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IOC 위원 입후보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IOC위원 셀프 추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체육회는 지난 16일 이 회장의 IOC 위원 입후보 신청서와 관련 서류를 국제우편으로 IOC 위원 선출위원회에 보냈다.

IOC 위원 선출위원회는 세계 각국에서 도착된 수십 명의 IOC 위원 후보자의 신청서를 받아 자격 등을 심사해 이를 통과한 후보를 대상으로 오는 7월 8일부터 이틀간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어 IOC 위원 후보를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집행위원회가 추린 최종 후보자는 오는 9월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IOC 위원들의 전체 투표에서 과반을 얻어야 마침내 IOC 위원에 오르게 된다.

IOC 위원의 정원은 총 115명으로 개인 자격 70명, 선수 위원 15명, 국제경기단체(IF) 대표 15명, NOC 자격 15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자격의 IOC위원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에 선수 위원으로 당선된 유승민 위원 등 2명이지만 이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인 관계로 유 위원만이 IOC 위원으로서 실질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IOC 위원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은 물론 IOC 내무의 핵심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IOC 자체적으로도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지만 한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일국의 국제스포츠외교에 있어 큰 발언권을 갖기 때문에도 매우 중요한 자리다.

따라서 NOC 자격의 IOC 위원은 단순히 그 나라 체육계의 중요 인사만이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국익을 고려해 광범위하게 후보자를 선별해 추천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IOC 위원 추천 문제는 체육계와 정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후보자를 내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대한체육회 이사회는 지난 8일 이기흥 회장에게 NOC 위원장 자격 IOC 위원 후보 추천 권한을 위임한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 회장은 앞서 IOC 위원 추천 문제와 관련, 그동안 거명된 국내 IOC 위원 후보자들을 검토하고 IOC 위원을 역임한 NOC 위원장을 비롯한 역대 회장들의 의견을 들은 뒤 충분한 내부적 검토를 거쳐 최종 판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끝내 여전히 공론화 작업을 거치지 않고 일주일 남짓 만에 스스로를 IOC 위원 후보로 추천, ‘셀프 추천’이라는 논란을 자초했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IOC 규정상 후보는 국가올림픽위원회의 위원장과 집행위원 등 고위인사여야 하는데, 최문순 강원도지사(강원도체육회 회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김성조 한국체육대학교 총장 등 대한체육회 부회장 3명과 다른 이사 가운데 지원자가 없었기 때문에 이 회장의 이름을 올렸다는 것.

그래서 지난 8일 이사회에서 이기흥 회장에게 NOC 위원장 자격 IOC 위원 후보 추천 권한을 위임한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의 결정을 내린 이사회에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지되지도 않았고, 이사회 구성원들도 이 회장의 측근들로 채워져 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이 회장에게 ‘셀프 추천’을 허락한 이사회에는 최문순 부회장과 정몽규 부회장이 참석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졸속 결정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이기흥 회장이 과연 IOC 위원의 중책을 맡을 만한 사람인가 하는 문제다. 물론 그는 현재 대한체육회장으로서 이사회의 위임에 따라 자신을 IOC 위원 후보자로 등록시킴으로써 절차상 법적 하자는 없다.

하지만 이 회장이 통합체육회장에 오르는 과정에서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실제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는 대한체육회장 선거무효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다음 달 13일 열릴 결심공판에서 지난해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무효가 되면 IOC 위원 출마 자격이 원천 무효가 된다. 결론이 어떻게 날 지는 모르겠으나 선거가 무효가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기흥 회장은 과거 수자원공사의 하도급 공사를 수주해주는 대가로 71억 원의 로비 자금을 받은 혐의와 11억 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2004년 기소됐고, 3년 뒤 징역형이 확정된 인물이다. 형 확정 6일 만인 2008년 1월 1일 특별사면을 받아 자유의 몸이 됐지만 그는 엄연히 범법자이고 전과자다.

뇌물을 받고 회사 자금을 횡령하는 부도덕한 일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윤리강화를 천명하고 있는 IOC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체육인으로서도 이 회장은 앞서 언급한 선거 부정 의혹 외에 여러 부끄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대한수영연맹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2012년에는 수영연맹과 갈등을 빚던 박태환의 런던올림픽 포상금 5천만 원을 지급하지 않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야 지급했다.

지난해에는 회장을 맡고 있던 수영연맹이 일부 임원의 비리와 재정 악화로 관리단체로 지정돼 자신은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단체를 부실단체로 만들었다는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 회장이 불과 얼마 후 뻔뻔하게도 대한체육회장 직에 도전한 셈이다.

통합체육회장 선거 당시 지금은 감옥에 가 있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정부 쪽에서 미는 특정 후보를 챙긴다는 소문도 돌았고, 비체육인 출신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자는 체육계 내부의 여론 덕분에 이기흥 회장은 당선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지만 애당초 선거에 나와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다.

결국 이런 수준의 인사를 대한체육회장으로 뽑아낸 체육계가 ‘셀프 추천’이라는 민망한 상황의 짐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를 포함해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체육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결국 수준 미달의 통합체육회가 꾸려짐으로써 갖게 되는 부끄러움은 오롯이 체육계의 몫이 됐다. 물론 그에 따른 부작용과 고통 역시 체육계가 떠안아야 할 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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