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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용 의혹 조작 사건, 국민의당의 출구전략 통할까조작 당사자는 안철수 측근… '민주당 복귀론' 힘 실릴듯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06.27 09:14

국민의당이 지난 대선에서 문준용 씨 관련 의혹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실토한 것은 충격적이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당시 문준용 씨의 파슨스스쿨 동료를 자처한 사람의 음성과 카톡 메시지 등이 조작된 것으로 파악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당시 “제보자를 100% 신뢰할 수 있다”고 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

상식적 차원에서 볼 때 당시 의혹 제기가 의심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문준용 씨와 함께 파슨스스쿨에 다닌 한국인의 숫자는 소수에 불과한데, 당시 국민의당이 밝힌 제보자와 유사한 조건에 있는 인물은 1명밖에 없고 그 사람은 제보 내용을 부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당시 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논란에 권양숙 여사 친척이 연루돼있다는 주장을 내놨다가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다며 사과하기도 했는데, 종합해보면 국민의당이 제기한 문준용 씨 관련 의혹 대부분에 대해 의구심을 표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국민의당이 ‘이실직고’하는 길을 택한 것은 이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당시부터 의혹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법적대응을 말해왔다. 국민의당으로서는 검찰 수사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거 박선숙 전 의원과 김수민 의원의 사례와 같은 문제에 빠지는 것보다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상황을 통제하면서 논란을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전략’을 모색한 결과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대선 때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과 관련, "제보된 카카오톡 화면 및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과연 국민의당이 의도한 대로 ‘출구전략’이 작동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장 의혹을 만들어낸 당사자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준용 씨의 친구를 자처하는 인물 음성을 제작해낸 국민의당 소속 이모씨는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행위는 당 지도부의 지시로 한 일이며 박주선 비대위원장의 사과는 사실상 ‘꼬리 자르기’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도 ‘배우’를 섭외하고 제보를 조작하는 일련의 과정을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나 안철수 후보 캠프가 몰랐을 리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당은 최근까지도 거의 모든 정치적 쟁점에 대해 양당구도에 기댄 정치를 구태한 것으로 규정하며 정치적 정당성을 주장해왔다.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사실상 갈라져 나온 정당으로서 기성 정치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적자원과 정치문화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기성 정치와의 선 긋기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안철수 전 의원이 갖는 상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의혹은 안철수 전 의원의 그간 주장에 치명적 타격을 입히고 있다. 문준용 씨 관련 제보를 조작한 당사자인 이모씨는 안철수 전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당 내의 기성정치권 인사가 아니라 안철수 전 의원 쪽에 가까운 인사들이 이번 의혹에 개입했다는 뜻이다. 국민의당이 크게 안철수 전 의원 측에 가까운 사람들과 호남을 기반으로 한 기성 정치권에 가까운 사람들로 양분돼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철수 전 의원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란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의당은 명확한 정치 노선을 기초로 만들어진 정당이 아니고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양당을 비난하는 것 외의 다른 정치 노선을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오로지 ‘새정치’를 말하는 안철수 전 의원의 존재가 노선적 정당성을 유지하는 근간이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정체성의 문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당내의 동교동계 일부가 더불어민주당으로 ‘유턴’하자는 입장을 내놓았던 점까지 고려하면 이번 사건은 국민의당의 존립 근거가 허물어지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장 이후의 인사청문회 국면이나 추경 및 정부조직법의 처리 과정에서 캐스팅보터로서의 역할을 다 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그간 국민의당은 정체성의 문제에서는 흔들리는 과정을 겪어야 했으나 적어도 존재감이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내왔다. 선거에서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만들어 무책임한 의혹 제기를 하는 정당이라는 낙인이 찍힌 상황에선 이런 스탠스를 계속 유지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진다. 당장 수면 아래로 잠복해있었던 ‘더불어민주당 복당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고, 이는 상대적으로 정부 여당에 협조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당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이 ‘독자 노선’을 고수하는 상황은 남은 변수다. 바른정당은 26일 이혜훈 의원을 대표로 선출하고 전열을 재정비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이혜훈 대표는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는데, 따지자면 독자 노선을 분명히 하는 인사이다. 김영우 의원 등은 선거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을 포괄하는 범보수연합을 주장했으나 당원과 국민으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에 비해 이혜훈 대표는 지방선거를 대비해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하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지방선거를 독자 노선으로 치르겠다는 얘기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단일 전선을 유지할 수 있다면 캐스팅보터로서의 역할을 앞으로도 고수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을 보수세력으로 규정하는 바른정당과는 특히 대북정책 등에서 노선의 차이가 있다는 게 그간 국민의당이 주장한 바다. 만일 국민의당이 정부 여당 쪽으로 쏠리면 국민 여론의 시선은 바른정당으로 쏠릴 수 있다.

이혜훈 대표는 “생산적인 대안 야당이 되겠다”고 말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반대는 하지 않지만 야당의 역할은 분명히 하겠다는 메시지다. ‘노선’을 근거로 존재의 근거를 꾸준히 강화하는 정당과 개혁적 이미지의 인물을 근거로 정체성의 문제를 사실상 해결하지 못한 정당의 차이가 이제 드러날 수 있다. 국민의당이 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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