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자신이 가진 돈을 어떻게 쓰느냐는 철저히 개인의 자유다. 부정한 방법으로 번 돈이 아니라면 그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 돈 쓰는 것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보는 TV 프로그램에서라면 소위 '돈자랑'이 좀 신중해질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연예인 등 TV에 나오는 유명인들이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금욕적으로 살라는 말이 아니다. TV 출연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도, 자신의 사생활을 TV 등 대중매체에 노출하지 않는 이상 돈을 어떻게 쓰는가는 철저히 개인에 국한된 문제다.

하지만 SBS <다시 쓰는 육아일기-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운 우리 새끼>)처럼 셀레브리티의 사생활을 일정부분 보여주면서 인기를 얻는 프로그램이라면, 출연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

어떤 이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돈 걱정 없이 여유 있는 생활을 누리는 <미운 우리 새끼> 출연자들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는가 하면, 어떤 이는 그들의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다. 똑같은 장면을 봐도 시청자들이 느끼는 반응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일지는 제작진의 선택에 달려있긴 하지만, 요즘 <미운 우리 새끼>를 보면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TV에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하는 연예인이라고 한들, 자기가 번 돈 알아서 쓴다는데 그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일일이 지적하는 것도 일종의 넌센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미운 우리 새끼>라는 프로그램을 시청(소비)하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기분 나쁘거나 불편했던 모습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그것을 적극 반영하고 수용하고는 제작진의 의지에 달려있지만, 시청자가 특정 장면을 보고 불쾌감을 느꼈다면, 그것도 제법 많은 시청자들이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 그건 좀 심각하게 고민해볼 문제가 아닐까 싶다.

SBS 예능프로그램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

지난 2일 <미운 우리 새끼>에서 자신의 집안에 편의점과 와인바를 차린 토니 안을 보고 있으니, 요즘 들어 <미운 우리 새끼>가 자꾸만 보여주기 식으로 접근한다는 점에 있어서 불편한 감정들이 생긴다. <미운 우리 새끼>가 역점을 두는 장면은 다름 아닌 '철없는 아들의 대책 없는 사생활에 뒷목 잡는 어머니들'이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40~50 가까운 연예인들이 10대~20대 초반에나 가능할 법한 사고를 치는 과정이 아니라, 그 모습을 보고 뒷목잡고 분노하는 어머니들의 반응이다. 웃음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보니, 어떻게 하면 어머니들의 '화'를 유발할 수 있을까에 주안점을 두는 것 같다.

토니안이 기어코 집안에 편의점, 와인바를 차린 모습을 지켜본 토니안의 어머니는 결국 폭발하고 만다. 그래도 이와 같은 황당한 설정 때문에 <미운 우리 새끼> 내에서 다소 주목을 덜 받았던 토니안은 간만에 화제를 뿌릴 수 있었고, 좋은 반응이든 싫은 반응이든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는 김건모와 박수홍이 그들의 기행 덕분에 화제가 된 측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 기행도 정도껏이다. 토니안의 성공(?)을 계기로 집안에 편의점을 차리는 설정처럼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그때도 사람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미운 우리 새끼>를 지켜볼 수 있을까. <미운 우리 새끼>가 선보일 다음 기행이 심히 궁금하다. 다음에는 어떤 걸로 어머니들과 시청자들의 '헛웃음'을 유발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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