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철도노동자의 안전과 처우 개선을 위해 싸워왔던 전국철도노동조합 전 시설국장이 선로보수 작업 중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반복되는 철도노동자의 사고는 인력과 안전예산 감축이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람과 안전 중심으로 철도 경영을 다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8일 새벽 서울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에서 선로 보수 작업 중이던 50대 노동자 김아무개 씨가 선로로 들어오던 열차에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김씨는 열차의 선로 진입 여부를 확인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고, 자정께부터 새벽 4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공사 안내 표지판을 세우기 위해 선로 위를 걷다가 사고를 당했다. 현장엔 김 씨를 비롯한 7명의 노동자가 선로 보수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28일 새벽 사고가 발생한 노량진역. 선로정비 노동자 김아무개 씨는 사진 중앙부 선로가 곡선으로 휜 부분에서 열차에 치여 숨졌다. (사진=철도노조 제공)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은 지난 28일 ‘우리는 열차를 멈춰세워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고인(김씨)은 열차 선로 보수공사를 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지 알렸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 할 권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희망연대노조는 “지난 십여 년 동안 철도는 상하차 분리, 경쟁체제 강행으로 ‘민영화’ 과정에 있다. 공사는 노동자들을 쪼개고 차별했다. KTX 승무원들은 12년째 싸우고 있다. 공사와 정부는 노동자를 짓눌렀고 그만큼 현장은 위험해졌다”면서 “열차를 쉬지 않고 굴리기 위해 사람이 죽어야 한다면, 우리는 열차를 멈춰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도노동자 최세영 씨는 28일 CBS라디오<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이런 사고가 많아 노동조합이 투쟁을 통해서 열차감시원 포함 6명 이상이 선로에서 작업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며 “이번 사고를 당한 조의 경우 정원이 9명임에도 불구하고 현원 8명이고 1명이 연가를 내 7명이서 작업을 나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안진걸 공동사무처장은 같은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비용절감, 이윤 극대화, 민영화 논리가 득세하면서 코레일 직원 2만5천 명 중 5천 명이 감축됐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처장은 “지난해 구의역 청년 건이나 이번 사고는 인력이 줄자 한정된 시간에 많은 일을 해야 돼 안전에 신경을 못 써 벌어진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사람과 안전 중심으로 철도 경영을 다시 재편해야 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사무처장은 “현재 철도시설공단하고 철도공사가 분리돼 있다. 이전 정부가 철도 민영화 논란에도 수서발 KTX를 민영화시켰다”며 “회사가 분리되면 통합관리가 안 되고 신호·정비체계가 달라 사고날 위험성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사무처장은 “철도노동자들의 요구는 첫째는 민영화를 하지 말라는 것이고, 둘째는 안전에 투자하라는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철도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숨진 김씨는 전국철도노조 전 시설국장이자 정의당 당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09~2010년 영등포시설지부 지부장으로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해임됐고, 2015~2016년 또 다시 지부장을 맡아 파업에 참여해 중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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