 MBC 엔지니어 출신인 이완기 방문진 이사가 노조 위원장을 맡았을 당시(1997년~1999년) 노조에서 민실위 간사를 맡아 활동했고, 2010년 170일 파업 당시 방콕 특파원직을 맡았지만 파업 중인 노조원들에게 지지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특파원직에서 복귀 한 이후 경영진 측으로 이반, 현재 김장겸 체제 아래 보도본부장을 맡고 있다.

오 본부장은 이완기 이사가 “오 본부장은 과거 저와 함께 노조를 했었다. 그때와 지금 MBC의 보도는 다르다”고 지적하자, “당시에도 노조가 민주노총 산하였지만 지금처럼 이념까지 동의하면서 (언론노조에) 휘둘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언론노조의) 핵심 배후세력들이 MBC뉴스를 정치적으로 악용해서 특정 이념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완기 이사는 이에 "MBC노동조합은 과거부터 민주노총 산하였다. 민주노총 소속이라고 해서 언론인들이 민주노총 강령에 따라 보도하는 것은 아니"라며 "MBC에는 방송강령, 편성규약, 선거보도준칙이 있고 언론인들은 이에 입각해서 보도를 한다"고 반박했다.

오 본부장이 계속해서 강경한 어조로 이 같은 발언들을 쏟아내자 구 여권 추천 이사들도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비공개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임무혁 방문진 사무처장이 비공개를 지시,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밖에도 이날 고영주 이사장은 백종문 부사장의 보고를 받던 중 최근 ‘김장겸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다 자택대기 발령을 받은 김민식 PD와 사내 게시판에 성명을 올린 구성원들을 언급하며 “‘왜 일은 안 시키고 월급은 꼬박고빡 주느냐”면서 "회사를 비방하던데, 정말 MBC근로자들 반 이상이 일을 안 하고 회사가 굴러가는 게 신기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김민식 PD는 드라마PD였지만 지난 2012년 파업 당시 노조 집행부에서 ‘MBC 프리덤’이란 제목의 파업 영상을 연출한 이후 주조부서로 전보발령을 받았다.

백 부사장은 고 이사장의 질문에 “(노조원 900여명이) 성의를 다해서 일하면 MBC는 최고의 방송사가 될 것”이라며 “이들이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면 MBC는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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