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터가 나선 경기는 모두 이긴다. 올 시즌 나온 10번의 기회에 모두 승리를 거뒀다. 지난 시즌 마지막 승리에 이어 무려 11연승을 올리고 있는 헥터가 과연 어떤 기록을 낼 수 있을지 이제 그게 더 궁금해질 정도다. 돌아온 꽃범호는 오늘 경기에서 모두가 알고 있는 이범호의 모습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마운드는 헥터가 타석은 이범호의 3점 홈런과 버나디나가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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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터가 나온 경기는 이긴다는 확신으로 다가온다. 오늘 경기 전 무려 9연승을 달린 투수에 대한 당연한 기대치다. 초반 완벽했던 투구와 달리, 조금씩 점수를 내주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강력하다. 헥터가 나온 경기에서는 타자들 역시 집중력이 더욱 좋아진다는 점에서 연승은 팀 전체가 만들고 있는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회 헥터는 무너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비가 헥터를 살렸다. 1회 초 공격에서 이명기의 안타 후 김주찬은 병살로 물러나고 말았다. 병살타가 나오지 않았다면 점수가 날 수도 있는 이닝이었다. 아쉬움이 컸던 김주찬은 1회 수비에서 멋진 호수비로 나경민의 타구를 잡아냈다.

2사후 최준석의 잘 맞은 타구는 2루수 안치홍의 멋진 수비까지 이어지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만약 두 개의 호수비가 없었다면 기아로서는 초반부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 롯데 타선이 전날에도 7점을 얻을 정도로 좋은 타격감이 있었다. 두 번의 호수비가 없었다면 그 타격감을 이어갈 수 있었던 1회였다.

선취점을 뽑은 기아의 3회는 아쉬움이 더 컸다. 선발 김유영이 급격하게 흔들린 상황에서 대량 득점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큰 이닝이었다. 김민식과 김선빈을 연속 볼넷으로 내준 김유영은 이명기를 3루 땅볼로 잡아내기는 했지만, 김주찬에게 볼넷을 내주며 다시 위기를 맞았다. 김민식의 도루 실패만 없었다면 빅이닝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회였다.

최근 타격감이 절정인 버나디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적시타를 치며 선취점을 얻었다. 최형우가 다시 볼넷을 얻으며 기회는 연장되었지만, 어제 경기에서도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한 나지완은 오늘도 범타로 물러나며 빅이닝을 만들지 못하고 말았다.

최소한 3점 이상은 뽑을 수 있는 이닝에 1점 밖에 올리지 못하면 공격한 팀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4개의 볼넷과 안타가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1점 밖에 뽑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 신기할 정도다. 4회에도 기회는 있었지만 기아는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기아가 달아나지 못하자 롯데는 5회 추격에 나섰다. 선두타자인 전준우가 안타를 치고 나가자 2경기 연속 홈런을 쳤던 강민호게 헥터의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초구를 완벽하게 펜스를 넘기는 투런 홈런을 만들었다. 역전에 성공한 롯데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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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륙과 신본기가 연속 2루타를 치며 1-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 상황에서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위기를 벗어나는 헥터에는 헥터였다. 불안해서 크게 무너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그는 여유를 찾으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헥터의 위기는 그게 마지막이었다.

기아가 1위를 질주하는 이유는 역전을 당한 직후인 6회 드러났다. 에이스가 나온 경기에서 역전을 허용하자 이번에는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나지완이 볼넷으로 나가고 안치홍이 안타를 치며 기회를 잡자 마무리는 이범호가 했다. 2-2 상황에서 완벽한 스윙으로 좌측 펜스를 완벽하게 넘긴 이범호의 역전 3점 홈런은 강렬했다.

7회 추가점은 버나디나에게서 모두 나왔다. 상대 허를 찌르는 기습 번트 안타는 절묘했다. 투수와 1, 2루 모두 잡을 수 없는 공간을 노린 버나디나는 안타를 치고 나가자마자 2루를 훔쳤다. 그리고 최형우의 2루 땅볼에 3루까지 진루한 버나디나는 폭투에 홈까지 밟으며 5-3으로 달아났다.

8회에도 버나디나는 득점을 만들어냈다. 2사 후 김주찬이 시원한 2루타를 쳐내자 버나디나가 화답했다. 기묘하게 맞은 타구는 3루 땅볼이 되었지만 급하게 처리하던 3루수의 송구가 버나디나의 등에 맞으며 김주찬의 득점으로 이어지며 점수차는 6-3까지 벌어졌다.

7, 8회 추가 타점은 모두 버나디나와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존재감은 기아의 1위 수성과 많이 연결되어 있다. 다만, 최형우의 2루타에 무리하게 홈으로 들어오다 부상으로 교체되는 모습은 아쉬웠다. 버나디나가 부상으로 빠지면 기아로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동섭이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가자 오늘 콜업된 손영민이 두 타자를 잡으며 9회를 새로운 마무리 김윤동이 볼넷을 어이없게 내주기는 했지만 후속 세 타자를 가볍게 잡아내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5월 13일 이후 세이브를 올린 김윤동이 오늘 같은 모습을 보이면 기아의 마무리 고민은 조금은 사라질 듯하다.

이범호가 이번 홈런으로 살아날 수 있다면 기아는 막강한 전력을 갖추게 된다.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며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던 김주찬도 오늘 경기에서 주전으로 나와 2루타를 쳐내며 반전의 기회를 잡아볼 수도 있어 보인다. 오늘 경기에서도 승리 투수가 된 헥터는 무려 123개의 공을 던지며 7회까지 자신의 이닝을 책임졌다.

이제 다시 고민은 양현종이다. 목요일 경기 선발 등판하는 양현종이 다시 살아난다면 기아로서는 천군만마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경기에서도 아쉬움을 주기는 했지만 양현종은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이는 반전의 기회를 볼 수 있는지 목요일 경기가 증명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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