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의 사망이 '병사'에서 '외인사'로 최종 수정되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6월 15일 공식 성명을 통해 백남기 농민의 최종 사망 원인을 '외인사'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600일 가까운 시간 동안 진실은 거짓에 막혀 있었다. 힘겨운 시간을 견디고 버티며 얻은 가치라는 점에서 '외인사' 결정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록위마의 시대;
백남기 농민 사망과 서울대병원, 그리고 박근혜 최순실과 의료 농단

문재인 대통령은 강경화 외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임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야당의 행태를 더는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강경화 후보자가 미숙한 모습을 보였고, 몇몇 아쉬운 대목이 노출된 것도 사실이다.

강경화 후보자가 정말 외교부 장관으로서 부족한가? 이는 다르다. UN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 누구보다 외교에 적합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UN 활동이 외교도 잘 할 수 있는 덕목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정통 외교부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라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능력은 탁월하다는 평가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비 외무고시 출신인 강경화 후보는 임명 직후부터 일부에게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첫 여성 외무부 장관 후보, 외교부 근무 경험이 없는 이가 수장이 된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적인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강 후보자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는 문재인 정부를 흔드는 좋은 묘수로 인식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현재와 같이 너무 잘하면 야당으로서는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다. 이는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라는 점에서 모든 정당들이 큰 고민을 하는 부분이다. 현재처럼 문재인 정부가 국정을 잘 해나간다면 내년 지자체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제1 야당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정당지지도가 한 자리 수인 사실은 중요하다. 자유한국당의 유일한 지지 기반인 TK 지역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 3배 차이가 날 정도로 뒤떨어져 있다. 단순히 새 정부가 들어선 시점에 나온 지지도라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고민의 폭은 커진다.

적폐의 온상이라는 국민들의 시각을 자유한국당은 벗어내지 못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친박 위원들이 대거 등장하며 자유한국당은 친박잔당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인사청문회에서 보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자질 논란도 거세게 일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자유한국당이 몰락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다가오기까지 했다.

더는 잃을 것도 없는 자유한국당이 할 수 있는 일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외에는 없다. 그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식물 정당이 바로 자유한국당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몽니는 어쩌면 당연하다. 그것 외에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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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록위마.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 한때는 낯설었으나 이제는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행처럼 사용되었던 그 사자성어. 흑백이 뒤바뀌고 진실이 숨겨진다는 의미의 그 말은 지난 2014년 말에 그 해의 사자성어로 꼽힌 뒤에 앵커브리핑에만 두 번 등장했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변하지 않았었으니까요. 그리고 오늘, 병사가 아닌 외인사…. 사망진단은 주치의의 고유권한이라면서 불가역을 이야기하던 병원 측은 그가 사망한 지 아홉 달이 지나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야 오래된 사망진단서를 고치겠다고 했습니다"

"경찰의 직사 물대포를 온몸으로 맞은 뒤에 중태에 빠졌던 농민, 그러나 아무리 눈을 비비고 쳐다봐도 사슴은 말이 될 수 없었는데… 그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그건 사슴이라 했어도 그들은 사슴이 아니라 말이라고…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돌아보면 지록위마… 권력의 입맛에 맞는 답변만을 눈치 있게 내놓은 것은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다루는 병원의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4대강 사업은 환경을 개선하고 물 부족을 해결할 것이다"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 "공문서 위조는 했지만 간첩조작은 아니다" "36조원을 날린 게 아니라 10년 후에는 회수율 100%를 넘을 것이다" 넘쳐 났던 말들은 이제 다시 사슴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며칠 전, 전남 보성군의 농민들은 주인 없는 밀밭에서 황금빛으로 물든 우리밀을 수확했습니다. 밭의 주인은 '고' 백남기. 주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를 보낼 수 없었던 사람들은 빈 밭에 파종을 하고 정성껏 땅을 일궈 풍성한 수확을 냈습니다. 그렇게 밀밭에서… 광장에서… 진실을 지키고 실천했던 사람들 덕분에 말은 말이 되고 사슴은 사슴이 되는 풍경"

어제 앵커브리핑은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한 이야기였다. 병사에서 외인사로 최종 결정이 난 이 사건은 중요하다. '지록위마'는 박근혜 정권에서 흔하게 사용되던 사자성어였다.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우기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박근혜 정권을 상징하는 가치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망진단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의 직사 물대포에 의해 사망하게 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공권력에 의해 살해당한 시민이라는 점에서 이는 중요한 사건이다. 용산 참사를 여전히 잊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은 이와 같은 궤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빈민으로 전락한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엽합회 회원들은 버려진 빌딩 위에서 생존을 이야기했다. 이런 그들에게 경찰이 저지른 일은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1층 출구를 막고 옥상으로 경찰 특공대가 진압을 위해 들어섰다. 경찰만이 아니라 용역 깡패들까지 가세한 상황에서 그들에게 시민의 안전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불길에 휩싸여 다섯 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물론 경찰특공대 대원 한 명도 사망했지만, 퇴로도 막은 채 화재로 많은 시민을 사망케 한 공권력은 독재 정권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두환과 이명박이 다른 점은 군인과 경찰을 이용했다는 것 외에 다른 게 없으니 말이다.

용산참사를 이끈 이는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다. 국민을 사망으로 이끌고 그는 영전을 거듭했다.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를 시작으로 주일본국 오사카 총영사관 총영사,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이어 경주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현재는 국회의원 신분으로 변신해 있다. 이게 바로 적폐다. 많은 국민들이 적폐 청산을 외치는 것은 이런 자들이 잘 사는 세상이 정상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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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역시 용산 참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권력의 과도함에는 인명에 대한 존중이 존재하지 않았다. 직사로 물대포를 쏴서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그대로 의식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백남기 농민. 그 상황에서도 물대포는 여전히 그를 향해 있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그 어떤 조사도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외인사' 결정은 서울대병원과 경찰, 그리고 박근혜 정권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수사를 하게 되는 시작점이 되었다. 서울대병원 서창석 원장이 박근혜 주치의였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서창석 서울대병원 원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남기 농민의 사망 은폐는 단순함으로 다가올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병사'에서 '외인사'의 변화는 중요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공권력에 의해 사망한 시민. 그의 죽음의 진실은 우리 사회에 더는 과도한 공권력 행사가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다시, 사슴이 사슴이 되는 사회. 그런 사회를 우린 꿈꾼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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