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6일 더불어민주당이 허욱 전 CBSi 대표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추천자로 내정했다. 그러나 허 전 대표의 과거 노조 탄압 전력과 공모 과정에서 벌어진 절차적 문제가 겹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모습. (연합뉴스)

허욱 전 대표는 지난 2000~2001년에 걸쳐 벌어진 CBS 파업 당시 사측의 보도국에서 기조실에 차장급으로 파견돼 파업 저지, 노조 분쇄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당시 문건에 따르면 CBS 사측은 노조원들을 징계하는 등의 조치를 담은 문건에서 징계의 목표에 대해 '사태의 확산이 아닌 집행부의 갈등을 촉발시키는 데 목표가 있다'고 작성했다.

사측은 노조 측에 ‘집행부 퇴진만이 해결책이라는 압력’을 행사하려고 했고, 노조 측에서 체불임금 청산을 고발하면 '퇴진운동 중단', '정당한 조합활동이 아니며 사장의 명예를 존중하라' 등의 공문을 발송하겠다는 내용의 문건도 작성했다. 사측은 "포인트는 싸움의 기세를 꺾는 것"이라면서 "주도자와 운동원의 고리를 단절해야 한다"는 내용도 적었다. 또한 1/5 직원 무급휴직, 정리해고 명단 작성을 계획했다.

사측은 5단계로 이뤄진 노조 탄압 계획도 세웠다. 1단계 공문발송, 유감과 우려 표명, 2단계 징계위원회를 통한 파업 주모자 징계, 3단계 국실장, 본부장 연석회의를 소집해 직원 휴직 및 정리해고 대비, 4단계 직권 휴직, 5단계 분쟁, 수습 작업 추진 등의 단계로 이뤄져 있다.

아울러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수습대책위원회 구성을 통한 노조의 구심력 분산을 목표로 하고, 노조가 반발할 경우 수습위에 공감하는 조합원을 중심으로 노조 탈퇴를 설득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리고 사측의 노조파괴 계획을 세우고 문건을 작성한 중심에 허욱 전 대표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허욱 전 대표를 민주당 추천 몫 방통위원으로 내정했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대상 중 하나였던 언론개혁을 '노조탄압'에 앞장섰던 인물에게 맡기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노조를 탄압한 인물을 수용한 민주당이 KBS, MBC, YTN 등 언론계 전반에 만연한 노조 탄압을 지적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민주당은 그 동안 KBS, MBC, YTN 등에서 해직된 기자들의 복직과 공영방송 정상화 등을 외쳐왔다. 그런데 이번 방통위원 공모에서 CBS에서 노조를 억압했던 허욱 전 대표를 방통위원으로 추천하면서 KBS, MBC 등의 문제를 입에 담을 자격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또한 공모 과정에서 펼쳐진 '셀프추천' 논란은 민주당의 역량부족이 여지없이 드러난 사건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방통위원 추천위는 공모에 응모한 후보자가 적다는 이유로 의원들이 직접 후보군 '발굴'에 나섰다. 심사위원이 직접 심사 대상자를 찾는 부적절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과거 민주당 공모 절차에 관여했던 복수의 전·현직 의원 및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지난 2008년 방통위원 추천 논란 이후 민주당은 추천위에 참여하는 의원은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추천위를 운영해왔다. 그런데 이번 방통위원 공모에서 수년간 지켜온 민주당의 관례는 한순간에 파괴됐다.

물론 추천위의 선택은 집권여당으로서 후보군의 범위를 넓혀 더 좋은 인재를 방통위원으로 추천하겠다는 취지로 판단된다. 그러나 절차적 하자가 발생하면 정당성이 떨어지고, 결여된 정당성은 방통위원 업무 추진력, 업무 효율성 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은 "민주당의 실력부족을 드러낸 총체적 부실"이라면서 "이번 방통위원 인사가 정말 중요한 언론개혁 과제를 수행해야 할 사람을 뽑는 것인데, 이렇게 논란을 낳는다는 것은 집권여당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실력부족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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