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중앙일보의 싸움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홍 전 지사가 "조카 구속시키고 청와대 특보 자리 겨우 얻는 그런 언론"이라고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을 비난하자, 중앙일보가 반박하는 모양새다. 사건의 발단이 홍준표 전 지사의 '정치가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왜곡된 언론관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중앙일보의 대응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전 경남지사(왼쪽)와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연합뉴스)

19일 중앙일보는 입장문과 사설을 통해 홍준표 전 지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홍 전 지사는 "중앙일보나 JTBC에 대한 내용은 한 마디도 없다. 사주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홍준표 전 지사의 책임 회피에 중앙일보는 20일자 지면에도 <홍준표, 막말에 발뺌 말고 떳떳하게 책임져라> 사설을 게재하고 재차 사과를 요구했다.

입장문과 사설 외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중앙일보 20일자 8면이다. 중앙일보는 8면 전체를 홍준표 전 지사를 비판하는 데 활용했다. 중앙일보 20일자 8면 최상단에는 <홍준표의 오만 "원유철, 역량 보이면 난 사퇴…그러나 좀 힘들 것"> 기사가 게재됐고, <"홍, 언제까지 빨갱이 장사" "대선 때 활용한 친박이 바퀴벌레?"> 기사에서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과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의 발언을 활용해 홍준표 전 지사를 비판했다.

또한 "입만 열면 남 헐뜯어 술 안 깬 주사파는 홍 전 지사 본인"이라고 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발언으로 기사를 작성해 배치했다. 8면 하단에는 <'4·19 의미' 되찾겠다던 홍준표…측근들은 주민소환 서명 조작> 기사를 게재해 홍준표 전 지사에 대해 '관권 주민소환' 의혹을 제기했다.

▲20일자 중앙일보 8면.

홍준표 전 지사의 각종 발언에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앙일보가 홍 전 지사 비판에 지면 한 페이지를 할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홍석현 전 회장에 대한 '심기 경호'의 일환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사실 중앙일보의 홍석현 전 회장에 대한 '충성 경쟁'은 익히 알려져 있다. 지난 1999년 보광그룹 탈세 사건으로 홍 전 회장이 검찰에 출석하자 당시 중앙일보기자 40여 명이 검찰 청사 앞에 일렬로 서서 "사장님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지난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 때에는 검찰에 출석하는 홍석현 회장 앞으로 민주노동당원이 다가서자 중앙일보 사진부 차장이 등으로 밀며 저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한겨레는 중앙일보 기자 4~5명이 삼성 SDI 해고노동자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정황을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중앙일보 기자들은 홍석현 회장이 조사를 마치고 나가는 과정에서 홍 회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가로막고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삼성특검 취재기자들이 <중앙일보 기자 반성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당시 기자들은 중앙일보 기자들의 행동을 "기자의 본업을 망각한 현장 취재 질서 문란 행위"라고 규정하고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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