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형래 기자] IPTV가 케이블 SO를 제치고 유료방송 시장을 주도하면서 통신 중심의 유료방송시장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나 청와대의 청사진이 제시돼야 유료방송 시장 재편 과정에서 통신 시장 독과점이 유료방송에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방송사업자 재산상황공표집에 따르면 IPTV는 지난해 2조4,277억 매출을 올려, 케이블SO 전체 매출 2조1,692억원을 넘어섰다. 케이블 SO가 쥐고 있던 유료방송시장 주도권이 IPTV로 넘어갔다.

거대 통신사가 서비스하는 IPTV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케이블 SO 상당수가 M&A 시장에 나오고 있다.

최대 SO인 CJ헬로비전은 2015년 SK텔레콤의 인수가 성사될 뻔 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수도권 최대 SO인 딜라이브 역시 2007년 MBK파트너스, 맥컬리 등의 사모펀드가 인수하면서부터 사실상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라고 할 수 있다. 2위 사업자 티브로드 역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 SO를 인수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IPTV의 통신사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료방송시장은 IPTV 사업자 중심의 재편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7월 18일 신영선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 합병 금지 결정을 브리핑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합병 불허 배경에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최순실 씨 재판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공정위 공무원들은 당초 공정위가 ‘조건부 허가’ 입장이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자, 승인 거부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유료방송 사업자 간 인수 합병을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막은 이유는 SK그룹이 청와대가 요구한 미르·K스포즈재단 89억원 추가 출연을 거절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새정부에서 유료방송 인수합병이 활발해질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유료방송 시장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신사업자 중심의 유료방송 시장 재편은 통신 산업에 방송시장의 종속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통신이 유료방송을 대부분을 인수 합병할 경우, 방송이 가진 사회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유료방송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방송의 공적 가치보다는 통신사업자 중심의 시장 가치를 앞에 놓고 정책적 결정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래부는 시장 논리에만 맡길 뿐 방송에 대한 장기적 계획이 없다시피 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지난해 말 미래부는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발표했지만, 통신 중심의 유료방송 시장 재편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여기서 미래부는 SO와 IPTV의 상이한 규제체계에 대해 “규제형평성을 제고해 궁극적으로 융합을 통해 규제일원화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부가 추진하는 유료방송 규제일원화는 통신 중심의 유료방송 재편이 끝난 이후가 될 공상이 크다.

미래부 현판식에 참여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미래부)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통신자본이 유료방송을 흡수할 경우 통신시장의 과점 효과가 방송시장에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상호 연구팀장은 “통신사는 DPS(Double, 2종 결합), TPS(Triple, 3종 결합)를 넘어 QPS(Quadruple Play Service, 4종 결합상품)까지 진화된 형태의 결합 판매를 하고 있다”며 “통신사가 유료방송 시장을 점유하면 여러 서비스 가운데 방송은 끼워 파는 상품의 하나로 전락한다”고 지적했다.

박상호 연구팀장은 “통신사 편인 미래부는 유료방송시장 개편에 있어서 역할을 할 수 없다”면서 “결국 청와대가 나서서 유료방송시장의 청사진을 제시해 한다”고 강조했다.

유료방송시장 규제 체계는 케이블 SO 중심으로 구성됐다. 78개 권역과 권역별 지역 채널 등은 케이블 SO를 위한 것이다. 반면 IPTV는 IPTV법을 통해 케이블 SO와는 다른 규제를 해 왔다. 통신사들이 IPTV는 기존 유료방송과는 전혀 다른 방송형태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통신 중심의 유료방송 시장 재편을 목전에 둔 상황에 그동안 SO가 추구해왔던 방송 권역별 지역성 구현과 지역 콘텐츠 육성 등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시킬지 대안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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