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형래 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통신비 절감 대책’이 ‘2500원’ 짜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통신 기본료 폐지’에 대한 기대감을 뭉개버렸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위는 단기간에 통신비 인하 성과를 내기 위해 급급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냈다. 당장 실현 가능한 정책이 없거나, 생색내기에 불과한 공허한 정책도 있다.

국정기획위가 ‘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발표한 ‘약정 요금할인율 5% 상향’의 경우, “별도 조치 불요”라고 적시해 놓았지만 이동통신사가 동의를 하고 스스로 요금제도 개선에 나설 때 가능한 조치다. 이통사가 동의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한 정책이라는 얘기다. 도매대가 인하 등이 포함된 알뜰폰 지원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국정기획자문위 통신비 절감 대책 발표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보편요금제 출시'는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돼야 실현이 가능하며, '통신사업 진입규제 개선'은 역시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재 국회 사정을 감안하면 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된다고 해도 당장 개정이 어렵다. 더구나 보편요금제의 경우, 사업자의 자율성을 상당한 수준까지 침해하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공공와이파이 구축은 이미 정부와 지자체, 사업자가 매칭 펀드를 통해 이미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통신사업 진입규제 개선 역시 정보통신부때부터 추진해온 제4이동통신 도입의 연장선으로 정부 통신 정책의 모호함만 더했다.

‘통신 기본료 폐지’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명한 공약을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가 왜 실현 불가능하거나, 모호한 형태로 뭉갰을까?

국정기획위가 공약을 실현할 대안을 마련해야할 미래부 업무보고를 받기 전에 ‘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을 폐기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부터 꼬였다는 평가다. 당시 국정기획위 소속 최민희 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통신 기본료 폐지’를 소외계층, 저소득층만 한정했다. 이에 대해 언론과 시민단체는 ‘사실상 공약 폐기’라고 반발할 수 밖에 없었다.

국정기획위는 시민단체들과의 간담회를 추진하며 반발을 누그러뜨리려는 움직에 나섰지만 모양새에 그쳤다. 간담회 직후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용할 것 같은 입장을 밝혔지만 국정기획위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시민단체 간담회를 마친 최민희 위원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정기획위의 ‘통신비 절감 대책’은 정책적 맥락을 찾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다양한 통신비 인하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2012년 대선, 지난 해 총선 등을 치르면서 수차례 통신비 인하를 공약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기본료 폐지 공약 역시 이 같은 공약의 연장성에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 공약 가운데 와이파이 망개방 같은 경우는 2012년 대선 이전부터 민주당이 추진해 정책이었며 기본료 폐지 공약 역시 연원을 따지면 2008년 총선까지도 올라간다. 민주당은 2008년 총선 당시 기본료 13000원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국정기획위의 ‘통신비 절감 대책’은 그동안 민주당의 정책 공약과 궤를 달리한다. 일례로 국정기획위 ‘통신비 절감 대책’은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서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겠다는 방안을 담고 있다.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는 그동안 민주당이 추구해온 통신요금 규제 강화, 통신비 원가공개, 통신요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의 정책 기조와 정반대되는 정책으로 지적된다. 인가제 폐지는 SK텔레콤 이외에 주장하는 이가 드물다.

국정기획위의 ‘통신비 절감 대책’은 여당과의 소통 부재가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평가된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국정기획위의 소통 부재와 돌출 행동에 항의하기도 했다. 의견서 제출이라는 형식을 빌었지만, 내용은 국정기획위의 잘못된 정책 방향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당시 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 발표 (사진=연합뉴스)

또 국정기획위는 단기적 성과에 집중한 대책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 마련이 필요했다. 역대 정권 마다 통신비 인하를 추진해왔지만, 이통사 수익은 점점 늘어갔다. 그만큼 통신비 인하가 어려운 정책이라는 얘기다.

시민단체들이 국정기획위를 만난 자리에서 제안한 것도 ‘통신 기본료의 즉각적인 폐지’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민사회, 학계,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통신요금 산정 위원회’와 같은 논의 기구였다. 시민단체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안 마련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국정자문위가 즉각적인 성과에 급급한 공약에만 매몰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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