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라스>의 왕관을 위협하는 <싱글와이프> (6월 21일 방송)

SBS 예능 프로그램 <싱글와이프>

‘<라디오스타>를 안 보는 날이 왔다’는 댓글까지 달렸다. 아직 첫 회라서 확신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호평이었다. 그만큼 SBS <싱글와이프>는 평범하면서도 세련된 생활밀착형 예능이었다.

지난 21일 첫 방송한 <싱글와이프>는 남편과 아이에게서 벗어나 자유로운 일탈을 즐기는 연예인 아내들의 모습을 담아낸 리얼리티 예능이다. 오프닝은 연예인의 아내로서 사는 것이 아닌, 쉬는 날 없는 주부의 고민으로 채워졌다. 개그맨 남희석의 아내 혹은 미모의 치과의사 아내, 배우 이천희의 아내 혹은 ‘은실이’로 유명했던 여배우가 아니라 그냥 아내이자 엄마. 여행가는 날 아침까지 딸의 아침을 챙기는 등 그들의 하루 일과는 여느 주부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 <싱글와이프>는 연예인 아내라는 타이틀에 가두지 않고 철저히 아내로서의 고충을 들으려 했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가는 인터뷰들이었다.

가장 놀라웠던 건, 아내의 일탈을 누군가의 불편함으로 치환하지 않은 점이다. 아내가 여행하는 영상을 보여주는 동안, 제작진은 아내에게 ‘남편이 신경 쓰이지 않느냐’, ‘아이들이 생각나진 않느냐’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인터뷰 영상 없이 그저 아내의 일탈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또한, 집에 남은 남편과 아이들이 아내의 부재에 쓸쓸해하거나 불편해하는 모습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누구도 그들의 여행을 비난할 수 없게끔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스튜디오에서 아내의 일탈을 지켜보는 남편도 예능에 충실한 재밌는 멘트를 던지되 아내의 일탈에 감히 훈수를 두거나 평가하려 들지 않았다. ‘아내가 왜 저러지?’가 아닌 ‘내 아내가 저랬구나, 이랬구나’ 식이라서 불편하지 않았다. 다른 아내의 일탈을 보고 멋있다고 박수치는 남편도 있었다. 그 누구의 선입견도 개입되지 않은, 오롯이 아내의 일탈에 충실한 예능. <싱글와이프>가 세련된 부부예능인 이유다.

SBS 예능 프로그램 <싱글와이프>

방송 구성 하나하나에도 제작진의 세심함이 엿보였다. 남편이 아내의 여행 가방을 싸주는 건 사실 사소하고 별 의미 없는 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결과는 놀라웠다. 남편에게는 아내를 이해하고 아내에 대해 알아가는 계기가 됐고, 제작진은 의외의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특히 이천희가 싼 전혜진의 여행 가방은 그간 고생한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너무나 진하게 묻어있었다. 사실 사소한 장치일 수 있는데, 방송을 통틀어 가장 울컥한 순간이었다.

하나 아쉬운 건, MC 이유리의 역할이었다. 출연자 중 유일한 여성이자 결혼 6년 차 엄마로서 아내들의 입장에 충분히 공감하고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인데, 첫 회에서는 예능이 낯설어서인지 리액션이 대부분이었다. 현재 출연 중인 KBS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맡은 캐릭터처럼, 통쾌하고 시원한 ‘사이다’ 역할을 맡아주길 바라본다.

이 주의 Worst: 김사랑 외모에만 의존한 <나 혼자 산다> (6월 23일 방송)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대개 MBC <나 혼자 산다>의 신입 회원 영상은 가장 마지막에 배치되곤 했다. 다니엘 헤니도 그러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 ‘김사랑 편’은 가장 처음에 배치됐다. 이미 방송 전부터 크게 화제를 모은 출연자였기 때문일 것이다.

김사랑이 스튜디오에 등장하기 전부터 전현무는 호들갑을 떨었다. 김사랑이 등장하자, 이시언과 전현무는 급기야 여성 출연자들과 자리를 바꾸면서 김사랑 옆에 앉으려 애썼다. 김사랑의 일상을 영상으로 보기 전, 그들은 “침대 주변에 장미꽃이 있을 것이다”, “문지방에 촛불을 켜놓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머리를 한 쪽으로 모으고 살 것 같다”는 식의 농담 섞인 예상을 내놓았다. 실제로 그녀의 일상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농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사랑의 일상은 무지개 회원들의 상상에서 조금도 비껴나지 않았다. 실제로 침대 주변에 장미꽃이나 촛불이 놓여있진 않았지만,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얼굴에 미스트를 뿌리고 아침 식사 전 거실에서 요가로 몸을 풀었으며, 토마토와 올리브오일을 잔뜩 올린 마늘빵 한 입이 아침 식사의 전부였다. 심지어 하이힐을 신고 선글라스를 낀 채 지하주차장에 등장해 마치 런웨이를 걷듯 주차장을 활보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이 모든 순간들을 뽀얗고 몽환적인 느낌의 광고로 만들어버렸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감탄은 했지만 공감은 하지 못했던, 예쁘긴 했지만 흥미롭진 않았던 로봇 같은 일상이었다. 김사랑이 지하주차장을 걸을 때 “주차장에 조명친 거 같은데”라던 전현무의 장난 어린 멘트는 농담이 아니었다. 김사랑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방송 촬영임을 너무나 의식한 듯한 모습이었다. 물론 방송 촬영인 건 맞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지만 100% 리얼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도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 혼자 산다>는 출연자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생명인 프로그램이다. 김사랑의 일상은 그가 드라마나 광고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제작진은 “순간순간이 광고가 되는 마법”, “멋이라는 게 폭발한다”, “계속되는 대낮의 광고촬영” 같은 하단 자막으로 김사랑의 일상을 화려하게 포장했다. 솔직히 말하면 필터 효과를 잔뜩 내서 촬영한 뒤 SNS에 올린 인증샷처럼 인위적이기까지 했다. 김사랑의 일상이 아니라 김사랑의 비주얼에만 의존한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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