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언론사들의 어뷰징 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 어뷰징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언론사가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거나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하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지난 2015년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양대 포털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뉴스제휴평가위는 포털의 뉴스 제휴 심사와 함께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언론사에 대한 제재 등을 수행한다. 뉴스제휴평가위의 제재 대상에는 어뷰징도 포함된다.

하지만 뉴스제휴평가위가 출범한지 햇수로 3년째지만 여전히 언론사들의 '어뷰징'은 성행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관심을 끄는 실시간 일부 언론사는 검색어를 넣어 이슈의 본질과 관계 없는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다.

어뷰징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실시간 검색어에 특정 인물이 올라오면 그 인물의 이름을 넣어 과거 등을 조명하는 형태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따라 "OOO는 누구?", "OOO, 대체 누구길래?" 등의 기사들이 난무한다. 네티즌들은 이러한 형태의 기사를 흔히 '낚시 기사'라고 부른다.

▲'대체 누구길래'를 네이버에 검색하면 어뷰징 기사들이 대거 등장한다.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기자가 직접 네이버에 '대체 누구길래'를 검색해봤다. 역시나 최근 이슈가 됐던 인물들이 대거 등장했다. 리드문도 모두 비슷한 형태다. 이러한 행태는 대체로 클릭 수에 민감한 인터넷매체나 연예매체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한 제목에 실시간 검색어들을 여러 개를 담거나, 특정 검색어를 제목에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1등 신문이라는 조선일보 인터넷판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조선일보의 인터넷판 기사를 살펴보면 유독 비정상적으로 긴 제목들이 다수 발견된다. 최근 임명 여부로 이슈가 되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검색해봤다. 조선일보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 검색어를 대거 제목에 넣기도 하고, 강 후보자의 이름을 한 제목에서 2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조선일보 인터넷판 기사 제목.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언론사들이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광고다.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언론사의 특성상 클릭 수가 늘어나야 광고의 단가가 높아져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어뷰징 기사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독자는 필요 없는 정보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가는데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독자들이 알고 싶은 정보, 필요한 정보를 찾아가는 것을 막는 행위"라며 "독자를 고객으로 보기 보다는 상품, 돈 벌이 수단으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저널리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객관성과 공정성인데, 광고를 고려하는 순간 기자는 저널리즘의 가치는 무너진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러한 현상, 즉 어뷰징이나 광고를 받기 위해 언론사를 운영하는 행위, 기자가 거기에 목적을 갖고 기사를 쓰게 되면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게 된다"면서 "치명적으로 저널리즘의 가치를 손상시키고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최진봉 교수는 뉴스제휴평가위 출범에도 여전히 어뷰징이 성행하는 이유에 대해 뉴스평가위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뉴스제휴평가위에 들어와서 활동하는 위원, 위원을 추천한 단위 중 자신들이 평가를 받아야 하는 언론사를 대변하거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협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있다"면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꼬집었다.

최진봉 교수는 "뉴스제휴평가위가 요란하게 출범했지만 제대로 된 평가가 불가능하다"면서 "실제로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이익과 관계없는 언론학자, 시민사회단체 등이 들어가서 활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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