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탈핵 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면서 원자력발전소 정책 전면 재검토 의지를 표명했다. 다만 신고리 5, 6호기 원전 건설과 관련해서는 즉각적인 건설 중단이 아닌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19일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0시, 대한민국은 국내 최초의 고리원전 1호기를 영구 정지했다"면서 "1977년 완공 이후 40년만"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면서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가 국가 에너지정책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모아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낮은 가격과 효율성을 추구했다. 값 싼 발전단가를 최고로 여겼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후순위였다"면서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고려도 경시됐다. 원전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우리가 개발도상국가 시기에 선택한 에너지 정책"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나 이제 바꿀 때가 됐다. 국가의 경제수준이 달라졌고,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확고한 사회적 합의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의 에너지정책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장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환경,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저는 이것이 우리의 에너지 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구 선진국가들은 빠르게 원전을 줄이면서 탈핵을 선언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핵 발전소를 늘려왔고,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밀집한 나라가 됐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국토면적당 원전 설비용량은 물론이고 단지별 밀집도, 반경 30km 이내 인구수도 모두 세계 1위"라고 지적했다.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어린이들과 퍼포먼스 펼치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는 원전 안전성 확보를 나라의 존망이 걸린 국가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하겠다"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위원회로 승격해 위상을 높이고, 다양성과 대표성,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전 정책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면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겠다"면서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면서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 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 비용, 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 원전 정책의 주인은 국민"이라면서 "원전 운영의 투명성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전 운영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고, 원자로 전원이 끊기는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과거 정부는 이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은폐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에서는 무슨 일이든지 국민의 안전과 관련되는 일이라면 국민께 투명하게 알리는 것을 원전 정책의 기본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을 둘러싸고 전력수급과 전기료 걱정하는 산업계의 우려가 있다. 막대한 폐쇄 비용을 걱정하는 의견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수만 년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을 위해 지금 시작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의 탈핵, 탈원전 정책은 핵발전소를 긴 세월에 걸쳐 서서히 줄여가는 것이어서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면서 "국민들께서 안심할 수 있는 탈핵 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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