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드라마가 나왔다. 정교하게 준비된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한다. 검사 스폰서의 사망 후 벌어진 의문의 사건들. 그 사건의 진범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이들이 범인일 수 있는 상황이 흥미롭다. 누구도 진범이거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이 사건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40분의 시간이 만든 비밀;
왜 황시목인가? 박무성 살인사건은 누구를 향한 메시지인 것일까?

검사 스폰서였던 박무성이 사망했다. 아주 정교하게 짜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뤄진 그 사건에 황시목은 완벽하게 걸려들었다. 박무성의 전화를 받고 도착한 그 집에서 가장 먼저 그의 시신을 발견한 이가 황시목이었다. 황시목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짠 시나리오였다.

빅 픽처를 그린 자에 의해 모든 것이 흘러갔다. 제대로 된 수사 없이 이어진 범인 검거와 자살. 이 모든 것은 의문을 품게 하고 묘한 흐름으로 흘러가던 순간 그들도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여진의 언론 공개로 인해 분위기는 반정을 이끌게 되었다.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

감춰야 했던 그래서 단순해지기 바랐던 사건은 진범으로 몰린 자의 사망과 언론이 파고들기 시작하며 상황들은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가 바로 권미나였다. 이창준 차장 검사에게 성상납을 한 인물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다.

이 차장 검사에게 토사구팽을 당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몰래 엿들은 서동재 검사는 즉시 권미나를 찾아 나섰다. 박 사장에 의해 당시 미성년자였던 권미나가 성상납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권미나를 찾는 이는 서동재만이 아니었다. 그 뒤를 추격하던 시목은 콜 운전수를 압박해 권미나의 집을 알게 된다.

시목이 도착한 권미나의 집은 이미 비었다. 그곳에서 교복을 찾은 시목은 퍼즐들을 짜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더 황당한 사건은 사라졌던 권미나의 사체가 박무성의 빈집 욕실에서 발견되었다. 버려진 집에 학생들이 놀다 발견하며 세상에 이 사건이 알려진다.

숨진 박무성이 검사 스폰서였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하필 그 장소에 이 차장 검사와 관련된 권미나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망했다고 생각된 권미나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사건은 더욱 긴박해져 간다.

연쇄 살인범의 얼굴을 봤을 수밖에 없는 권미나. 그녀가 살아나 증언을 하게 된다면 모든 사건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된 순간이다. 박무성과 권미나로 인해 수많은 이들은 이 사건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사건의 진실들. 그 뿌리를 알아야 진범을 찾을 수 있는 사건이 되었다.

모두가 의심하는 것은 왜 범인이 권미나를 살려 두었을까? 충분히 살해할 수 있는 조건들 속에서 범인은 의도적으로 산 채로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바랐다. 권미나가 발견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명확한 범인의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과 박무성 살인사건의 연관성 역시 모호해진다.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

철저하게 계산된 살인. 그리고 진범에 대한 흔적 역시 남겨주었다. 그리고 패물을 가지고 도망친 자의 모든 것도 알고 있었던 범인에 의해 계획된 사건과 이 범죄 현장은 유사함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두 사건의 범인이 동일 인물이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오히려 앞선 범죄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진범을 찾기 바라는 누군가의 악의적인 행동으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인물은 박무성의 아들 박경환이다. 뒤늦게 밝혀진 권미나의 본명은 김가영이었다. 그리고 둘은 1년 선후배 사이였다.

그저 단순한 선후배가 아닌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가영은 박경환의 아버지에게 "벨"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유용한 존재였다. 죽기 전까지 박무성에게 매달 4, 500만 원을 받아왔던 가영과 그의 아들 경환이 연인 사이였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이 만든 결과일 수도 있다. 혹은 아버지 죽음 뒤 진실을 찾기 위해 뒤늦게 알게 된 가영과의 관계를 통해 극단적인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아버지 죽음에 대한 진실과 진범 찾기, 그리고 믿었던 가영에 대한 배신 등이 복합적으로 등장하며 만들어진 결과로 보일 수 있으니 말이다.

복잡하게 얽혀가는 상황에서 경찰 측은 황시목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박무성 집 화장실에서 발견된 흉기에 시목의 지문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진범의 흔적은 없고 오직 황시목의 지문만 발견되었다. 시목을 공략하는 김수찬 형사는 서동재와 연결되어 있다.

서동재는 황시목이 눈엣가시다. 더욱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 절실한 이 차장 검사마저 황시목을 편애한다. 자신을 의심하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아닌 시목을 선택한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시목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목을 범인으로 몰아가지만 맹점은 많다.

여진에게 건넨 교복 사진으로 인해 오히려 시목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시목이 열흘 전 박무성의 집에서 과도를 들고 사건을 재현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여진이다. 지문이 발견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진의 목격으로 완벽하게 풀린다.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었던 김가영. 누가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다시 떠오르는 범인 후보 군은 이창준의 집안사람들이다. 한조그룹 이윤범 회장은 박무성 사건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어 있다. 그래서 사위인 이창준에게 사건을 정리하도록 요구한다. 은밀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장인의 발언에 차장 검사인 이창준 역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

더 혼란을 부르는 인물은 이 회장의 외동딸이자 이창준의 부인인 이연재다. 셋이 함께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김가영 사건이 언급되었고, 그 과정에서 보인 이연재의 표정은 그녀 역시 범인일 수 있다는 의심을 품게 만든다. 남편이 접대를 받은 10대 소녀에 대한 분노가 만든 결과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조작하고 큰 그림을 그려 조정할 정도인지 알 수는 없다. 그녀에 대한 정보가 공개된 것이 없으니 말이다.

영은수 검사 역시 후보군이다. 하지만 그녀가 직접 범죄를 저지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계속 의심을 했던 시목은 은수의 아버지인 전 장관의 악력을 확인해 봤고, 그녀의 힘도 확인해 봤다. 그녀의 아버지는 범인일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은수가 직접 범행을 저지를 정도의 능력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지 않았던 여진 역시 범인 후보에서 제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그녀가 보여준 행태를 보면 전형적인 의협심 강한 형사다. 하지만 그녀의 과거와 현재는 철저하게 감춰져 있다. 경찰대를 나와 승진이 보장된 편안한 길이 아닌 험난한 강력계를 선택한 것을 그저 취향이라고 볼 수 없다.

박무성과 여진 역시 어떤 식으로 든 관련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여진이 범인일 가능성은 가장 떨어지지만 그래서 가장 강력한 인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들에는 관련된 당사자들의 사연들이 함께하며 거대한 숲을 만들게 된다.

그 거대한 숲은 어느 순간 비밀이 되어야 했다. 그 비밀들이 모여 숲을 이룬 상황에서 진실을 찾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다. 거대하고 복잡해진 <비밀의 숲>에서 과연 시목과 여진은 진범을 찾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 모든 사건에 연루된 듯한 시목의 "나를 쫓아왔나? 나를 이끌었나?"라는 의구심 속에 답이 있을 수 있다. 기자들 사이에 잠깐 등장했던 시목의 동창생이 의외로 이 사건의 전체 그림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복잡해지며 정교해지고 있는 <비밀의 숲>은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 과연 누가 왜 이 사건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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