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형래 기자]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MBC가 쇠락한 이유가 정치권력에 의해 임명된 ‘사장의 직권 남용’과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의 책임 있는 ‘방문진 이사회의 직무유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언론정보학회는 29일 “미디어체제 개혁과 공영방송 쇄신을 위한 세가지 질문”이라는 주제로 기획 토론회를 열었다. 첫 번째 토론회로 “당신들이 점유하고 있는 MBC에 대한 권리를 묻다”라는 소주제를 정하고 MBC 경영진과 이사회 방송문화진흥위원회의 자격과 정당성을 따졌다.

허찬행 청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는 “MBC의 현실은 누구의 책임인가”라고 물으며 “사장의 직권 남용과 이를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이사회, 방문진의 직무유기, 동조와 같은 행위에 가장 큰 책임의 소재가 있다”고 분석했다.

허찬행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MBC 사장을 지낸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사장은 사장으로서 부적격한 인물”이라며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만 대변해 MBC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사내 노사분규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언론정보학회 미디어개혁 세미나 "당신들이 점유하고 있는 MBC에 대한 권리를 묻다"에서 허찬행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허찬행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사장으로 선임된 김재철 사장에 대해 “MB 조카의 친구로 미국특파원 시절부터 MB를 보좌해 왔다”며 “김재철은 고려대 선배인 김재우를 이사장에 천거하는 등 이사회마저도 무시하는 인사 및 경영전횡을 일삼았다”고 강조했다.

허찬행 교수는 “(여당 추천 이사) 김광동 등이 김재철을 견제할 목적으로 사장불신임안을 방문진에 안건으로 상정했는데, 이때 여당 추천 김광동, 김충일이 야당 추천 이사와 함께 해임안에 동의해 김재철이 낙마하고 중도 면직됐다”고 설명했다.

하찬행 교수는 안광한 사장에 대해 “김기춘의 천거로 사장에 선임됐다”며 “정상 퇴직한 본인에게 2년간 급여 1000만원, 법인카드(월 700만원), 사무실 등을 요구해 받았다”고 비판했다.

허찬행 교수는 올해 초 임명된 김장겸 사장에 대해 “권력에 맹목적으로 충성한 인물에 대한 임명이었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거쳐 사장에 임명됐다”고 평가했다.

또 허찬행 교수는 방문진 여당추천 고영주 이사를 ‘공안검찰’, 김광동·권혁철·이인철 이사를 ‘뉴라이트계’라고 평가하고 “(방문진이)뉴라이트와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편향적으로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허찬행 교수는 “방문진은 방송문화 진흥을 위한 공적인 역할보다는 정권에 의해 임명된 이사들의 사교모임적 형태로 유지되고, 정권의 친위대로 운영됐다”며 “MBC 경영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해야하는 데 전혀 하지 않았다. 직권 남용, 직무유기의 행태를 보여왔다”고 비판했다.

"방문진의 납득할 수 없는 경영진 옹호...끈끈한 결탁이 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MBC 경영평가를 분석하고 “방문진이 경영감시 책임을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국장은 “MBC 경영실패와 관리감독의 파행은 2014년 세월호 보도 참사로 이어졌다”며 “방문진은 이에 대한 어떤 위급함과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채 납득할 수 없는 경영진의 옹호에만 매달렸다”고 비판했다.

또 김동원 국장은 “90명이 넘는 인원이 징계, 교육으로 현직을 떠났다”며 “(방문진은)이러한 인사 조치가 납득할 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상적인 감독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남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강사는 ‘해고녹취록 파문’으로 비판을 받았던 백종문 전 기획본부장에 대해 “그런 일을 하고도 승진해 부사장이 됐다”며 “경영진과 방문진의 끈끈한 결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남표 강사는 “MBC는 사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기업처럼 운영된다”며 “임기 3년짜리 방문진 여당 이사들이 오너십을 행사한다”고 비판했다.

이남표 강사는 “경영상, 저널리즘 상의 실패는 그들에게 문제가 아니다”면서 “언론노조와 비딱한 학자들만 자신들을 문제 삼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남표 강사는 “올해 지상파 방송사가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 재허가 때 MBC 이행요건으로 노사관계 개선을 걸었다”면서 “방통위가 요구한 재허가 이행조건을 MBC가 이행했는지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언론위원장인 이강혁 변호사는 “사장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언론의 가치와 독립을 위한 것”이라며 “이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법적인 묘수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강혁 변호사는 “KBS는 방송법상 사장 임기가 법적으로 규정해 보호하고 있지만, MBC는 사장 임기를 보장하는 방식이 다르다”면서도 “MBC 사장 임기가 법적으로 보장된 것은 아니더라도 기존의 법체계와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률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MBC 경영지표를 분석하고 “곳곳에서 낙제점의 경영지표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김경율 위원장은 “지주사와 이윤을 나누는 SBS와 수신료를 받는 KBS와 단순비교를 할 수는 없다”면서도 “10년 지표와 비교할 때 현재 콘텐츠 투자에 MBC가 가장 인색했다. 물가 상승률을 따지면 감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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