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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딜레마에 대한 '1박 2일'스러운 해결[하재근의 TV이야기]
하재근/문화평론가 | 승인 2010.02.08 15:38

7일에 방영된 <1박2일>의 잠자리 복불복 제기차기와 잠자리에서 이어진 아침밥 쟁탈전은 <1박2일>의 장점과 문제를 동시에 보여줬다고 할 수 있었다.

흔히 <무한도전>의 창조성에 찬탄을 보내는 사람들은 <1박2일>의 ‘같은 포맷 우려먹기’에 냉소를 보낸다. 여행지 소개와 복불복 게임이라는 아주 단순한 포맷을 주야장천 우려먹고 있다는 비웃음이다.

그러므로 <1박2일>은 지겨울 뿐이고, 더 보여줄 밑천도 없다는 비난이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1박2일>은 그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건재하다. 심지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기까지 하다. 더 놀라운 건 그 사이에 포맷의 변화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미 2년 전에 지겹다는 말이 나왔었는데, 그 사이에 변화도 주지 않고 지금의 성공을 일궈온 것이다.

   
 

그 비밀은 <1박2일> 팀의 예능적 능력과 팀웍, 그리고 지휘자인 강호동의 비범함에 있다. 묵묵한 일꾼이었던 이수근과 단지 성실한 총각일 뿐이었던 이승기가 요즘 들어 웃기고 있다. 이것이 <1박2일>팀의 예능적 능력을 상징하는 모습니다. 또 이들의 팀웍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워낙 손발이 잘 맞고 능청스러워 조작논란까지 나타날 정도다. 강호동의 비범함은 이들의 예능적 능력과 팀웍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바탕엔 따뜻한 인간애, ‘정’이 깔려있다. 따뜻함은 영원히 질리지 않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 강력한 토대 위에, 앞에서 언급한 팀원들의 예능적 능력과 팀웍, 강호동의 비범함 등이 어울려 오늘의 거대한 성공을 일굴 수 있었던 것이다.

7일 방영분은 <1박2일>의 그런 특징을 잘 보여줬다. 이번 회에서 웃음의 핵심은 수많은 사람들이 지겹다고 질타를 보내는 복불복이었다. 심지어 복불복 종목은 ‘지겨움 중의 지겨움’이라고 할 수 있는, 너무나 닳고 닳아서 식상한 제기차기였다. <1박2일>팀은 바로 그 제기차기 가지고 사람을 웃기는 신기를 발휘했다.

복불복을 이끌어가는 팀원들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 지난 여름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벌어진 진흙탕 3종 경기에서 강호동은, 비록 본인은 웃기지 못했지만 동물적인 감각으로 게임 진행을 지휘하며 최후의 번외경기 웃음까지 이끌어냈었다. 이번에도 강호동은 엠씨몽, 이수근 등과 손발을 맞추며 자연스럽게 복불복 2회전을 유도했다. 그래서 웃음을 준 것은 물론, 야야취침과 텐트취침, 그리고 이수근 1인취침이라는 스펙터클하게 재밌는 구도까지 만들어냈다.

   
 

바로 이어진 아침밥 쟁탈전에서 이수근은 분장 원맨쇼로 연속해서 웃음을 줬다. 이렇게 멤버들의 예능감각과 팀웍, 강호동의 비범함으로 <1박2일>은 그 지겹다는 복불복 게임으로 또다시 웃음을 길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1박2일>의 저력이다.

서두에 장점과 문제가 동시에 나왔다고 했는데, 문제라는 건 이런 거다. 이렇게 계속 고생의 강도를 높여가면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그동안 야외취침은 곧 텐트 안에서 자는 걸 의미했었다. 이번엔 영하 7도의 날씨에 텐트 밖에서 자는, ‘야야취침’까지 등장했다. 점점 자극의 강도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극의 끝없는 상승은 꼭 가학적이라는 불쾌감을 준다고는 할 수 없지만, 웬지 지속가능한 안정된 토대라고 여겨지지 않으며 조금은 씁쓸한 것이 사실이다. 이 생고생의 연속, 과연 그 끝은 어디란 말인가.

역시 <1박2일>답게 김종민 딜레마를 해결하다

<1박2일>은 이른바 ‘김종민 딜레마’를 끌어안았다. 김종민 딜레마는 두 가지다. 첫째, 방송에서 떠나있었던 김종민의 예능감 문제. 둘째, 7인 홀수 체제로 인해 게임 진행시 편을 나눌 수 없는 문제.

첫 번째 김종민의 예능감 문제는 <1박2일>답게 간단하게 돌파했다. 이해타산보다 인간적인 정을 우선해 그를 끌어안는 쪽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정리해버린 것이다. <1박2일>이 신뢰를 지키는 대신 리스크를 감수했다고 할 수 있다. 체제 변환으로 인한 리스크, 김종민의 확인할 수 없는 예능감으로 인한 리스크를 감수한 것이다. <1박2일>답다.

그리고 이번 회에 두 번째 문제인 홀수 딜레마를 역시 <1박2일>답게 간단하게 해결했다. 김종민이 합류하면서 일부 평자들이 대결 게임을 주로 하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홀수 체제로 가냐면서 우려를 표명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주엔 편을 나눌 때 난감한 문제로 PD가 김종민을 괜히 합류시켰다는 농담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번 회에서 제기차기 복불복을 할 때 또다시 편을 나누는 문제가 제기됐는데, 먼저 이승기가 자신이 게임에서 빠지겠다고 해결책을 내놨다. 한 명을 빼는 뺄셈 방식이다. 이것도 <1박2일>답긴 하다. 김종민을 위해 이승기가 희생하는 구도였기 때문이다. ‘정’이 느껴지는 방식이다.

요즘 예능에서 분량 확보 문제는 전쟁이다. 그건 <청춘불패>를 보면 안다. <청춘불패> 출연자들은 분량을 확보하기 위해 눈물겨운 전투를 벌인다. 스캔들, 동맹, 앙숙관계, 위악적 캐릭터, 망가지기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처절하게 동원된다. 그런데 이승기가 자신의 분량을 포기하며 김종민을 배려한 것이다. 이것도 나름 방법이긴 하지만 뺄셈 방식이라는 것이 문제다.

엠씨몽이 다른 제안을 내놨다. 제작진 중의 한 명을 끼워넣자고 한 것이다. 이건 덧셈 방식이다. 더하긴 더하는데, 그것을 제3의 멤버인 제작진에서 충원하는 방법이다. 이야말로 극히 <1박2일>다운 방식이었다.

개방적이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게임에서의 홀수 딜레마를 돌파해버린 것이다. 역시 <1박2일>이다. <1박2일> 특유의 개방성은 그동안 현지 주민들이나 시청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잘 느낄 수 있었다. 제작진과의 소통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방식으로 홀수 체제에 대한 우려를 간단히 불식시켰다. 복불복 후 승리한 팀이 기쁨을 나눌 때 대주 작가가 뻘쭘하게 떨어져 있자 강호동이 그를 불러 함께 얼싸 안았다. 지난주엔 이승기가 주민들과 이런 모습을 보여줬었다. 이런 식이기 때문에 <1박2일>이 국민들의 사랑 속에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회 후반부는 다음 주 시청자 특집의 서장 겸 예고편이었다. 시청자들과 <1박2일>팀이 접속하는 과정 그 자체로 웃겼고, 조금씩 보여준 다음 주 장면들은 벌써부터 흥분될 만큼 흥미진진했다. 사실 다른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이 나온다고 하면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 일반인은 안 웃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적이고 개방적인 <1박2일>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도 웃음을 길어낼 수 있는 팀원들과 강호동이 있기 때문에, 다음 주 시청자 특집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1박2일>의 힘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하재근/문화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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