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페이스북을 통해 5행시 짓기 이벤트를 개최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이벤트를 구상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 반응은 뜨거웠다. 5행시는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글짓기다. 그럼에도 23일 오전 기준 1만 3천 건을 돌파할 정도로 시민들의 참여가 폭발적인 상태다.

21일과 22일 JTBC 뉴스룸의 비하인드 뉴스에도 등장할 정도로 자유한국당 5행시는 화제가 됐다. 다만 그 많은 응모작들 중에 정작 자유한국당을 칭찬하는 글을 찾을 수 없다는 게 자유한국당의 현실이다. 손석희 앵커가 왜 비판한 것만 소개하냐는 질문에 비하인드 큐스 진행자 박성태 기자가 응원하는 글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또한 비판글 일색에도 불구하고 응모작들 중에서 뽑아 선물을 준다는데 응모자들은 단호하게 경품은 거절하겠다고 입장인 것도 빼놓아서는 안 될 팩트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 5행시 페이북 이벤트 (관련 화면 캡처)

아무튼 그중 누리꾼들 사이에 회자하는 걸작(?) 5행시를 골라보면,

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구한 역사를 가진 자랑스러운 우리 조국
국의 행복한 현재 더나은 미래를 위해
민의 염원을 모두 모아
부드립니다 자유한국당 해체! 전원사퇴! 조기총선!

: 자 이제 정신차리세요
: 유난히 멍청한 꼴통정당이
: 한 나라를 말아먹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 국회의원직 전원 사태하세요
: 당신들이 사라져주면 됩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응모(?)작들이 이처럼 자유한국당에게 거칠고 호된 비난을 가하는 내용들뿐이다. 김영재 의원에서 챙겨온 쓰레기봉투에 든 파쇄된 문서까지 맞추던 근성의 JTBC 기자들도 자유한국당을 응원하는 5행시를 찾다 포기할 정도면 분위기를 짐작하기에 모자라지 않다.

자유한국당 5행시가 이처럼 긴급 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새 정부에 조금의 협조도 없이 어깃장만 놓는 모습 때문인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정치인인 이상 정략적이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정부조직법이나 실업참사를 해결하기 위한 추경까지도 무조건 반대만을 외치는 자유한국당을 좋게 봐줄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이 시민들에게 자신들을 5행시로 표현해달라고 이벤트까지 준비한 것은 배짱이 좋거나 양심이 없거나일 것이다.

오래전 시인 김수영은 “누이야, 풍자가 아니면 해탈이다”라고 암울한 시대의 고통을 토로했다. 풍자와 해탈 사이의 모순을 굳이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혹은 그 뜻을 채 알지 못하더라도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고통과 승화에 대한 공감 때문에 참으로 오래 회자되는 한 마디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자유한국당은 그런 의도 없이 스스로 풍자를 자처했다. 정확히는 풍자보다 자폭에 가깝지만.

풍자가 된 자유한국당에 5행시들은 한결같이 자폭을 권하고 있다. “풍자가 아니면 자살”보다 독하고 직설적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5행시 열풍을 현대판 '만인소'로 인식하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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