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원정 경기에서 NC에 스윕를 당하며 공동 1위를 내주는 과정은 최악이었다. 1위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NC가 신인 투수들을 내보내고도 3경기를 모두 가져가며 공동 1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 과정에서 양현종의 헌신이 돋보였다.

스토퍼 양현종의 배려로 헥터 12연승도 가능해졌다

양현종은 연패로 쳐진 팀을 구하기 위해 4일 쉬고 자진 등판을 했다.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팀이 3연패를 당했다. 연패가 이어지면 1위 자리를 NC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헥터가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 이는 모든 것이 최악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야구는 기싸움이다. 시즌 절반을 넘긴 시점에서 맞대결을 벌여 3연패를 당하며 공동 1위를 내준 상황에서 연패가 이어지면 급락이 가능한 게 야구다. 그런 점에서 화요일 경기는 너무 중요했다. 그리고 자청해서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혼신의 힘을 다해 팀의 연패를 막았다.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현종이 연패를 막자 헥터가 이번 경기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화답했다. 헥터만 나오면 타선이 폭발하는 기아는 이번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무려 14점이나 뽑으며 헥터의 12연승을 자축했다. 이런 상황의 반만 팻딘에게 돌아간다면 그 역시 10승 고지에 이미 올랐을 것이라는 점에서 점수 몰아주기가 아쉽기도 하다.

기아는 헥터가 선발로 나선 이번 경기에서 1회부터 화끈한 타격을 선보였다. 선발로 나선 삼성 김대우가 막을 수 있는 타선이 아니었다. 기아는 1회 1사 상황에서 이번 경기 5안타를 집중시킨 김주찬의 3루타로 시작했다. 버나디나의 1루 땅볼에서 김주찬의 야구 센스가 돋보이는 슬라이딩이 나왔다.

러프가 완벽한 송구를 했지만 이지영의 태그를 피한 김주찬은 선취점을 만들어냈다. 게임에서나 볼법한 방법으로 아웃 카운트를 득점으로 만드는 과정은 이번 경기 흐름을 짐작하게 했다. 삼성으로서는 이보다 더 답답했던 상황은 버나디나를 3루까지 진루하도록 방치했다는 것이다.

볼 데드 선언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포수 이지영이 버나디나 잡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심판의 볼 주머니에서 공 하나가 떨어진 상황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차후 문제다. 우선 루상의 선수를 잡는 것이 우선이어야 했지만 이를 방치한 이지영으로 인해 기아는 손쉽게 득점을 이어갈 수 있었다.

적시타 터뜨리는 KIA 버나디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최형우의 적시타에 서동욱의 희생플라이까지 더해지며 기아는 1회에만 3점을 얻었다. 삼성은 이번엔 달랐다. 0-3으로 뒤진 2회 곧바로 만회를 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이 솔로 홈런을 치고, 흔들린 헥터를 상대로 2안타를 몰아친 삼성은 이지영의 적시타로 2-3까지 추격에 성공했다.

동점도 가능한 상황에서 박해민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더 이상 추가점을 뽑지 못한 것은 삼성의 한계였다. 삼성이 1점 차까지 추격하자 기아는 바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3회 말 이명기의 안타와 김주찬의 2루타로 1사 2, 3루 상황에서 버나디나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치며 4-2로 달아났다. 그리고 최형우가 다시 한 번 적시타를 치며 5-2로 점수를 벌렸다.

이번 경기는 3회 이 2득점이 나온 후 기아로 완벽하게 기울었다. 우천으로 1시간 연기가 된 후 다시 득점 레이스를 펼친 기아는 5회 이닝이 끝나기 전 버나디나의 안타로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하고 있었다. 전날에도 11점이나 뽑았던 기아의 타선 폭발은 이번 경기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헥터는 7이닝 동안 107개의 투구수로 8피안타, 1피홈런, 9탈삼진, 무사사구, 3실점을 하며 승리 투수가 되었다. 시즌 12승 무패의 대기록을 세워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승리했기 때문에 13경기 연속 승리 투수가 된 헥터의 기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헥터는 전 경기인 두산전에서 5이닝 6실점을 했었다. 승리 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올 시즌 최다 실점을 할 정도로 좋지 못했다. 이런 헥터를 위해 양현종이 희생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헥터는 하루 더 쉰 후 보다 좋은 투구로 삼성 타자들을 공략했다.

중요한 순간 상대를 제압하는 송곳 같은 제구와 낙차 큰 커브는 삼성 타자들에게 지옥과 같은 경험이었다.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을 되찾았다는 점에서 헥터의 이번 승리는 1승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기아로서는 양현종과 헥터가 나온 경기에서 타선이 폭발하며 이틀 연속 10득점 이상을 올려줬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김주찬은 이번에도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3루타와 2루타를 2회가 끝나기 전에 기록했던 만큼 이번에 사이클링 히트가 나올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전 3루타가 모자라 기록을 세우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홈런이 상대적으로 더 쉬워 보였으니 말이다. 큰 점수 차로 인해 7회가 마지막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KIA 타이거즈 외야수 김주찬 (연합뉴스 자료사진)

홈런을 기대하는 것과 달리 투수 발에 맞고 안타가 된 상황으로 이번 기록도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기아 타선이 다시 폭발하며 빅이닝을 기록하고 8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기회를 잡은 김주찬은 극적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는 듯했다.

잘 맞은 타구는 펜스를 향해 날아갔고 현장에 있던 관객들 역시 모두 일어나 타구를 쫓기에 바빴다. 하지만 아쉽게도 김주찬의 타구는 펜스를 그대로 맞히고 떨어지는 2루타가 되고 말았다. 1m만 더 날아갔어도 사이클링 히트가 될 수도 있었는데, 김주찬은 5안타 경기로 만족해야만 했다.

김주찬의 맹활약으로 인해 가려지기는 했지만 버나디나의 호수비는 헥터의 실점을 최소화 시켜주었다. 이번 경기 안타는 1개뿐이었지만 빠른 주력과 좋은 수비로 든든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김주찬에 밀렸지만 서동욱의 활약도 놀라웠다. 7회 3점 홈런을 치며 헥터에게 강제 휴식을 준 서동욱은 3안타 경기에 4타점을 올리는 만점 활약을 보여주었다.

삼성과의 두 경기에서 기아는 34개의 안타로 24 득점을 올렸다. 폭발적인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삼성과 3연전 마지막 경기에 나서는 팻딘이다. 헥터 경기에 엄청난 화력이 쏟아지는 것과 달리, 팻딘의 경기에서는 짠물 야구를 하는 기아가 과연 이번에는 폭발적인 화력으로 그의 승리를 만들어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주찬까지 살아난 기아의 야구는 무섭다. 선발 투수들이 약간 지치기는 했지만, 다시 정상적인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 기아가 NC에 당한 3연패 충격을 벗어나 다시 연승을 언제까지 이어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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