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가 공동으로 추진했던 '대선후보 3자 토론'이 법원의 방송금지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사실상 무산될 상황에 처했다.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는 30일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각각 KBS와 MBC를 상대로 낸 대선후보 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유권자들의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선거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토론회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후보자로서는 자신의 정책과 신념을 홍보하고 유권자를 설득할 기회를 그만큼 잃게 되는데다 선거운동 초반부에 군소후보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져 향후 선거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 KBS 본관(왼쪽)과 MBC 방송센터(오른쪽) ⓒ미디어스
재판부는 "언론기관 주관 토론회는 그 횟수, 형식, 내용구성, 대상자의 선정에 있어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방송토론회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대상자 선정에 관한 언론기관의 재량에는 일정한 한계가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신청인들이 초청대상자를 최근 여론조사결과 평균 지지율 10% 이상인 후보로만 한정한 것은 제한된 전파자원 및 토론의 효율성 측면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 정당성을 쉽사리 수긍하기 어려워 재량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 결정에 즉각 항고…다양한 방송토론 기회 봉쇄하는 언론탄압"

이에 대해 KBS와 MBC는 법원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고할 뜻을 밝혔다. KBS 선거방송프로젝트팀 관계자는 "토론 일정을 일단 연기하고 구체적인 법률 검토를 거쳐 즉시 항고할 계획"이라며 "이번 대선에 (토론이 성사되지) 못한다고 해도 다음 대선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선거 구도는 매번 달라질 수 밖에 없고 올해의 경우 선관위 주체 법정 토론 참가 대상이 7명이나 되는데 방송사가 일정한 기준에 따라 후보 그룹을 나눠 심층토론을 진행하려는 취지마저 부당하다고 보는 것은 다양한 토론 기회를 봉쇄하는 것으로 언론 탄압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앞서 KBS와 MBC는 다음달 1일과 2일 '여론조사 지지율 10% 이상'을 기준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통합신당 정동영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 3명의 대선 유력후보를 초청하는 합동토론을 두차례 열기로 합의하고 세 후보에게 초청 공문을 보내 참석 여부를 타진해왔다.

그러나 권영길 후보와 문국현 후보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대선 후보의 공정한 방송토론권을 침해한다며 KBS와 MBC를 상대로 지난 20일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 '대선후보 3자 토론'에 정동영 후보는 참석 의사를 밝혔고 이회창 후보도 지방 유세 일정 등을 고려해 하루 정도는 참석이 가능하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명박 후보의 입장과 법원의 방송금지가처분 심리 결과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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