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를 내보내고도 엘지는 기아에 패했다. 소사의 공이 좋았음에도 기아 타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껏 끌어올려진 기아의 타선이 언제 잠잠해질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소사의 공은 속도는 물론 코스도 좋았지만, 초반 버나디나에 일격을 당한 후 대량 실점을 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버나디나의 맹타, 대체 선발 정용운이 엘지 에이스 소사를 눌렀다

정용운과 소사의 선발 맞대결에서 우위에 설 수 있었던 이는 소사다. 엘지의 에이스인 소사는 타격만 지원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이번 경기는 공도 좋았다는 점에서 대량 실점은 의외로 다가올 정도다. 역설적으로 기아의 타선이 그만큼 무거웠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거침없다는 말이 가장 적합할 듯하다. 기아는 1회부터 타선이 터지며 손쉽게 앞서나갔다. 이명기의 2루타에 버나디나의 투런 홈런으로 2-0으로 앞서 나갔다. 맞는 순간 홈런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버나디나의 이 한 방은 결승타가 되고 말았다.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기아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말 기아 선발투수 정용운이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매 경기 사이클링히트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기아. 이번 경기에서는 버나디나였다. 재미있게도 버나디는 첫 타석에서 홈런, 그리고 3루타로 이어지는 역순으로 사이클링히트가 예상되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2루타 하나가 모자라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다.

가장 힘든 3루타까지 만들어냈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 소사와 승부를 벌이며 볼넷을 얻어낸 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왔을 듯하다. 팀을 위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버나디나의 존재감은 기록보다 더 좋은 의미로 다가왔다. 1회에 이어 4회 선두타자로 나와 3루타를 친 버나디나는 최형우의 내야 땅볼로 홈을 밟으며 3-0으로 앞서나갔다.

소사가 의외의 한 방을 맞으며 흔들린 것과 달리, 대체 선발인 정용운은 상대를 압도해갔다. 하지만 정용운에게 4회는 위기였다. 선두 타자인 양석환에게 볼넷을 내준 것은 불안의 시작이었다. 정성훈의 적시 2루타로 추격을 시작한 엘지는 강승호의 희생 플라이까지 나오며 2-3까지 추격을 했다.

엘지가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4회 최소 동점이나 역전에 성공해야 했다. 정용운으로서는 리드를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었다.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는 그 집중력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기아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초 2사 1,2루 LG 선발투수 소사가 6실점을 끝으로 마운드를 내주고 교체되고 있다. Ⓒ연합뉴스

볼넷에 이은 연속 2안타와 희생 플라이까지 나오며 추격을 하던 엘지 타선을 정용운은 유강남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고, 오지환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엘지로서는 주어진 기회에 역전에 성공하지 못했다. 최소한 동점까지는 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정용운을 넘어서지 못했다.

정용운이 동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효과적으로 잡아내자 기아 타선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3사 상황에 김선빈의 2루타와 이명기의 적시 3루타가 나오며 중요한 점수가 나왔다. 추격을 허용한 직후 달아나는 점수를 냈다는 것은 기싸움에서 기아가 우위에 섰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정용운은 5이닝 동안 92개의 투구수로 4피안타, 2탈삼진, 3사사구, 2실점을 하며 시즌 3승을 올렸다. 대체 선발로 나서고 있지만 정용운은 가능성을 충분하게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부상 등으로 힘든 시간을 견뎌냈던 정용운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투구수 조절 등이 앞으로 주어진 과제이기는 하지만 위기 상황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단 점에서 선발로서 충분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기아는 6회와 7회 타선 응집력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며 6점을 쓸어 담았다. 6회 이범호의 투런 홈런이 곁들여지면서 기아의 무서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소사는 이번 경기에서 5와 2/3이닝 동안 98개의 공으로 6피안타, 1피홈런, 5탈삼진, 3사사구, 7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공은 좋았지만 이번 경기는 소사의 편이 아니었다. 기아는 득점 가능성만 생기면 타선의 응집력이 무섭도록 강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이 가장 높은 팀다운 모습이었다.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기아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초 1사 2루 기아 버나디나가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쏘아올린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경기에서 버나디나는 단순히 기록에서만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7회 안타를 치고 나간 후 도루를 감행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타이밍 상 아웃이었지만 절묘하게 수비를 피해 세이프가 되는 과정은 대단하게 다가왔다. 비디오판독을 해야 했지만 버나디나의 이 공격적인 모습은 결국 추가 득점을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기아로서는 주중 삼성과의 경기에서 현 시점 내세울 수 있는 강한 선발 세 선수를 모두 내보냈다. 양현종-헥터-팻딘으로 이어지는 선발은 모두 승리 투수가 되었다. 주말 엘지와의 경기에서 최소한 두 번은 현 시점 대체 선발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최악의 경우 양현종이 일요일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되면 원정 3경기를 모두 대체 선발이 나서야 했다.

그런 점에서 정용운의 호투는 반가웠다. 연승을 이어가는 승리이자 주말 3연전 선발 열세 상황을 강세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니 말이다. 8회 김선빈은 팀 39,000안타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번 경기에서 3안타를 친 김선빈은 올 시즌 타격왕의 가능성을 점점 높이고 있다. 4연승 동안 매 경기 두 자리 득점을 하고 있는 기아 타선이 토요일에도 가능할지 궁금해진다.

임기준과 허프가 나서는 토요일 경기에서 선발 무게는 엘지가 더 묵직하다. 하지만 현재 기아의 타선이 너무 뜨겁다는 점이 변수다. 초반 실점 없이 흐름을 막을 수 있다면 엘지가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기아 타자로서는 허프를 초반에 무너트린다면 대체 선발을 내고도 서울 원정에서 스윕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NC에 스윕패를 당한 기아가 쓴 보약을 먹고 연승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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